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가장 강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물질 LPS, 그리고 그것을 감지하는 TLR4
발행: 2026-01-07 · 최종 업데이트: 2026-01-07
LPS는 단순한 독소가 아니라 선천면역이 박테리아가 침입했다는 ‘위험’을 인식하는 기준선입니다. TLR4–LPS 축을 통해 왜 이 신호가 강력할 수밖에 없는지를 면역 회로 관점에서 정리합니다.
생활면역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은 염증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LPS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면역학의 연구에 LPS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초기에는 매우 강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로만 알려졌다가 최근에는 만성염증의 주요 원인도 LPS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람음성균의 생존 구조와 TLR4가 감지하는 가장 원초적 위험 신호
LPS는 흔히 “강력한 독소”로 설명되지만, 면역학적으로 보면 그 정체는 조금 다릅니다. LPS는 독소이기 이전에 그람음성균이 살아 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물이며, 바로 그 점 때문에 면역계는 LPS에 극도로 민감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LPS는 선택적으로 만들어진 공격 물질이 아니라, 세균이 자신의 세포를 유지하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신호입니다. 즉, LPS를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 외부 물질이 들어왔다”는 뜻이 아니라, 그람음성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확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LPS란 무엇인가: 그람음성균 외막의 필수 구성 요소
LPS는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의 외막(outer membrane)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입니다. 이 외막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세균이 환경 스트레스와 숙주의 방어를 견디게 해주는 구조적 장벽입니다.
LPS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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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pid A: 세포막에 박혀 있는 지질 구조로, 면역계가 인식하는 핵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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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oligosaccharide: 구조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당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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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ntigen: 균종별 다양성을 만드는 반복 당 구조
이 중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주된 요소는 Lipid A입니다. Lipid A는 세균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구조를 크게 바꾸면 세균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면역계 입장에서는 거짓 양성(false positive)”의 위험이 거의 없는 표적을 얻은 셈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는 LPS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가
선천면역은 모든 외부 물질을 똑같이 인식하지 않습니다. 면역계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는 위험”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곧 위협인 신호입니다. LPS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동시에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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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 세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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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람음성균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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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 필수적이라 쉽게 변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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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에 나타난다는 것은 곧 침습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LPS는 즉각 대응해야 할 비상 신호로 처리됩니다.
TLR4는 이러한 신호를 감지하도록 특화된 수용체입니다. TLR4–MD-2–CD14 복합체는 극히 낮은 농도의 LPS에도 반응하며, 한 번 활성화되면 빠르고 강력한 염증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는 과잉 반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화적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혈류로 유입된 그람음성균은 수 시간 내에 생존을 위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LPS가 문제가 되는 순간: 패혈증
LPS의 위험성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임상적 사례가 바로 패혈증(sepsis)입니다.
패혈증은 흔히 “세균 감염이 전신으로 퍼진 상태”로 설명되지만, 면역학적으로 보면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패혈증은 병원체 그 자체보다, LPS에 의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 반응이 숙주를 손상시키는 상태입니다.
LPS가 혈중에 유입되면 다음과 같은 연쇄 반응이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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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R4를 통한 LPS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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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F, IL-1, IL-6 등의 급격한 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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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내피 활성화 및 투과성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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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저하와 미세혈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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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장기 기능 부전
이 과정에서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는 것은 세균의 직접 독성이라기보다, 면역계가 만들어낸 염증 반응 그 자체입니다. 즉, 패혈증은 면역계가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너무 정확하게, 너무 강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TLR4–LPS 회로는 왜 이렇게 위험하도록 설계되었을까
중요한 점은 이 회로가 “잘못 설계된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TLR4–LPS 축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도록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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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낮은 활성화 역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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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신호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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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를 넘어 전신으로 확산 가능한 구조
이는 미세한 조절을 전제로 한 회로가 아니라, 비상 경보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경보가 울리는 것 자체가 아니라, 꺼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패혈증은 바로 이 비상 경보가 멈추지 않은 상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LPS는 오랫동안 ‘의약품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물질’이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LPS는 면역학 연구에서는 중심적인 물질이었지만, 임상이나 생활 영역에서는 오랫동안 절대 사용될 수 없는 물질로 간주되었습니다. 너무 강하고, 너무 빠르며, 너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신호를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면역 반응의 방향을 가장 강력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개발된 것이 MPLA 입니다.
안전하고 좋은 면역증강제에 대한 연구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흐름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목적을 가지고 연구한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MPLA 입니다. 다른 흐름은 작용원리는 모르지만, 면역에 좋은 물질(식품 포함)을 개발하는 시도로, 이것은 후에 Th1 면역을 올린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진 것입니다.
안전하고 좋은 Th1면역증강제, MPLA의 개발
LPS를 변형하여 우수하고 안전한 Th1면역 증강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아주 오래전부터 연구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르지만, 그 결과 개발된 MPL이라는 물질은 GSK라는 회사를 단숨에 백신의 첨단 회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개발이 되기 어려운 많은 백신들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게 만들었습니다.
LPS와 MPL의 구조의 차이는 아주 간단합니다.
LPS는 구조가 복잡하지만, 그 끝 부분에 ‘리피드 A’라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리피드 A를 화학적으로 변형해서 MPL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졌습니다. 위의 구조를 비교하면 복잡한 듯이 보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오른쪽에 인산(PO4-)기가 하나 없다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변화로 보이지만, 화학을 잘 아시는 분들이 보시면 이 변화는 매우 큰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하가 있다가 없어지게 되면 결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MPL은 우리가 원하는 면역반응 즉, 적응면역을 유도하는 능력이 떨어졌고 염증을 유발하는 능력도 낮아졌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적응면역을 유도하는 능력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염증 유발은 상당히 감소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안전하게 면역을 유도할 수 있는 물질이 만들어졌습니다. 활성이 LPS 보다 낮아진 것은 MPL의 양을 많이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LPS 처럼 극미량을 사용해야 하면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서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드디어 Th1면역 증강제가 개발된 것입니다. 이 소재가 많은 백신에서 어쥬번트로 사용된 것은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 물질이 꽃가루 알레르기용 백신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 물질이 단순한 어쥬번트가 아니라 특히 Th1면역을 올려주는 어쥬번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MPL과 유사하지만 완전히 합성으로 제조된 GLA라는 물질도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MPL이라는 물질이 많은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물질이 주사제로 개발되었고 물질의 특성상, 경구용 제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사용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Th1 면역증강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보다 좀 더 안전하고 경구용 투여가 가능한 물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LPS와 마이크로마이옴
많은 사람들이 장내 세균에는 유해균과 유익균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해균과 유익균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피르미쿠테스는 뚱보균, 박테로이데테스 는 날씬 균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테로이데테스와 피르미쿠테스는 문(phylum)에 해당하는 매우 넓은 범위를 말하기 때문에 이것은 너무 넓은 많은 세균을 포함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접근 보다는 LPS를 두 가지로 나눠서 염증을 유발하는 LPS(P-LPS)를 가진 균과 MPLA와 같이 염증을 거의 유발하지 않은 LPS(A-LPS)를 가진 균으로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박테로이데테스의 모든 균이 좋은 것이 아니라 이 중 특정한 균이 몸에 좋은 것이고, 그러한 균이 대체로는 LPS의 구조가 변형되서 MPLA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게 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Bacteroides dorei 균주입니다.
이미 프로바이오틱스 사균체라는 개념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러한 사균체에서 유효성분으로 LPS (A-LPS)만 보다 농축해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판매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