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와 사이토카인 임상: IL-2는 어떻게 암면역치료의 문을 열었나
발행: 2026-05-10 · 최종 업데이트: 2026-05-11
Steven Rosenberg의 고용량 IL-2, LAK, TIL 임상 연구를 중심으로 사이토카인을 암 치료제로 사용하려던 시도와 그 한계, 이후 면역관문억제제와 세포치료로 이어진 전환을 정리합니다.
사이토카인을 약으로 쓴다는 발상
오늘날 암면역치료를 떠올리면 먼저 PD-1 억제제, CTLA-4 억제제, CAR-T, TIL 치료 같은 정교한 전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인간에서 암면역치료가 실제 임상적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거칠게 증명한 도구는 사이토카인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가 있었습니다.
IL-2는 원래 T세포 성장 인자로 이해되었습니다. T세포가 항원을 인식한 뒤 증식하고, 클론을 확장하고, 세포독성 기능을 발휘하려면 IL-2 신호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1970년대 후반부터 분명해졌습니다. 이 발견은 곧 임상적 상상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T세포가 IL-2로 커진다면, 환자에게 IL-2를 대량으로 넣어 면역계를 강제로 증폭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화학약물이 아니라, 환자의 면역계를 자극해 종양을 공격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가장 공격적으로 임상으로 가져간 사람이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외과의사이자 종양면역학자인 Steven A. Rosenberg였습니다.
로젠버그의 문제의식: 면역계는 인간 암을 줄일 수 있는가
로젠버그의 초기 임상 연구는 한 가지 큰 의심과 싸웠습니다. 면역계가 시험관이나 동물모델에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사람의 진행성 전이암에서도 실제 종양을 줄일 수 있는지는 불확실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기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전이성 흑색종과 신세포암은 치료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기존 항암치료로 장기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면역계를 치료 도구로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절박한 임상 과제였습니다.
로젠버그가 선택한 첫 접근은 매우 직접적이었습니다. 환자의 림프구를 꺼내 IL-2로 강하게 자극해 살상 능력을 키운 뒤 다시 넣고, 동시에 환자 몸 안에도 고용량 IL-2를 투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가 LAK 세포(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였습니다.
1985년: 고용량 IL-2와 LAK의 충격
1985년 NEJM에 발표된 로젠버그 연구팀의 임상 보고는 암면역치료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전이성 암 환자에게 고용량 재조합 IL-2와 LAK 세포를 투여했을 때, 일부 환자에서 실제 종양 퇴축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첫째, 인간의 면역계는 실제로 전이성 암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둘째, 그 면역계를 전신적으로 강하게 깨우는 일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고용량 IL-2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저혈압, 폐부종, 체액 저류, 고열, 오한, 신장 기능 이상 같은 심각한 독성을 겪었습니다. 임상 양상은 패혈성 쇼크나 강한 전신 염증반응에 가까웠습니다. 치료 효과와 독성이 같은 면역 활성화의 양면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이때의 IL-2는 정교한 조절약이라기보다, 면역계 전체를 크게 흔드는 강력한 스위치에 가까웠습니다.
1987년: LAK가 핵심인가, IL-2가 핵심인가
1985년 연구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다음 질문은 더 냉정했습니다. 실제 효과를 만든 것은 LAK 세포였을까요, 아니면 고용량 IL-2 자체였을까요?
1987년 로젠버그 연구팀은 157명의 진행성 암 환자 치료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여기에는 LAK+IL-2 병합요법과 고용량 IL-2 단독요법이 함께 포함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LAK라는 세포 조작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기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남겼습니다. 반응은 있었지만 독성도 컸고, 치료의 핵심이 “LAK 세포”인지 “전신 IL-2 폭주”인지 분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여기서 암면역치료의 첫 번째 교훈이 나옵니다. 면역계를 크게 켜면 암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힘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세포를 증폭하는지, 정상 조직을 얼마나 건드리는지가 중요합니다.
TIL로의 전환: 종양 현장에서 이미 선택된 T세포
LAK의 한계가 보이자 로젠버그 연구팀은 더 특이적인 세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종양 안에는 이미 암세포를 인식하고 들어온 T세포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종양침윤림프구(tumor-infiltrating lymphocyte, TIL)입니다.
TIL의 발상은 LAK보다 훨씬 정교했습니다. 말초혈 림프구를 비특이적으로 자극하는 대신, 종양 현장에서 이미 선택된 T세포를 꺼내 IL-2로 확장한 뒤 다시 넣는 것입니다. 여기서 IL-2의 역할도 조금 달라집니다. 전신을 흔드는 주된 치료제가 아니라, 종양특이 T세포를 키우고 유지하는 배양·증폭 도구가 됩니다.
