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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S는 어떻게 만성염증을 만드는가 — 급성 방어 물질에서 만성 저강도 염증의 연결고리로

발행: 2026-08-23 · 최종 업데이트: 2026-08-23

Series2/8
LPS Saga: 엔도톡신과 현대 만성질환

1998년 TLR4 발견부터 2007년 대사성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 킬로미크론 운반 기전, 그리고 내독소 내성(endotoxin tolerance)과 대식세포 재프로그래밍까지 LPS가 만성 저강도 염증을 유발하는 생물학적 기전과 역사를 설명합니다.

LPS는 원래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LPS(lipopolysaccharide)는 그람음성 세균의 외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면역학에서 LPS는 오래전부터 가장 강력한 선천면역 자극물질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세균 감염으로 많은 양의 LPS가 혈액에 유입되면 대식세포와 단핵구가 강하게 활성화되며 TNF-α, IL-1β, IL-6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대량으로 생성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발열과 저혈압을 넘어 패혈성 쇼크(septic shock)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과거의 LPS 연구는 주로 그람음성균 감염 → 대량의 LPS 유입 → 강력한 전신 염증 → 패혈증이라는 강력한 급성 반응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패혈증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이 아닌, 훨씬 약한 염증반응이 수년 동안 지속되는 만성염증과의 연결성을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LPS 연구가 만성 저강도 염증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세포가 LPS를 인식하는 구체적인 분자 기전과, 감염이 없어도 미량의 LPS가 지속해서 혈액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증명하는 두 가지 결정적 연구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1998년, TLR4가 발견되다

LPS에 대한 선천면역계의 인식 기전이 명확해진 것은 1998년입니다. 알렉산더 폴토락(Alexander Poltorak)과 브루스 보이트러(Bruce Beutler) 연구진은 LPS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C3H/HeJ 생쥐와 C57BL/10ScCr 생쥐를 연구한 끝에, 이 동물들에게 Tlr4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결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로써 LPS를 인식하는 핵심 선천면역 수용체가 TLR4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이후 LPS 신호전달 경로는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리되었습니다. LPS가 혈액으로 들어오면 먼저 LPS 결합 단백질(LBP)과 결합하고, CD14와 MD-2의 도움을 받아 TLR4에 전달됩니다. 이어 세포 내 MyD88 및 TRIF 신호 경로가 활성화되어 NF-κB를 비롯한 전사인자들이 염증성 사이토카인(TNF-α, IL-1β, IL-6) 및 케모카인 분비를 촉진합니다.

즉 기본적 경로인 LPS → LBP/CD14/MD-2 → TLR4 → 선천면역 신호 →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강력한 방어 반응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급성 면역 경로가 어떻게 만성 저강도 염증을 유지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의 연구가 필요했습니다.

2007년, LPS 연구의 방향이 바뀌다

2007년 파트리스 카니(Patrice Cani)와 레미 뷔르슬랭(Rémy Burcelin) 연구진은 《Diabete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만성염증 연구에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연구진은 패혈증이 아닌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에서 나타나는 만성 저강도 염증의 원인에 주목했습니다.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감염이 없어도 TNF-α와 IL-6 수치가 만성적으로 미세하게 높게 유지되는데, 카니 연구팀은 이 지속적인 염증의 상류 자극원으로 장내 세균 유래 LPS를 지목했습니다.

고지방 식단을 투여한 생쥐에서 혈중 LPS 농도가 정상 대비 2~3배 높은 수준으로 지속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한 연구진은 이를 **metabolic endotoxemia(대사성 내독소혈증)**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패혈증과 같은 폭발적 농도가 아니라 아주 낮은 농도의 LPS가 만성적으로 혈액에 존재하는 상태였습니다.

이어 연구진은 정상 생쥐에게 저농도 LPS를 4주간 지속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지방조직 대식세포와 염증 표지자가 증가하고 간 지방 축적, 혈당 및 인슐린 상승이 유발되었으나, CD14가 결핍된 생쥐에서는 이러한 대사 이상이 크게 억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LPS가 패혈증과 같은 초고농도가 아니더라도, 미량의 만성 노출만으로 전신 대사질환과 만성염증을 일으킬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농도보다 ‘반복’일 수 있다

급성 염증과 만성염증을 가르는 핵심 차이는 자극의 크기뿐만 아니라 자극의 지속성과 반복성에 있습니다. 우리 면역계는 일시적인 LPS 자극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응한 후 자극이 사라지면 염증을 종료시키는 면역 조절 기전을 작동시킵니다.

