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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R4는 어떻게 LPS 수용체가 되었나: 1998년 Beutler 연구실의 유전학적 정면돌파

발행: 2026-01-05 · 최종 업데이트: 2026-01-05

LPS 비반응성 마우스(C3H/HeJ, C57BL/10ScCr)의 Lps locus를 추적해 Tlr4 변이를 규명함으로써, 숙주가 그람 음성 세균의 LPS를 감지하는 분자적 기전을 제시한 1998년 Science 고전을 정리합니다

Defective lipopolysaccharide signaling in C3H/HeJ and C57BL/10ScCr mice: mutations in the Tlr4 gene
Alexander Poltorak, Xiaolong He, Irina Smirnova, Mu-Ya Liu, Cynthia V. Huffel, Xueya Du, Deborah Birdwell, Ellen Alejos, Michael Silva, Catherine Galanos, Marc Freudenberg, Patrick Ricciardi-Castagnoli, Bruce Beutler · Science · 1998
LPS 비반응성 마우스 계통(C3H/HeJ, C57BL/10ScCr)의 Lps locus를 유전학적으로 좁힌 뒤 후보 구간을 시퀀싱하여 Tlr4의 점돌연변이(Pro712His)와 유전자 결실을 각각 규명함으로써, 포유류에서 LPS 감지가 TLR4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결론을 강력한 유전학적 증거로 확립한 선천면역 고전 논문.

1998년 TLR4 논문: “LPS는 무엇으로 감지되는가?”라는 30년 질문의 종결

1998년 Science에 실린 이 논문은, 선천면역(innate immunity)의 언어를 완전히 바꾼 고전입니다. 논문이 해결한 질문은 단순합니다. 그람 음성(gram-negative) 세균의 대표적 성분인 리포폴리사카라이드(lipopolysaccharide, LPS)가 숙주 세포를 자극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 반응은 어떤 수용체(receptor)를 통해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해결되지 않았던 탓에, 1950–1990년대를 관통하는 ‘내독소(endotoxin)’ 연구는 늘 똑같은 벽을 만났습니다. LPS는 강력한 염증을 일으키지만, 세포가 LPS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 논문은 그 벽을 유전학(genetics)으로 뚫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오늘날 패턴 인식 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s)와 병원체 연관 분자 패턴(pathogen-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PAMPs)이라는 개념으로 선천면역을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1. 출발점: LPS가 독을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숙주가 독을 “만들게” 하는 방식

이 논문의 배경에는 1980년대의 중요한 전환이 깔려 있습니다. 브루스 보이틀러(Bruce Beutler)는 LPS가 대식세포(macrophage) 같은 선천면역 세포를 자극해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를 비롯한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 생산을 유도한다는 흐름을 강하게 밀어붙인 연구자 중 한 명입니다. 이 관점은 “미생물이 독을 분비해 숙주를 중독시킨다”는 고전적 내독소 서사를 뒤집고, “숙주가 염증성 매개물질을 과도하게 분비해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관점으로 초점을 이동시켰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관점이 단순히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실험이 가리키는 방향이었다는 사실입니다. LPS를 투여했을 때의 전신 반응은 “LPS 그 자체의 독성”이라기보다, LPS가 촉발한 사이토카인 연쇄 반응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컸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LPS는 어떤 수용체를 통해 그 연쇄 반응의 첫 단추를 끼우는가?”

2. 1968년의 힌트: “LPS에 반응하지 않는 마우스”가 존재한다

이 논문이 아름다운 이유는, 분자생물학적 스크리닝이 아니라 마우스 유전학의 관찰에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1960년대 후반, LPS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마우스 계통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C3H/HeJ입니다. 이 계통은 LPS에 둔감하여 전형적인 반응(강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유도, 쇼크 감수성 등)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반면, 유전적 배경이 유사하지만 정상 반응을 보이는 C3H/HeN같은 계통이 존재했습니다. 즉, “어딘가 단일 유전자 수준의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강하게 시사되었습니다.

이 결함 유전자는 역사적으로 Lps locu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염색체상 위치가 추적됩니다. 여기에 더해, 별개의 배경에서 LPS에 둔감한 또 다른 계통인 C57BL/10ScCr가 존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계통의 “유전 양상”이 같지 않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은 “어떤 유전자냐”를 찾는 데 오히려 장점이 됩니다. 같은 현상이 서로 다른 형태(예: 점돌연변이 vs 결실)로 나타난다면, 후보 유전자 하나로 수렴할 때 증거가 매우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3. 1990년의 혼선: CD14는 LPS에 결합하지만 ‘신호전달 수용체’일까?

