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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면역반응의 시작: 면역계는 무엇을 위험하다고 인식하는가

발행: 2026-01-09 · 최종 업데이트: 2026-01-09

지질다당류(LPS)와 TLR4 신호가 패혈증, 대사질환, 신장질환, 암, 치매 등 다양한 질환에서 직접 원인이 아닌 염증 악화 인자로 작용하는 기전을 정리합니다.

TLR4는 대표적인 선천면역 수용체로, 그람음성균의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s, 이하 LPS)를 인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 흐름에서는 TLR4를 단순한 ‘세균 인식 수용체’라기보다는,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로 이해하는 관점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TLR4는 외부 병원체에서 유래한 물질뿐 아니라, 조직 손상이나 대사 이상 과정에서 생성되는 일부 손상 관련 분자 패턴(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s, DAMP)에 의해서도 활성화될 수 있는 신호 전달 경로를 형성합니다. 다만 이러한 내인성 물질이 TLR4에 직접 결합하는지, 혹은 보조 수용체나 간접 경로를 통해 신호를 증폭시키는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며, 모든 경우에 일관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TLR4 신호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수준의 표현이 가장 정확합니다.

내인성 TLR4 활성화 물질 정리 표

내인성 물질한글 명칭 (영문)주요 발생 상황TLR4와의 관계현재 학계 평가
HMGB1고이동성군 단백질 1 (high-mobility group box 1)세포 괴사, 조직 손상, 감염 후MD-2, CD14와 함께 TLR4 신호 활성화강한 근거(직접 결합 여부는 조건부)
HSP60 / HSP70열충격단백질 (heat shock proteins)스트레스, 손상, 종양 환경TLR4 의존 염증 신호 보고중간 근거(오염 논쟁 이후 재검증됨)
Fibronectin EDA피브로넥틴 EDA 도메인조직 손상, 섬유화TLR4 공동수용체 필요비교적 강한 근거
Hyaluronan fragments히알루론산 저분자 조각조직 파괴, 염증TLR4–CD44 경로 활성화중간 근거
Biglycan비글리칸기질 손상, 신장·관절 염증TLR4 및 TLR2 활성화중간 근거
S100A8 / S100A9S100 칼슘결합 단백질염증성 면역세포 활성TLR4 및 RAGE 신호강한 근거
Oxidized LDL산화된 저밀도지단백대사 이상, 죽상경화TLR4–CD36 복합체강한 근거
Free fatty acids (SFA)포화지방산비만, 대사 스트레스직접 결합보다는 간접 활성간접 근거
Mitochondrial DNA미토콘드리아 DNA세포 괴사, 외상TLR9 주 경로, TLR4 간접 연관약한 근거
Heparan sulfate fragments헤파란 설페이트 조각기질 분해, 손상TLR4 신호 증폭중간 근거

이 글에서는 LPS 및 TLR4 신호가 여러 질환에서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질병의 발생과 진행을 악화시키는 염증 인자로서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치료 자체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병태생리를 이해하기 위한 보조적 관점임을 먼저 밝힙니다.

패혈증과 LPS

그람음성균에 의해 발생하는 패혈증에서 LPS가 강력한 염증 유발 인자라는 점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LPS를 투여해 전신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실험 모델은 지금도 패혈증 연구의 기본적인 실험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LPS–TLR4 신호를 차단하려는 다양한 치료 전략이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행되었으나, 현재까지 사망률을 명확하게 낮추는 표준 치료로 정착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LPS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패혈증이라는 질환 자체가 환자군의 이질성이 크고, 염증 과잉 단계와 면역 억제 단계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복합적인 병태를 갖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LPS는 패혈증의 핵심 염증 유발 인자 중 하나이지만, 이를 단일 표적으로 조절하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만성질환
그림 2. LPS가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

간경화와 장–간 축

간경화의 원인은 여전히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 대사성 간질환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부분은 장–간 축을 통해 유입되는 염증 신호가 간 질환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는 장내 장벽 기능 저하와 함께 장 유래 LPS가 간으로 유입되면서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간 섬유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기전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LPS는 간경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대사적·염증성 환경에서 질환 진행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만성 신장질환과 TLR4 신호