그러나 장 장벽 투과성 이상 등으로 매일 미량의 LPS가 계속 유입된다면, 면역계는 기저 염증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다시 자극을 받게 됩니다. 결국 작은 자극 → 미세 염증 → 회복 미완료 → 다시 자극의 과정이 계속되면서 전신 염증의 기저 수치(baseline) 자체가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되며, 이것이 만성 저강도 염증이 유지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그렇다면 LPS는 어떻게 혈액으로 들어오는가

인체 장내에는 수십조 마리의 장내 미생물이 서식하며, 특히 그람음성 세균 외막에는 막대한 양의 LPS가 존재합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장 상피세포의 치밀결합(tight junction), 점액층, 장관 면역계가 튼튼한 장벽을 형성하여 장내 LPS의 혈류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합니다.

따라서 문제는 장내 LPS의 존재 자체라기보다 LPS가 장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들어오는 양과 경로입니다. 장 장벽 기능이 저하되거나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지면 LPS 투과량이 늘어나며, 여기에 지질 흡수 과정이라는 또 다른 유입 경로가 작용하게 됩니다.

2007년, 사람에서도 식사 후 LPS가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오다

2007년 클렛 에리지(Clett Erridge)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남성 12명을 대상으로 고지방 식사 후 혈중 내독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식후 혈중 내독소 수치가 약 50% 증가함을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식후 미량 상승하는 내독소에도 혈액 내 단핵구가 반응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식후 염증(postprandial inflammation)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비록 소규모 연구였으나, 식사와 장내 LPS, 그리고 전신 염증 간의 연관성이 동물 모델뿐 아니라 실제 사람에서도 나타남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였습니다.

2009년, 킬로미크론이 LPS를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다

이후 식사 후 LPS가 혈액으로 이동하는 분자 기전에 대한 규명이 이루어졌습니다. 2009년 고샬(Ghoshal) 연구팀은 장에서 지방이 흡수될 때 생성되는 지질 운반체인 **킬로미크론(chylomicron)**이 LPS의 장 흡수를 직접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장쇄지방산 투여로 킬로미크론 형성을 촉진하면 LPS 유입이 함께 증가하고, 반대로 킬로미크론 형성을 억제하면 LPS 유입도 감소했습니다. 또한 혈액으로 유입된 LPS의 상당 부분이 킬로미크론 잔여물(chylomicron remnant)과 결합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장내 LPS가 손상된 장벽 틈새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지질 흡수 및 운반 과정에 합승하여 혈류로 유입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들어온 LPS가 모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혈액으로 유입된 LPS가 모두 전신 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인체는 유입된 LPS를 해독하고 중화하는 강력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은 간입니다. 장에서 흡수된 물질은 문맥을 거쳐 먼저 간으로 이동하며, 간의 쿠퍼세포(Kupffer cell)와 간세포(hepatocyte)가 LPS를 신속히 포획·분해하여 담즙으로 배출시킵니다. 또한 혈액 내 HDL, LDL, 킬로미크론 등 지단백질(lipoprotein)이 LPS와 결합하여 자극 활성을 중화합니다. 결국 LPS의 지속적 유입량간 및 지단백질에 의한 제거·중화 능력 간의 균형이 기울어질 때 만성 저강도 염증이 형성됩니다.

만성염증은 ‘LPS 유입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사성 내독소혈증은 단순한 유입량 문제가 아니라 유입과 제거 간의 다차원적 균형 결과로 해석해야 합니다.

대사성 내독소혈증(LPS) 유입과 중화 균형 모델
1장내 LPS 양 및 장 장벽 투과성 증가
2고지방 식후 킬로미크론 동반 혈류 유입
3혈중 LPS 유입량 상승
4간 쿠퍼세포 해독 및 지단백질(HDL/LDL) 중화 한계 초과
5전신 조직(지방·간·혈관·근육·뇌) 선천면역 자극 및 만성염증 유발

유입 속도가 생체의 해독 능력을 지속해서 능가할 때 비로소 미량의 LPS 노출에 의한 만성 염증 상태가 유지됩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LPS를 주면 면역계가 둔감해지지 않는가

여기서 중요한 면역학적 질문이 제기됩니다. LPS에 반복 노출되면 면역 대식세포의 반응성이 떨어지는 endotoxin tolerance(내독소 내성)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LPS가 지속 유입될 때 오히려 염증이 억제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농도 LPS에 반복 노출된 대식세포가 TNF-α, IL-6 분비를 줄이는 것은 맞습니다. 이는 패혈증 시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는 생체 조절 기전입니다. 그러나 내독소 내성이 대식세포의 완전한 불활성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반복 노출은 대식세포를 **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하는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일부 사이토카인 유전자는 억제되지만, 다른 방어 및 대사·조직 재구성 유전자는 지속 활성화됩니다.

