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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감소증과 노쇠는 왜 염증과 연결되는가 — LPS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가설

발행: 2026-08-23 · 최종 업데이트: 2026-08-23

Series7/8
LPS Saga: 엔도톡신과 현대 만성질환

1989년 sarcopenia 명명부터 2000년 inflammaging, 2001년 Fried의 노쇠 기준, Health ABC 연구의 IL-6·TNF-α 추적, 그리고 장 유래 LPS(metabolic endotoxemia) 가설까지 근감소증과 노쇠가 염증과 연결되는 역사를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면 왜 근육이 줄어드는가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를 특별한 질환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일부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1989년 어윈 로젠버그(Irwin Rosenberg)가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에 sarcopenia, 즉 근감소증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입니다.

이후 연구가 진행되면서 노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근육의 양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같은 근육량을 가지고 있어도 근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이 있었으며, 실제 장애와 사망 위험은 근육량보다 악력과 보행속도 같은 기능적 지표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근감소증 연구는 자연스럽게 노쇠(frailty) 연구와 만나게 됩니다.

2001년, 노쇠가 하나의 임상 증후군이 되다

2001년 린다 프라이드(Linda Fried) 연구진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노쇠를 다섯 가지 특징(비의도적인 체중 감소, 피로, 악력 감소, 느린 보행속도, 낮은 신체활동)으로 정의하고, 이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frailty로 분류했습니다. 이 기준을 보면 노쇠의 상당 부분이 결국 근육과 운동 기능의 상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왜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드는가"에서 **"왜 어떤 노인은 다른 노인보다 훨씬 빨리 근력과 이동능력을 잃는가"**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 과정에서 염증이 주목받게 됩니다.

2000년, inflammag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다

클라우디오 프란체스키(Claudio Franceschi)는 2000년을 전후하여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 상태를 inflammaging이라고 불렀습니다. 감염이나 상처가 없어도 노인에서는 젊은 사람보다 IL-6, TNF-α, CRP 같은 염증 지표가 지속적으로 미세하게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지 노화의 결과인지, 실제로 노화 관련 질환을 만들어내는 원인인지 명확하지 않았으나, 근육 연구에서 점점 의미 있는 임상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염증과 근육 감소가 사람에서 연결되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가운데 하나가 2002년 마르욜라인 비서(Marjolein Visser) 등이 발표한 Health ABC Study입니다. 연구진은 70~79세 노인 3,075명의 혈중 IL-6와 TNF-α를 측정하고 근육량과 근력을 비교한 결과, 염증 지표가 높은 사람일수록 허벅지 및 사지 근육량이 적고 악력과 무릎 신전력이 낮음을 확인했습니다. 즉, 실제 사람에서 높은 만성 염증 상태와 낮은 근육량·근력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증명된 것입니다.

같은 시기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 연구진은 IL-6가 높은 노인에서 이후 보행속도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이동장애가 많이 발생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염증이 높은 사람의 근육이 적은 것에 그치지 않고, 염증이 높은 사람이 이후 신체 기능을 더 빠르게 잃을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근감소증과 노쇠 연구에서 염증이 결정적인 연구 주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염증은 근육에 무엇을 하는가

TNF-α와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근육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본래 근육에서는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 반응이 지속해서 일어납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단백질 섭취나 운동 자극을 통해 근단백질 합성을 원활하게 촉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화와 함께 만성 염증이 지속되면 동일한 단백질 섭취나 운동 자극에도 근육이 반응하지 않는 anabolic resistance(동화작용 저항성) 현상이 나타납니다. 한쪽에서는 근단백질 합성이 저해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염증 신호가 단백질 분해와 근육 재생 저하를 촉진하면서, 결국 근육 입장에서는 합성은 줄고 분해는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울게 됩니다. 이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면 근육량과 근력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2009년, 염증이 미래의 근육 감소도 예측했다

초기 연구들은 한 시점에서 염증과 근육 상태를 동시에 측정한 경우가 많아, 근육 감소가 염증을 유발한 것인지 염증이 근육을 줄인 것인지 선후 관계를 규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Health ABC 연구진이 노인 2,177명을 약 5년간 장기 추적하여 2009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기 염증 지표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이후 허벅지 근육량과 악력이 훨씬 크게 감소했습니다. 특히 TNF-α와 가용성 TNF 수용체(soluble TNF receptor) 수치가 미래의 근육 감소와 일관되게 연결되면서, 염증은 단순한 결과 표지자를 넘어 근감소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인자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의 만성염증은 어디에서 오는가

IL-6와 TNF-α가 근감소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노인에서는 IL-6와 TNF-α 같은 염증 물질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원인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SASP(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 내장지방 축적,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만성질환, 면역노화 등이 복합적으로 inflammaging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2007년 파트리스 카니(Patrice Cani) 연구팀의 연구 발표 이후, 여기에 **장 유래 LPS(립다당류)**라는 중요한 후보 인자가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2007년, metabolic endotoxemia가 등장하다

카니(Cani) 연구팀은 고지방식이를 투여한 생쥐의 혈액에서 낮은 수준의 LPS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metabolic endotoxemia(대사성 내독소혈증)**라고 명명했습니다. LPS는 장내 그람음성 세균의 외막 성분입니다.

