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야기노화와 면역

비만과 당뇨병은 어떻게 만성염증 질환이 되었을까

발행: 2026-08-22 · 최종 업데이트: 2026-08-22

Series4/8
LPS Saga: 엔도톡신과 현대 만성질환

1993년 지방조직 TNF-α 발견부터 2003년 대식세포 침윤, 2007년 대사성 내독소혈증(LPS)까지,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이 대사질환을 넘어 만성 저강도 염증(metaflammation)으로 재정의된 30년의 역사를 다룹니다.

만성염증의 역사를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중심으로 보면, 단순히 “염증 수치가 높다”는 관찰에서 시작해 지방조직–대식세포–장내 LPS–인슐린 저항성이 하나로 연결되는 거대한 병태생리 체계가 완성되어 온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만을 단지 열량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로, 당뇨병을 인슐린 분비나 작용의 이상으로만 이해했지만, 오늘날 의학은 이 두 질환을 면역과 대사가 결합된 **만성 저강도 염증 질환(metaflammation)**으로 바라봅니다. 이 관점 전환이 이루어진 30년의 연구 발전사를 핵심 기폭제 중심으로 정리해 봅니다.

비만·당뇨병 만성염증 연구의 5대 핵심 전환점
11993년 Hotamisligil & Spiegelman
비만 지방조직의 TNF-α 발견 및 인슐린 저항성 인과관계 첫 입증
21997~1998년 John Pickup
'제2형 당뇨병은 선천면역계 질환인가?' 파격적 화두 제기
32001년 Pradhan & Ridker
건강한 사람의 CRP·IL-6 수치가 미래 당뇨 발생을 예측함을 인체서 입증
42003년 Weisberg/Ferrante & Xu
비만 지방조직 내 대식세포(Macrophage) 대량 침윤 발견
52007년 Patrice Cani
장내세균 유래 LPS 유입이 만성염증 및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함을 입증

1. 1993년 — 비만과 염증이 처음 연결되다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괴칸 핫타미스릴(Gökhan Hotamisligil)과 브루스 슈피겔만(Bruce Spiegelman) 연구팀의 1993년 《Science》 논문입니다.

당시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은 주로 에너지 대사와 인슐린의 문제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Hotamisligil 연구팀은 비만 및 당뇨 동물의 지방조직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TNF-α가 크게 증가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TNF-α를 중화했을 때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었다는 점입니다.

비만 → TNF-α 증가 → 인슐린 작용 저하

라는 연결고리가 처음 제시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비만 연구의 방향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지방조직은 단순히 남은 열량을 중성지방으로 저장하는 수동적인 창고가 아니라, 염증성 신호를 만들어 전신 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동적인 면역-대사 조직이라는 생각이 등장했습니다.

다만 초기에는 TNF-α가 주로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지만, 2003년 연구를 통해 상당 부분이 지방조직에 들어온 대식세포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로 발전하게 됩니다.

2. 1997–1998년 — “제2형 당뇨병은 선천면역 질환인가?”

이 문제를 매우 일찍 제기한 사람이 영국의 존 피업(John Pickup)입니다.

Pickup 연구팀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IL-6를 비롯해 CRP, serum amyloid A 등 여러 급성기 반응 물질이 증가해 있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이것이 대사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했고, 1998년에는 더욱 직접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Is type II diabetes mellitus a disease of the innate immune system?”
(제2형 당뇨병은 선천면역계의 질병인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생각이었습니다. Pickup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이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는 약한 선천면역 반응에 의해 서로 연결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말하는 만성 저강도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 개념의 초기 형태입니다.

3. 2001년 — 염증은 당뇨가 생긴 뒤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당뇨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염증이 먼저 생겨 당뇨 위험을 높이는 것일까?