또한 노출 농도에 따라서도 반응이 달라집니다. 고농도 반복 노출은 tolerance를 유도하는 반면, 아주 낮은 농도의 지속 노출은 일부 조건에서 대식세포를 **priming 또는 trained state(훈련 면역)**로 이끌어 염증 반응의 기저 반응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비만에서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LPS와 만성염증의 악순환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분야는 비만입니다. 비만 시 커진 지방세포와 지방조직 내 대식세포는 염증 신호를 분비하며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간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장 장벽 투과성 증가와 장내 미생물 변화가 겹치면 비만 → 장 장벽 약화 → LPS 유입 증가 → 선천면역 활성 → 지방조직 염증 및 인슐린 저항성 악화 → 대사 이상 심화의 악순환 고리가 완성됩니다.

결국 LPS 혼자서 만성염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만성염증의 원인이 오직 LPS뿐인 것은 아닙니다. 비만한 지방조직의 세포 사멸 및 유리지방산, 노화 세포의 SASP(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 동맥경화의 산화 LDL 및 콜레스테롤 결정 등은 대표적인 **DAMP(손상 연관 분자 패턴)**로서 면역계를 자극합니다.

LPS는 병원체 유래의 **PAMP(병원체 연관 분자 패턴)**로서, 이미 생체 내부에서 형성된 DAMP 중심의 염증 환경에 지속적인 외부 선천면역 자극을 추가하여 전신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만성염증은 하나의 사이토카인이 계속 높은 상태가 아니다

만성 저강도 염증의 본질은 급성 감염처럼 염증 사이토카인이 폭발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아닙니다. 대신 지방조직 대식세포, 간 쿠퍼세포, 혈관 내피세포, 뇌 미세아교세포(microglia), 골격근의 대사 반응성 등 여러 조직의 면역·대사 기본값(set point)이 수년에 걸쳐 미세하게 지속 상승해 있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여러 만성질환이 서로 연결되는 이유일 수 있다

LPS-TLR4 축을 통한 지속적 선천면역 자극 관점은 비만,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동맥경화, 근감소증, 알츠하이머 치매가 왜 자주 동반 발생하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지방조직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간에서는 지방간염 및 섬유화로, 혈관에서는 죽상반 불안정성으로, 근육에서는 동화작용 저항성으로, 뇌에서는 신경염증으로 나타나며, LPS는 이들 질환을 연결하는 공통의 선천면역 자극 인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질문이 바뀌었다

LPS 연구사는 다음과 같이 질문의 확장을 거쳐 왔습니다.

  1. 초기 패혈증 연구: "왜 세균 감염 시 폭발적 쇼크가 발생하는가?"
  2. 1998년 TLR4 발견: "면역세포는 분자 수준에서 LPS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3. 2007년 대사성 내독소혈증: "감염이 없어도 장 유래 미량 LPS가 만성 질환의 염증 배경을 형성할 수 있는가?"

이 3단계 질문은 그간 독립되어 있던 장내 미생물, 선천면역, 비만 및 대사질환, 만성 저강도 염증 분야를 하나의 통합된 연구 패러다임으로 묶어주었습니다.

결론

LPS와 만성염증의 핵심은 단일한 강력 자극이 아니라 미량 자극의 지속적 반복과 생체 해독 능력 간의 균형 붕괴에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LPS가 지속 유입되어 해독 및 중화 한계를 넘어설 때, 전신 면역·대사 시스템의 기저 반응 수치가 상향 조정되며 만성 저강도 염증이 정착됩니다. LPS는 모든 만성질환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다발성 노인성 질환과 대사 이상을 관통하여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연결고리 중 하나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전문 학술 문서

LPS의 분자 구조, TLR4 수용체 발견, 대사성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의 구체적인 논문 데이터와 기전은 다음 전문 문서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Poltorak A, He X, Smirnova I, et al. Defective LPS signaling in C3H/HeJ and C57BL/10ScCr mice: mutations in Tlr4 gene. Science. 1998;282:2085–2088. doi:10.1126/science.282.5396.2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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