패혈증처럼 치명적인 고농도가 아니더라도, 미량의 LPS가 지속적으로 혈류에 유입되는 것만으로 전신 지방조직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노화 과정에서 장 장벽 기능 저하나 대사 이상으로 장 유래 LPS 유입이 늘어난다면, 이것이 노인성 만성염증과 근감소증을 일으키는 상류 자극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장–LPS–근육 축

LPS는 TLR4 수용체를 통해 선천면역계를 자극합니다. 면역 대식세포가 활성화되면 TNF-α와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촉진되며, 골격근 자체도 TLR4를 발현하므로 LPS 신호는 근육 대사에 직접적인 변화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장 유래 LPS와 근육 간의 연결 경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장 유래 LPS에 의한 근감소증 유발 가설 경로
1장내 그람음성균 유래 LPS 발생
2장 장벽 투과성 증가 및 혈류 유입
3TLR4 수용체를 통한 선천면역계 활성화
4TNF-α, IL-6 등 전신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
5인슐린 저항성 및 근단백질 동화작용 저항성 유발
6근육량 감소 및 근력·신체 기능 저하

이 경로는 생물학적 기전상 충분히 타당하지만, 인간 노인성 근감소증의 주된 직접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현재로서는 inflammaging을 유발하는 여러 복합 요인 중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여기에서 노인성 비만이 중요해진다

근감소증과 만성염증의 관계에서 노인성 비만은 악순환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나이가 들면 총체중이 유지되더라도 체성분의 변화로 근육은 줄어들고 내장지방은 증가하기 쉽습니다.

내장지방은 수동적인 에너지 저장소가 아니라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활성 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근육 감소 → 신체활동 감소 → 내장지방 증가의 일차적 변화가 일어나고, 늘어난 내장지방은 다시 지방조직 염증 → 만성 저강도 염증 → 근육의 동화작용 저항성을 촉진하여 근육을 더욱 감소시킵니다. 이 악순환이 가속되면 **sarcopenic obesity(근감소성 비만)**로 이어지며, 장 장벽 투과성 변화와 LPS 유입이 더해질 경우 염증 악순환은 한층 강화됩니다.

근감소증에서 노쇠로

근감소증과 노쇠는 서로 다른 개념적 층위를 가집니다. 근감소증이 근육량과 근력, 신체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특정 근육 질환이라면, 노쇠는 신경계, 면역계, 심혈관계, 내분비계 등 신체 전반의 생리적 예비능력이 떨어져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쉽게 건강 손상이 발생하는 광범위한 증후군입니다.

그러나 근육은 노쇠를 방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생체 기반입니다. 근력이 떨어지면 보행 속도가 느려지고 신체활동량이 감소하며, 이는 다시 근육 감소를 가속합니다. 결과적으로 만성염증 → 근력 저하 → 신체활동 감소 → 근육 감소 → 노쇠로 이어지는 연쇄적 흐름은 노년기 신체 기능 저하의 핵심 경로를 보여줍니다.

근감소증 연구의 역사가 보여준 것

근감소증 연구는 단순한 근육량 감소 개념에서 출발해 복합적인 면역·대사 질환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1989년 어윈 로젠버그(Irwin Rosenberg)가 sarcopenia를 명명한 이후 1990년대에는 근육량 측정이 중심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근육량보다 근력과 보행속도가 실제 기능에 더 중요함이 입증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린다 프라이드(Linda Fried)는 노쇠를 독립적 임상 증후군으로 규정했고, 마르욜라인 비서(Marjolein Visser)와 루이지 페루치(Luigi Ferrucci) 등의 연구를 통해 IL-6 및 TNF-α 같은 염증 사이토카인이 근육 저하 및 이동장애와 직결됨이 밝혀졌습니다. 클라우디오 프란체스키(Claudio Franceschi)의 inflammaging 개념은 이를 노화 전반의 저강도 염증 체계로 확장했으며, 파트리스 카니(Patrice Cani)의 metabolic endotoxemia 연구는 장 유래 LPS 유입이 만성염증의 주요 상류 자극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더했습니다.

결국 노인성 근감소증과 노쇠는 단순한 운동이나 단백질 섭취 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근육은 전신 면역 및 대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조직이므로,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육 자체뿐만 아니라 내장지방, 장 장벽, 선천면역 반응, 만성 저강도 염증을 종합적인 통합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전문 학술 문서

근감소증과 노쇠, inflammaging, 그리고 TLR4-LPS 축에 관한 정밀 학술 분석은 다음 전문 문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Rosenberg IH. Sarcopenia: origins and clinical relevance. Journal of Nutrition. 1997;127:990S–99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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