1990년, CD14가 LPS 결합 단백질(LPS-binding protein, LBP)과 함께 LPS 복합체에 결합하고, CD14를 항체로 차단하면 TNF 생성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발표됩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드디어 LPS 수용체를 찾았다”고 생각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결정적 약점이 있었습니다. CD14는 막에 붙어 있기는 하지만, 세포 내부로 이어지는 세포질 도메인(cytoplasmic domain)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결합은 하더라도 신호를 전달하는 주역이 아닐 수 있다”는 구조적 의문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음 가설이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CD14는 보조 수용체(co-receptor)일 수 있고, 진짜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막 단백질이 따로 있을 것이다.

이 ‘따로 있는 단백질’을 찾는 것이 바로 1998년 논문의 목표입니다.

4. 정면돌파의 전략: Lps locus를 ‘염기서열로’ 끝까지 추적한다

이 논문이 역사적 사건이 된 이유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기술 환경에서, 특정 염색체 구간을 잡아 게놈 샷건(shotgun) 클로닝을 하고, 대략 160만 염기쌍(1.6 Mb)을 사실상 “노가다”에 가깝게 시퀀싱하며 유전자를 찾는다는 것은 실험실의 시간을 통째로 거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3년에 시작되어 1998년에 결실을 봅니다. 즉, 연구실이 여러 해 동안 이 문제에 자원을 집중하는 동안 “확실한 논문 한 편”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그 1.6 Mb 안에는 의미 없는 서열, 유사유전자(pseudogene), 막다른 후보가 가득했고, “단백질을 암호화할 것 같은 진짜 유전자”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방식이 강력했던 이유는 하나입니다.

Lps locus가 무엇이든, 결국 그 구간 안에 있다는 전제가 성립했기 때문입니다. 유전학이 범위를 줄여주면, 분자생물학은 그 안에서 끝까지 파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그 결합의 승리입니다.

5. 후보의 등장: Toll-like receptor 4라는 ‘그럴듯한’ 유전자

그 긴 구간에서 실제 후보로 떠오른 유전자가 바로 톨 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 계열, 그중에서도 TLR4였습니다.

왜 TLR이 유력했을까요? 당시 이미 두 가지 배경지식이 존재했습니다.

  1. 초파리(Drosophila)에서 Toll 경로가 감염 방어와 연결된다는 유전학적 스토리가 이미 정리되고 있었습니다.

  2. 포유류에서 인터루킨-1 수용체(interleukin-1 receptor, IL-1R)가 구조적으로 Toll 계열과 유사한 도메인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고, 이는 염증 신호전달과 Toll 계열이 “어딘가에서 연결될 것”이라는 직감을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LPS가 염증을 유도한다”는 현상과 “Toll/IL-1R 계열이 염증 신호와 닿아 있다”는 구조적 힌트가 맞물리면서, TLR4는 단순 후보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말이 되는 후보가 됩니다.

6. 결정타 1: C3H/HeJ에서는 Pro712His 점돌연변이가 있다

연구진은 C3H/HeJ(비반응성)와 C3H/HeN(반응성)에서 Tlr4의 cDNA를 클로닝하고 반복 시퀀싱하여 차이를 찾습니다. 결과는 명확합니다.

C3H/HeJ에는 TLR4 단백질의 특정 위치(논문에서 712번으로 제시된 자리)에 프롤린(Pro)이 아니라 히스티딘(His)이 존재하는 치환이 발견됩니다. 반응성 계통과 다른 종(사람, 랫트)에서는 그 위치가 보존적으로 Pro로 유지된다는 점이 함께 제시됩니다.

여기서 “프롤린(Pro)”이 중요한 이유는 단백질 구조생물학의 상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프롤린은 폴리펩타이드의 회전 자유도를 제한하는 특성 때문에, 특정 위치의 프롤린 치환은 단백질의 접힘(folding)과 국소 구조를 크게 흔들 수 있습니다. 즉, “딱 한 글자 바뀐 것”처럼 보여도 실제 기능은 치명적으로 깨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 점돌연변이 하나만으로도 강력하지만, 과학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은 “다른 계통에서도 같은 결론이 독립적으로 나온다”는 장면입니다.