2001년 프라단(Pradhan), 맨슨(Manson), 리드커(Ridker) 등이 《JAMA》에 발표한 연구가 이 문제에 결정적인 답을 주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당뇨병이 없었던 건강한 여성들을 추적했더니, 처음부터 CRP와 IL-6가 높은 사람들이 이후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았습니다. BMI와 흡연, 운동 등 여러 요인을 보정한 뒤에도 CRP와 당뇨 발생의 연관성은 명확히 남았습니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염증이 단순한 당뇨의 결과라면 당뇨가 생기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염증 지표가 이미 올라가 있었고 그것이 미래의 당뇨 발생을 정확히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연구진의 질문은 **“당뇨가 왜 염증을 일으키는가?”**에서 **“염증이 당뇨 발생을 직접 유도하는 것은 아닌가?”**로 뒤바뀌게 됩니다.

4. 2003년 — 비만 지방조직에서 대식세포가 발견되다

그리고 2003년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발견이 나옵니다.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보완적인 두 편의 시그니처 논문이 동시 발표되었습니다. 스튜어트 바이스버그(Stuart Weisberg)·앤서니 페란테(Anthony Ferrante) 연구팀과 하이얀 쉬(Haiyan Xu) 연구팀의 논문이었습니다.

Weisberg 연구팀이 비만한 동물의 지방조직을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지방조직 속에 대식세포(Macrophage)가 대량으로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비만이 심할수록 대식세포의 숫자도 비례하여 증가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TNF-α의 진짜 출처였습니다. 지방조직에서 검출되는 TNF-α의 상당 부분이 지방세포 자체가 아니라, 바로 외부에서 들어온 **지방조직 대식세포(adipose tissue macrophage)**에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Xu 연구팀 역시 비만 지방조직에서 대식세포 유전자 침윤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습니다.

"비만과 관련된 인슐린 저항성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지방조직에서 시작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이 발견으로 비만에 대한 패러다임이 완성됩니다:

지방조직 확대 → 지방조직 스트레스 → 대식세포 유입·활성화 → TNF-α, IL-6 분비 → 만성염증 → 인슐린 저항성

5. 지방조직은 왜 염증조직으로 변하는가?

이후 연구들은 지방세포가 왜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지를 밝혀냈습니다.

지방세포가 계속 커지면 정상적인 저장 능력의 한계에 다다릅니다. 지방세포의 비대와 함께 국소 저산소증,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자유지방산 유출, 세포 사멸이 증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신호(CCL2 등)가 분비되고, 대식세포는 죽어가는 지방세포 주변으로 모여 왕관 모양의 **체관 구조(Crown-like structure)**를 형성합니다. 비만 상태가 유지되는 한 이 스트레스는 몇 년 또는 수십 년간 지속되며 만성 저강도 염증을 유지시킵니다.

6. 염증이 어떻게 인슐린 저항성을 만드는가

2000년대 중반 분자생물학적 신호전달 경로가 명확해졌습니다.

TNF-α나 IL-1β 같은 염증 사이토카인은 세포 내 JNKIKKβ/NF-κB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이 염증 신호는 정상적인 인슐린 수용체 신호전달(IRS-1 서린 인산화 유도)을 강력하게 방해합니다.

즉, 인슐린이 세포 문을 열라고 명령을 내리지만, 세포 내부의 염증 신호가 그 메시지를 중간에서 차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췌장은 보상성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오랜 시간 후 췌장 β세포가 고갈되면서 고혈당과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합니다.

7. 2007년 Cani — 염증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상류의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지방조직의 대식세포를 계속 자극하는 외부 신호는 어디에서 오는가?

2007년 패트리스 카니(Patrice Cani)와 레미 부르셀랭(Rémy Burcelin) 연구팀이 장내세균의 **LPS(lipopolysaccharide)**라는 흥미로운 답을 제시했습니다.

Cani 연구팀은 고지방 식이를 한 생쥐에서 혈액 LPS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대사성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정상 생쥐에게 아주 미량의 LPS를 4주간 투여하자 비만, 지방조직 염증, 인슐린 저항성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반면 LPS 수용체(CD14/TLR4)가 결손된 마우스는 이 대사 이상에 저항성을 보였습니다.

