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논쟁과 다이어트 논쟁은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4S 이후 이어진 스타틴 임상시험의 역사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특정 위험군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론만으로 어떤 음식이 사람을 살찌게 하는지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혈중 LDL, 먹는 지방, 저장된 체지방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지만 같은 것은 아닙니다. 콜레스테롤 연구가 혈관질환의 원인과 치료를 물었다면, 다이어트 연구는 왜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먹고 체지방을 저장하는가를 물어야 했습니다. 두 역사가 갈라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저탄수화물 식단이 등장했으며, 처음에는 배고픔을 줄이고 체중을 빼기 위한 실용적인 처방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만의 원인을 설명하는 더 큰 이론으로 발전했습니다.
비만은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가, 아니면 탄수화물이 지방 저장을 먼저 자극하기 때문에 더 먹게 되는가?
이 질문은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와 게리 타우브스(Gary Taubes)를 거쳐, 결국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사병동으로 들어갔습니다.
앳킨스 이전에도 저탄수화물 식단은 있었습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역사를 앳킨스에서 시작하면 중요한 전사가 사라집니다. 1940~1950년대 듀폰에서 비만 직원을 진료한 앨프리드 페닝턴(Alfred W. Pennington)은 탄수화물을 강하게 제한하고 지방과 단백질을 충분히 허용하는 식단을 사용했습니다.
페닝턴이 문제 삼은 것은 저열량 식단의 생리학보다 현실에서 반복되는 실패였습니다. 사람에게 적게 먹으라고 하면 처음에는 체중이 줄어도 배고픔과 피로 때문에 오래 유지하기 어려웠고, 그는 그 이유를 비만한 사람의 지방조직에서 저장 지방이 원활하게 동원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줄이면 지방 동원이 쉬워지고, 굶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에너지 적자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에는 지금도 유효한 통찰이 있습니다. 식단의 효과는 처방된 열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포만감과 음식 선택, 식사 환경, 지속 가능성이 실제 섭취량을 함께 바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시 듀폰 경험은 무작위 대조시험이 아니었습니다. 섭취량과 활동량을 정밀하게 통제하지 않았고, 체중이 줄어든 이유가 특별한 대사 효과인지 자연스럽게 덜 먹었기 때문인지 분리하기 어려웠습니다. 페닝턴은 중요한 가설을 제시했지만 그것을 판정할 실험 도구까지 갖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앳킨스는 임상 아이디어를 대중운동으로 바꾸었습니다
1972년 로버트 앳킨스의 다이어트 책은 탄수화물 제한을 대중적인 체중감량법으로 만들었고, 배고픈 저지방 식단을 견디며 칼로리를 세는 대신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이 방식이 많은 사람에게 매력적이었던 이유를 단순히 유행이나 무지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선택 가능한 음식이 줄어든 식단은 포만감을 높이고 자발적인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과 단 음료, 간식, 디저트를 한꺼번에 제한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혈당이나 중성지방이 개선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탄수화물 식단이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과 탄수화물만이 비만의 근본 원인이다라는 주장은 다릅니다. 전자는 여러 가능한 감량 전략 가운데 하나에 관한 말이고 후자는 비만의 인과모형에 관한 말인데, 앳킨스 이후의 논쟁은 점차 두 번째 주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게리 타우브스는 인과관계의 화살표를 뒤집었습니다
전통적인 에너지 균형 설명은 장기간 섭취한 에너지가 소비한 에너지보다 많으면 남은 에너지가 체지방으로 저장된다고 봅니다. 이 설명은 물리적으로 맞지만, 왜 사람이 더 먹고 덜 쓰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생물학이 필요합니다.
게리 타우브스가 대중화한 탄수화물-인슐린 설명은 인과관계의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많이 먹어서 지방이 쌓이는 것이 아니라, 정제 탄수화물이 인슐린을 높이고 지방을 지방조직 안에 가두기 때문에 다른 조직이 이용할 에너지가 부족해지며, 그 결과 배고픔과 에너지 소비 감소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후 데이비드 루드윅(David Ludwig)과 카라 에벨링(Cara Ebbeling) 등은 이를 더 정교한 탄수화물-인슐린 모형(carbohydrate–insulin model)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모형은 단순히 “탄수화물은 나쁘다”는 구호가 아닙니다. 음식의 혈당부하가 호르몬 반응과 지방조직의 연료 배분을 바꾸고, 그것이 다시 배고픔과 에너지 소비에 영향을 준다는 검증 가능한 가설입니다.