7. 결정타 2: C57BL/10ScCr에서는 Tlr4가 아예 결실(deletion)이다

두 번째 비반응성 계통인 C57BL/10ScCr에서는 현상이 더 극단적입니다. PCR 밴드가 사라지고, 노던 블롯(Northern blot)에서 mRNA 발현도 관찰되지 않습니다. 즉, 이 계통에서는 Tlr4 유전자가 기능적으로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습니다. 이 두 결과가 함께 쌓이면 논증 구조가 완성됩니다.

  • 한 계통(C3H/HeJ)에서는 Tlr4에 기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점돌연변이가 있고

  • 다른 계통(C57BL/10ScCr)에서는 Tlr4 자체가 결실되어 있으며

  • 두 계통 모두 LPS 반응이 결함이다

따라서 Lps locus가 Tlr4임을 설명하는 가장 간결한 모델은 “LPS 감지는 TLR4를 통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이 고전이 된 이유는 사실 여기까지입니다. 즉, “LPS 수용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유전학적 증거로 가장 단단한 대답을 내놓은 것입니다.

8. 이 논문이 ‘선천면역’의 문법을 바꾼 방식

이 논문이 나오기 전에도 면역학에는 분자적 화려함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화려함은 종종 적응면역(adaptive immunity), 특히 항원 수용체의 다양성, 항체, T세포 수용체 같은 이야기로 쏠렸습니다. 반면 선천면역은 오랫동안 “비특이적”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기 쉬웠습니다.

TLR4 발견은 그 인식을 바꿉니다. 선천면역도 충분히 ‘정밀한 인식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인식은 무작위가 아니라 패턴(pattern)을 기반으로 한다는 틀이 정교해집니다. 이후 여러 TLR들이 정리되면서, 미생물 구성 성분의 반복성을 병원체 연관 분자 패턴(PAMPs)이라고 부르고, 이를 인식하는 수용체들을 패턴 인식 수용체(PRRs)라고 부르는 언어가 정착합니다.

즉, 이 논문은 단지 “TLR4라는 단백질 하나”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숙주가 미생물을 감지하는 방식에 대한 분류학적 프레임을 열었습니다.

9. 2011년 노벨상과 1998년 논문의 위치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선천면역의 ‘문(gatekeeper)’에 대한 발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건이었습니다. 브루스 보이틀러와 줄스 호프만(Jules Hoffmann)은 Toll/TLR 경로의 발견으로, 랄프 스타인먼(Ralph Steinman)은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 발견으로 함께 수상했습니다.

이때 노벨상 설명에서 핵심은 단순합니다. “미생물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존재하며, 그것이 선천면역을 시작한다.” 이 문장 속에서 1998년 TLR4 논문은, 포유류에서 그 명제를 결정적으로 성립시킨 논문 중 하나로 자리합니다.

10. 정리: LPS는 “독”이라기보다, 숙주 염증 반응의 스위치이다

이 논문을 오늘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이유는, 결론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 LPS는 숙주가 가진 특정 수용체(TLR4)를 통해 감지됩니다.

  • 그 감지는 곧바로 염증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이 염증 반응은 감염 통제에 유익할 수 있지만, 전신적으로 과도해지면 병의 증상과 조직 손상의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이 관점은 “병원체를 죽이는 것”만큼이나 “숙주의 반응을 적절한 선에서 다루는 것”이 치료 전략에서 중요해지는 현대 의학의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확장을 멈추고, 1998년 논문이 닫아낸 질문 하나에 집중하겠습니다.

“숙주는 미생물을 어떻게 감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TLR4–LPS는 가장 상징적인 대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LPS는 급성염증에만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만성염증이 아마도 LPS가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 당뇨를 넘어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LPS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관련문헌

  • Poltorak, Alexander, et al. “Defective Lipopolysaccharide Signaling in C3H/HeJ and C57BL/10ScCr Mice: Mutations in the Tlr4 Gene.” Science, vol. 282, no. 5396, 1998, pp. 2085–2088. DOI: 10.1126/science.282.5396.2085. Science

  • Wright, Samuel D., et al. “CD14, a Receptor for Complexes of Lipopolysaccharide (LPS) and LPS Binding Protein.” Science, vol. 249, no. 4975, 1990, pp. 1431–1433. DOI: 10.1126/science.1698311. Science

  • Nobel Prize Outreach AB.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11 – Press Release / Popular Information.” NobelPrize.org, 2011. NobelPriz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