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와 김태원을 쓰러뜨린 병, 패혈증은 무엇인가
팝스타 마돈나와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심각한 감염과 패혈증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마돈나는 2023년 심각한 세균 감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그는 이후 당시 패혈증이 발생해 인공호흡기를 사용했고,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퇴원한 뒤에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김태원도 2016년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증상을 일주일가량 방치한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할 정도로 위험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후 2019년에도 패혈증이 재발해 공연 중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두 사람은 다행히 건강을 회복했지만, 패혈증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감염이 늦게 발견되거나 면역 기능과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을수록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어떤 병인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군대에서 흔히 보던 봉와직염도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패혈증은 폐렴이나 요로감염뿐 아니라 피부 감염에서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봉와직염입니다.
봉와직염은 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병입니다. 장시간 행군하거나 군화를 오래 신으면 발에 물집과 찰과상이 생기기 쉽고, 땀과 습기로 무좀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상된 피부 틈으로 연쇄상구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이 침입하면 피부와 피하조직에 염증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발이나 다리가 붉게 붓고 뜨거워지며 통증이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항생제로 잘 치료되지만, 참고 훈련을 계속하거나 단순한 부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면 감염 범위가 빠르게 넓어질 수 있습니다. 봉와직염 자체는 국소 감염이지만, 감염에 대한 전신 반응이 장기 기능을 손상시키기 시작하면 패혈증이 됩니다.
따라서 군대에서 봉와직염 환자를 입원시키고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단순히 다리가 붓고 아프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드물지만 감염이 깊은 조직으로 퍼지거나 패혈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붉은 부위가 빠르게 넓어지면서 고열, 오한, 심한 무력감, 호흡곤란이나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즉시 치료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 친구 하나가 봉와직염으로 사망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봉와직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입니다.
패혈증은 ‘피가 썩는 병’이 아닙니다
패혈증의 영어 명칭인 sepsis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썩음이나 부패를 뜻하던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용어가 일본에서 번역되는 과정에서 ‘패혈증’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이름 때문에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온몸을 돌아다니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균이 혈액에서 발견되는 균혈증이 패혈증과 함께 나타날 수 있지만, 두 질환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현재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 정상적인 조절 범위를 벗어나 자기 조직과 장기를 손상시키는 상태로 정의됩니다. 쉽게 말하면 동네에 갱단이 들어왔는데, 이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군대와 갱단이 격렬하게 싸우면서 동네 전체가 파괴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패혈증으로 장기가 손상되는 것은 단순히 세균이 많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염증 반응, 혈액응고 반응, 혈관 변화와 면역 억제 현상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혈압이 떨어지고 폐·신장·간·뇌 등의 기능이 손상됩니다.
그렇다고 패혈증을 단순히 ‘면역이 너무 강해서 생기는 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감염 초기에는 염증 반응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지만,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는 면역 기능이 크게 떨어져 병원체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상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고령, 만성질환, 영양 상태 저하, 면역억제 치료 등은 패혈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각한 감염이 발생하면 패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균 감염이 가장 흔하지만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감염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내독소는 패혈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패혈증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물질 가운데 하나가 내독소입니다. 내독소는 흔히 엔도톡신 또는 LPS라고 부르며, 그람음성균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LPS가 혈액과 조직에 노출되면 면역세포의 TLR4 수용체 등이 이를 감지합니다. 적절한 반응은 세균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지만, LPS가 대량으로 노출되면 염증 반응과 혈액응고 반응이 전신으로 확산하면서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패혈증이 모두 LPS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LPS는 그람음성균 감염에서 특히 중요하지만, 그람양성균과 바이러스, 곰팡이도 서로 다른 성분을 통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같은 환자에게서도 여러 염증 신호와 세포 손상 물질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따라서 LPS 하나만 중화한다고 해서 모든 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LPS가 면역 반응을 촉발했을 수 있고, 혈액 속 단백질이나 지질과 결합해 존재하기 때문에 제거도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LPS 신호와 염증 반응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세균을 제거하는 방어 기능까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패혈증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염증을 줄이는 것과 감염원을 제거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치료에서는 감염원을 찾아 적절한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투여하고, 수액과 혈압 유지 치료, 산소 공급, 장기 기능 보조를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혈증은 평소의 건강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조기에 의심하고 즉시 치료받아야 하는 응급질환입니다.
회복했다고 바로 예전 몸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패혈증에서 살아남았다고 해서 곧바로 이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회복에는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으며,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간 후유증이 남습니다.
중환자실에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르게 감소하고 체력도 크게 떨어집니다. 식욕 저하, 체중 감소, 관절과 근육 통증, 수면 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기도 합니다. 불안감, 우울감, 악몽이나 공황 증상과 같은 심리적 후유증도 보고됩니다.
마돈나도 퇴원 직후에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웠으며, 예상보다 회복이 훨씬 더뎠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원 역시 패혈증을 겪은 뒤 기억과 감각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러 방송에서 밝혔습니다.
패혈증 이후에는 앉기, 서기, 걷기와 같은 기본적인 활동부터 점진적으로 회복해야 합니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재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감염이나 신장·폐·심혈관 기능의 저하가 없는지도 꾸준히 확인해야 합니다.
내독소가 만성 염증에서도 주목받는 이유
내독소가 중요한 이유는 패혈증에만 관여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장에는 LPS를 가진 그람음성균이 매우 많이 존재합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장벽과 면역계가 이 물질이 혈액으로 대량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벽 기능이 약해지거나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달라지면 소량의 LPS가 지속적으로 혈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혈중 내독소가 낮은 농도로 지속되는 상태를 흔히 ‘대사성 내독소혈증’이라고 부릅니다. 패혈증처럼 갑작스럽고 강한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등에서 나타나는 만성적인 저등급 염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만성 염증의 원인을 모두 LPS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장내 LPS는 종류에 따라 면역 자극 능력이 서로 다르고, 혈중 LPS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에도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내독소는 만성 염증을 설명하는 중요한 후보이지만, 다른 대사·면역 요인들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패혈증은 내독소가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작용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결과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면 만성 염증 연구는 훨씬 적은 양의 내독소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살펴보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