1988년 전이성 흑색종에서 TIL과 IL-2를 사용한 임상 보고는 이 전환의 상징이었습니다. 암면역치료는 “사이토카인으로 전신을 밀어붙이는 치료”에서 “종양을 인식하는 T세포를 골라 키우는 치료”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 LAK 치료의 퇴장
1993년 무작위 대조시험은 LAK 치료의 임상적 위치를 사실상 정리했습니다. 고용량 IL-2 단독과 IL-2+LAK 병합을 비교했을 때, LAK 추가가 명확한 우월성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 연구의 의미는 단순히 “LAK가 실패했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면역항암학이 더 정밀해지는 계기였습니다. 비특이적 활성화 세포를 많이 넣는 것보다, 종양을 더 잘 인식하는 T세포를 선택하고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IL-2도 이 과정에서 재배치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치료의 주인공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T세포를 확장하고 생존시키는 보조 신호로 더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사이토카인은 암을 직접 겨냥하는 마법의 탄환이 아니라, 면역세포의 상태와 양을 조절하는 도구였던 것입니다.
사이토카인 임상이 남긴 독성의 언어
로젠버그의 IL-2 임상은 면역항암학에 매우 중요한 독성의 언어를 남겼습니다.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치료는 암을 공격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혈관 누출, 저혈압, 장기 기능 이상, 전신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치료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CTLA-4 차단에서는 항종양 반응과 자가면역 독성이 함께 나타났고, CAR-T에서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 핵심 독성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름과 기술은 달라졌지만,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면역을 얼마나 강하게 깨워야 하는가?
그 힘을 종양에만 향하게 만들 수 있는가?
반응을 유지하면서 독성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로젠버그의 고용량 IL-2 임상은 이 질문들을 사람 몸 안에서 처음으로 크게 드러낸 실험이었습니다.
면역관문과 세포치료로 이어진 길
2000년대에 들어 로젠버그 연구팀은 면역관문과 T세포 기능저하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2003년 항CTLA-4와 gp100 백신 병용 임상은 인간에서 면역 브레이크를 해제하면 종양 반응과 자가면역이 함께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2009년 흑색종 TIL 연구는 종양 안의 항원특이 T세포가 PD-1을 높게 발현하고 기능적으로 탈진되어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이 흐름은 IL-2 임상과 분리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문제의 다음 단계입니다. 처음에는 사이토카인으로 면역계를 밀어붙였습니다. 그다음에는 종양특이 T세포를 고르고 키웠습니다. 이후에는 그 T세포가 종양 안에서 왜 멈추는지, 어떤 억제 신호를 풀어야 하는지 묻게 되었습니다.
로젠버그의 임상 연구를 하나의 선으로 보면, 암면역치료의 질문이 다음처럼 이동합니다.
- 면역계를 강하게 키우면 암이 줄어드는가?
- 어떤 면역세포를 키워야 하는가?
- 종양 안에서 그 세포는 왜 멈추는가?
- 그 브레이크를 풀면 효과와 독성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정리: IL-2는 성공이자 경고였다
고용량 IL-2는 암면역치료의 첫 번째 강력한 임상 증거였습니다. 일부 전이성 암 환자에서 실제 종양 퇴축을 만들었고, 신세포암과 흑색종에서 장기 반응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 강한 면역 활성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IL-2의 역사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닙니다. 그것은 면역항암학이 배운 첫 번째 큰 교훈입니다.
면역계는 암을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계를 무작정 키우면 환자도 함께 위험해진다.
따라서 암면역치료의 핵심은 면역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면역을 정확한 위치에서 정확한 강도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로젠버그의 사이토카인 임상은 바로 그 길을 열었습니다.
이 서사를 이루는 고전 논문들
이 글은 아래 글들을 하나의 임상 서사로 묶어 읽기 위한 안내입니다. 고용량 IL-2와 LAK의 출발, TIL로의 전환, LAK의 퇴장, 이후 CTLA-4와 PD-1 축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함께 보면 로젠버그 임상의 의미가 더 선명해집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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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berg SA, Lotze MT, Muul LM, et al. Observations on the systemic administration of autologous 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s and recombinant interleukin-2 to patients with metastatic cancer.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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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berg SA, Lotze MT, Muul LM, et al. A progress report on the treatment of 157 patients with advanced cancer using 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s and interleukin-2 or high-dose interleukin-2 alon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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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berg SA, Packard BS, Aebersold PM, et al. Use of tumor-infiltrating lymphocytes and interleukin-2 in the immunotherapy of patients with metastatic melanom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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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nberg SA, Lotze MT, Yang JC, et al. Prospective randomized trial of high-dose interleukin-2 alone or in conjunction with 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s for the treatment of patients with advanced cancer.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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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n GQ, Yang JC, Sherry RM, et al. Cancer regression and autoimmunity induced by cytotoxic T lymphocyte-associated antigen 4 blockade in patients with metastatic melanoma.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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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madzadeh M, Johnson LA, Heemskerk B, et al. Tumor antigen-specific CD8 T cells infiltrating the tumor express high levels of PD-1 and are functionally impaired. Journal of Immunology.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