이야기가 지방조직을 넘어 **'장–미생물–면역 축'**으로 확장된 순간이었습니다.

장-LPS-지방조직-당뇨병 통합 기전
1고지방 식단 및 장 장벽 투과성 증가
2장 유래 미량 LPS의 지속적 혈중 유입 (Metabolic Endotoxemia)
3지방조직 대식세포 유입 및 TLR4 자극
4TNF-α, IL-1β 등 염증 사이토카인 분비 및 JNK/IKKβ 활성화
5인슐린 수용체 신호 차단 → 인슐린 저항성 유발
6췌장 β세포 과부하 및 제2형 당뇨병 발병

핵심 요약: 의학의 시각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시대 / 연구기존 시각전환된 새로운 시각
1990년 이전비만 = 단순히 지방이 많은 상태당뇨 = 단순 인슐린 부족/작용 이상
1993년 Hotamisligil지방조직 = 단순 에너 저장고지방조직에서 염증성 TNF-α 분비 확인
1997~1998년 Pickup당뇨 = 단순 대사 질환제2형 당뇨병 = 선천면역계 만성 질환
2001년 Pradhan/Ridker염증 = 당뇨의 결과물염증이 당뇨 발생을 사전에 예측/유도
2003년 Weisberg / Xu지방세포 중심 모델지방조직 대식세포(Macrophage) 침윤 밝혀냄
2007년 Cani지방조직 자체 스트레스장내세균 LPS 유입이 상류 자극원
현재 (Metaflammation)대사와 면역의 분리대사(Metabolism) + 염증(Inflammation)의 결합

이 역사의 핵심은 '대식세포'입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대식세포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처음에 지방세포 자체가 염증을 일으킨다고 생각했지만, 2003년 지방조직을 직접 들여다보았을 때 그곳에는 수많은 대식세포가 침윤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 장벽을 넘어 들어오는 LPS가 이 대식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지난 30년의 역사는 비만을 단순히 지방이 쌓이는 현상에서, **지방조직에 대식세포가 모이고 만성적인 선천면역 반응이 발생하여 대사 질환으로 이어지는 과정(Metaflammation)**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바뀐 역동적인 여정이었습니다.

참고문헌

  1. Hotamisligil GS, Shargill NS, Spiegelman BM. Adipose expression of tumor necrosis factor-alpha: direct role in obesity-linked insulin resistance. Science. 1993;259(5091):87–91. https://doi.org/10.1126/science.7678183

  2. Pickup JC, Mattock MB, Chusney GD, Burt D. NIDDM as a disease of the innate immune system: association of acute-phase reactants and IL-6 with metabolic syndrome X. Diabetologia. 1997;40(11):1286–1292. https://doi.org/10.1007/s001250050822

  3. Pickup JC, Crook MA. Is type II diabetes mellitus a disease of the innate immune system? Diabetologia. 1998;41(10):1241–1248. https://doi.org/10.1007/s001250051058

  4. Pradhan AD, Manson JE, Rifai N, Buring JE, Ridker PM. C-reactive protein, interleukin 6, and risk of developing type 2 diabetes mellitus. JAMA. 2001;286(3):327–334. https://doi.org/10.1001/jama.286.3.327

  5. Weisberg SP, McCann D, Desai M, Rosenbaum M, Leibel RL, Ferrante AW Jr. Obesity is associated with macrophage accumulation in adipose tissu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03;112(12):1796–1808. https://doi.org/10.1172/JCI19246

  6. Xu H, Barnes GT, Yang Q, et al. Chronic inflammation in fat plays a crucial role in the development of obesity-related insulin resistanc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2003;112(12):1821–1830. https://doi.org/10.1172/JCI19451

  7. Cani PD, Amar J, Iglesias MA, et al. Metabolic endotoxemia initiates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Diabetes. 2007;56(7):1761–1772. https://doi.org/10.2337/db06-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