그러나 좋은 과학 이론은 그럴듯한 기전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틀릴 수 있는 예측을 만들어야 하며,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의 강한 형태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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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량과 단백질을 같게 유지해도 탄수화물을 지방으로 바꾸면 인슐린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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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진 인슐린은 지방 산화를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의미 있게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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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저탄수화물·케톤 식단에서 체지방이 더 빠르게 감소한다.
이 예측을 시험하려면 참가자가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자유생활 연구에서는 식단 순응도와 섭취량 측정 오차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논쟁은 대사병동 실험을 필요로 했습니다.
NuSI는 식단 전쟁을 실험실로 가져가려 했습니다
2010년대 초 설립된 영양과학이니셔티브(Nutrition Science Initiative, NuSI)는 오래된 영양 논쟁을 더 엄격한 실험으로 판정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게리 타우브스도 설립에 참여했습니다.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을 지지하는 쪽에서 그 모형이 틀릴 가능성까지 감수하고 직접 검증할 연구에 자금을 댄 셈입니다.
이 시도의 과학적 가치는 결과의 방향보다 설계에 있었습니다. 참가자를 병동에 입원시키고 모든 음식을 제공하면 몰래 먹거나 섭취량을 잘못 기억하는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고, 대사챔버로 산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면서 이중표식수와 체성분 검사를 함께 사용하면 에너지 소비와 체지방 변화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케빈 홀(Kevin D. Hall) 연구팀은 바로 이 조건에서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의 핵심 예측을 시험했습니다.
2015년 — 탄수화물과 지방을 같은 열량만큼 줄이면
첫 번째 실험에는 비만 성인 19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NIH 대사병동에서 기본 식단을 먹은 뒤, 탄수화물 또는 지방을 줄여 전체 열량을 각각 30% 낮춘 식단을 6일간 섭취했습니다. 두 감량 식단의 열량은 같았지만 호르몬과 연료 이용 반응은 달랐습니다.
탄수화물을 제한하자 인슐린 분비와 호흡비가 낮아지고 지방 산화가 증가했으므로,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이 예측한 생리 변화 자체는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체지방 감소는 지방 제한 식단에서 조금 더 컸습니다. 저탄수화물 조건에서 몸이 지방을 더 많이 태운 것은 맞지만, 동시에 음식으로 더 많은 지방을 먹고 있었습니다. 지방을 더 많이 태운다와 몸에 저장된 지방이 더 많이 줄어든다는 같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이 실험은 단 6일의 짧은 연구였고 케톤 식단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저탄수화물 식단의 장기 효과를 판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슐린이 낮아지고 지방 산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더 큰 체지방 감소를 추론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2016년 — 진짜 케톤 식단으로 바꾸면 대사가 더 빨라질까
2016년 NuSI가 지원한 다음 연구는 더 직접적이었습니다. 과체중 또는 비만 남성 17명이 대사병동에서 4주간 고탄수화물 기본 식단을 먹고, 이어 열량과 단백질은 그대로 유지한 채 4주간 케톤 식단을 먹었습니다.
식단이 바뀌자 인슐린 분비는 크게 감소했고 호흡비도 낮아졌습니다. 몸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더 많이 산화하는 상태로 전환되었다는 뜻입니다. 에너지 소비는 측정법에 따라 하루 약 57~151kcal 증가했지만, 연구진은 이 차이가 최신 장비의 검출 한계에 가까운 비교적 작은 변화라고 해석했습니다.
결정적인 결과는 체지방이었습니다. 케톤 식단으로 바꾼 뒤 체지방 감소가 빨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둔화되었습니다. 탄수화물 제한이 예상한 방향의 호르몬 변화와 연료 전환을 만들었지만, 강한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이 예측한 큰 대사적 우위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연구도 최종 판결은 아닙니다. 참가자가 17명뿐이었고 모든 사람이 같은 순서로 식단을 먹었으며, 케톤 적응을 보기에 4주가 짧다는 비판이 가능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올바른 해석은 “모든 저탄수화물 식단은 소용없다”가 아니라 다음과 같습니다.