만성 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지속적인 신장 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하며, 그 과정에서 염증 반응과 섬유화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러 연구에서 TLR4 신호가 신장 내 염증 반응, 세포 손상, 섬유화 경로와 연관되어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TLR4를 직접 억제하는 치료가 사람에서 표준 치료로 확립된 것은 아니며, 현재로서는 전임상 연구 및 기전 연구 단계에서 중요한 표적 후보로 논의되고 있는 수준입니다. 신장 염증의 원인 역시 세균 유래 신호(PAMP)와 조직 손상 신호(DAMP)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특정 신호 하나만을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전체 염증 환경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가 전신 염증과 신장 질환을 연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장 유래 LPS가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비만과 당뇨에서의 만성 염증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발생 과정에서 만성 저등급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비교적 잘 확립된 개념입니다. LPS는 이러한 저등급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물질 중 하나로, 장내 환경 변화에 따라 혈중 LPS 농도가 상승하는 현상은 대사성 내독소혈증으로 불립니다.

LPS에 의해 활성화되는 염증 신호 경로에는 JNK와 같은 인자가 포함되며, 이러한 경로는 인슐린 신호 전달을 약화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인체 질환에서는 다양한 대사·호르몬·염증 경로가 동시에 작용하므로, 특정 경로 하나만으로 질환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염증 경로가 당뇨 이전 단계인 비만 상태에서도 이미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비만과 당뇨가 연속선상에서 이해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됩니다.

암 진행과 염증 환경

암의 발생과 진행에서 만성 염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장에서 유래한 LPS는 전신 염증 반응을 통해 종양 미세환경을 변화시키고, 암 세포가 성장하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LPS와 같은 염증 유발 신호는 식욕부진, 암 관련 피로와 같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므로, 염증 조절은 암 치료에서 보조적이지만 중요한 고려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치매와 감염·염증 가설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의 병태생리에서 염증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점점 더 많은 연구에서 지지받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LPS에 의해 활성화되는 면역 신호가 뇌의 미세아교세포를 자극해 신경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치매가 대사 질환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점과도 연결되며, LPS–TLR4 신호는 현재 잠재적 기전 및 연구 표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다만 임상적으로 확립된 치료 표적으로 보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정신질환과 장내 미생물

LPS가 뇌에 미치는 영향은 치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우울증,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과 장내 미생물 변화, 그리고 장 유래 염증 신호의 연관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물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장–뇌 축이라는 보다 넓은 개념에서 이해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당단백질과 TLR4

일부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이 TLR4 신호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이후 나타나는 과도한 염증 반응을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로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으며, TLR4 외 다른 수용체가 관여한다는 보고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논쟁 중인 가설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피로와 암성 악액질

암 환자에서 나타나는 만성 피로와 암성 악액질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TLR4는 LPS뿐 아니라, 종양이나 손상 조직에서 유래한 다양한 DAMP에 의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일부 동물 실험에서는 염증 유발 물질의 제거 또는 탐식 작용을 촉진하는 접근이 피로와 악액질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으나, 이는 아직 기전 연구 및 전임상 수준의 결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관절염과 손상 신호

골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모두에서 조직 손상에 의해 생성된 DAMP가 염증을 유발하는 것이 중요한 병태생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TLR4 신호와 연관되어 염증을 증폭시킬 수 있지만, 관절염의 원인을 단일 수용체 수준으로 환원해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안구건조증과 염증 반응

안구건조증은 다인성 질환으로, 염증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험적으로는 LPS를 이용한 안구 염증 모델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실제 환자에서의 주된 원인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일부 상황에서 세균 성분에 대한 면역 반응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LPS와 TLR4는 특정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만성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염증 증폭 경로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 과학적 합의에 가장 가깝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질환을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염증 환경 속에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LPS–TLR4 축을 조절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연구 단계에 있으며, 향후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전 이해와 보조적 접근의 영역에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