열량과 단백질을 같게 한 이 조건에서는, 인슐린의 큰 감소가 의미 있게 더 큰 체지방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2021년 —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하면 결과가 달라질까
대사병동의 등열량 연구에는 의도적으로 빠진 질문이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사람은 정해진 열량을 강제로 먹지 않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포만감을 높여 자연스럽게 덜 먹게 한다면, 특별한 대사적 우위가 없어도 체중감량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홀 연구팀은 20명의 성인에게 최소가공 식품으로 구성된 두 식단을 각각 2주 동안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했습니다. 하나는 식물성 저지방·고탄수화물 식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물성 저탄수화물·케톤 식단이었습니다. 참가자는 무작위 순서로 두 식단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의 예측과 달리 참가자들은 저지방 식단에서 하루 평균 약 689kcal 적게 섭취했습니다. 두 조건 모두 체중은 줄었지만, 저지방 식단에서는 체지방이 더 줄었고 케톤 식단에서는 초기 수분과 제지방 감소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이 결과를 “저지방이 언제나 우월하다”로 읽어서도 안 됩니다. 두 식단은 탄수화물과 지방만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물성 대 동물성, 식품의 에너지 밀도, 섬유질과 식감 등 여러 특성이 함께 달랐습니다. 연구 기간도 각 2주로 짧았습니다.
대신 이 실험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혈당과 인슐린 반응만으로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먹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음식의 에너지 밀도, 식사 속도, 단백질, 섬유질, 맛, 익숙함과 선택 구조가 함께 섭취량을 결정합니다.
이 실험들이 저탄수화물 식단을 반박한 것은 아닙니다
대사병동 연구는 특정한 인과주장을 정밀하게 시험하는 데 강하지만 장기적인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몇 주 동안 병동에서 제공받은 식사를 먹는 것과 수년 동안 장보기, 회식,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속에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이 연구들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알 수 있는 것은, 인슐린 감소와 지방 산화 증가가 자동으로 큰 에너지 소비 증가나 더 빠른 체지방 감소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실험에서 검증한 조건에서는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의 강한 예측이 지지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것은, 어떤 개인이 현실에서 어느 식단을 가장 오래 유지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가입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단백질과 최소가공 식품은 늘리고 단 음료와 정제 간식은 줄이는 방식으로 구성했을 때 배고픔이 줄어 자연스럽게 덜 먹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곡물과 과일, 콩류가 풍부한 저지방 식단에서 더 쉽게 포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식단의 이름보다 실제 구성과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칼로리는 설명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은 에너지 보존 법칙이 틀렸다고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핵심 질문은 에너지 불균형이 왜 생기는가였습니다. 이 문제 제기는 정당합니다. “먹은 칼로리가 쓴 칼로리보다 많아서 살이 쪘다”는 말은 회계상 결과를 설명하지만, 배고픔과 포만감, 음식 환경과 생리적 적응의 원인까지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원인을 인슐린 하나로 좁혀도 문제가 생깁니다. 인슐린은 지방 저장과 연료 이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사람의 장기적인 체지방 변화는 음식 섭취, 에너지 소비, 단백질과 섬유질, 식품의 가공도, 활동량, 수면, 약물과 유전적 차이가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따라서 케빈 홀의 실험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단순히 “칼로리만 세라”는 것이 아닙니다.
식단은 호르몬을 바꾸지만, 호르몬 변화 하나만으로 체지방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이어트 논쟁이 실험실에 들어간 뒤
페닝턴은 저열량 처방이 현실에서 실패하는 이유를 지방 동원에서 찾았습니다. 앳킨스는 탄수화물 제한을 대중적인 해법으로 만들었습니다. 타우브스와 탄수화물-인슐린 모형의 연구자들은 많이 먹는 행동보다 지방 저장이 먼저일 수 있다고 인과관계의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NuSI는 그 주장을 대사병동에서 검증하려 했고, 홀의 연구는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인슐린이 낮아지고 지방 산화가 늘었지만, 같은 열량 조건에서 체지방이 특별히 더 빨리 줄지는 않았으며 자유롭게 먹게 했을 때도 낮은 인슐린 반응이 자동으로 더 적은 섭취량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식단 연구의 실패라기보다 과학이 제대로 작동한 장면입니다. 매력적인 설명을 측정 가능한 예측으로 바꾸고, 그 예측과 맞지 않는 결과까지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콜레스테롤의 역사가 하나의 지표를 더 정밀하게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면, 다이어트의 역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탄수화물이나 지방 하나로 체중을 설명하려던 논쟁에서 벗어나, 어떤 음식 환경이 사람을 더 먹게 하고 어떤 식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더 넓은 질문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 실험의 주인공은 특정 영양소가 아니라 음식 자체가 되었습니다. 홀 연구팀은 탄수화물과 지방의 대결을 지나, 초가공식품이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더 먹게 하는지를 대사병동에서 시험하게 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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