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1984년, 콜레스테롤과 심장병을 둘러싼 70년의 논쟁
오늘날에는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이를 낮추면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비교적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는 거의 한 세기가 걸렸습니다.
콜레스테롤 연구의 역사를 현재의 지식으로 거꾸로 바라보면 당시의 논쟁이 불필요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연구들을 따라가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초기 동물실험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고, 식이요법 연구는 결과가 일관되지 않았으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이 심장병은 줄이면서도 전체 사망률을 오히려 높이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따라서 1980년대 초까지도 중요한 질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정말 동맥경화의 원인인가? 그리고 그것을 낮추면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
시작은 토끼였습니다
현대적인 콜레스테롤 가설의 출발점은 보통 1913년 니콜라이 아니치코프(Nikolai Anitschkow)의 실험으로 봅니다.
아니치코프는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였고, 그 결과 동맥에 죽상경화성 병변이 발생한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매우 중요한 연구였습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생겼습니다.
같은 현상이 당시 의학 연구에 많이 사용되던 쥐와 개에서는 잘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1930년대에 이르자 병리학자들 사이에서는 토끼가 사람의 동맥경화를 연구하기에 적절한 모델인지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토끼에게 비정상적으로 많은 콜레스테롤을 먹여 만든 병변을 인간의 자연적인 동맥경화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비판이었습니다.
오늘날의 지식으로 보면 아니치코프의 발견은 중요한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먹는 콜레스테롤과 혈중 콜레스테롤은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초기 연구자들에게 또 하나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다면 음식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당시에는 인간의 몸이 상당한 양의 콜레스테롤을 직접 합성하고 이를 정교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조차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람에게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여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은 조금밖에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동맥경화가 발생한 사람 중 상당수는 당시 기준으로 정상 범위의 혈중 콜레스테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콜레스테롤 연구에서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음식 속 콜레스테롤과 혈액 속 콜레스테롤을 단순히 하나의 문제로 취급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 이후 콘라트 블로흐(Konrad Bloch)와 페오도어 리넨(Feodor Lynen) 등의 연구를 통해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과 지방산이 어떻게 합성되고 조절되는지가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콜레스테롤 문제는 점차 '무엇을 먹었는가'의 문제에서 '우리 몸이 콜레스테롤을 어떻게 만들고 운반하고 제거하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전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 심장병을 예방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적게 먹으면 심장병이 줄어들까?
당연히 다음 질문은 식사를 바꾸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레스터 모리슨(Lester Morrison)은 1946년부터 최근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 100명을 두 군으로 나누어 추적했습니다. 한쪽에는 저지방·저콜레스테롤 식사를 권했고, 다른 쪽은 당시의 일반적인 미국식 식사를 유지했습니다.
3년 후 사망자는 저지방·저콜레스테롤군에서 7명, 일반식군에서 15명이었습니다.
결과만 보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현대적인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이 확립되기 이전의 연구였습니다. 환자 수도 10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약 15년 동안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식이요법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대부분 참가자가 300명 이하였습니다. 발생한 심혈관 사건도 적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재발이 감소했고, 일부에서는 심근경색 사망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사망률까지 일관되게 감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과는 희망적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이지 않았습니다.
1977년에는 '식이-심장 가설은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애매한 연구 결과가 계속되면서 회의론도 강해졌습니다.
1977년 조지 만(George Mann)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매우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식이-심장: 한 시대의 종말(Diet-Heart: End of an Era)만은 식이요법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려는 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식이 임상시험에서 암 발생이 증가한 것처럼 보였다는 문제까지 제기했습니다. 이 글에 대해 1,500통이 넘는 반응이 저널에 도착했다고 페데르센(Pedersen)은 소개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당시의 논쟁을 '콜레스테롤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싸움' 정도로 단순화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좋은 결과도 있었고 실패한 결과도 있었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심장병과 분명 관계가 있어 보였지만, 이를 낮추는 것이 실제로 사람을 더 오래 살게 하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약을 사용하면 더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식사 연구에는 항상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권장받은 식사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고, 식단을 바꾸면 여러 영양소가 동시에 변합니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을 약으로 직접 낮추는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약물 연구 역시 깔끔한 결과를 주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로피브레이트(clofibrate)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약 1만 명의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대규모 클로피브레이트 임상시험을 실시했습니다. 클로피브레이트를 투여하자 총콜레스테롤은 평균 약 9% 감소했고,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도 약 20% 감소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콜레스테롤 가설이 입증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망률은 클로피브레이트군에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증가한 사망은 주로 암과 기타 비혈관성 질환 때문이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올리버(Michael Oliver)는 이 결과를 계기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에 대해 강한 회의론자가 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심장병을 줄이는 것과 사람을 더 오래 살게 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1984년, LRC-CPPT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1973년 시작된 지질연구클리닉 관상동맥 1차예방시험(Lipid Research Clinics Coronary Primary Prevention Trial, LRC-CPPT)은 이전 연구보다 훨씬 엄격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연구에는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중년 남성 3,806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 또는 위약(placebo)을 복용했습니다.
콜레스티라민은 장에서 담즙산의 재흡수를 차단하여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입니다.
연구 시작 당시 평균 LDL-C는 약 205 mg/dL이었습니다.
1년 후 콜레스티라민군의 LDL-C는 위약군보다 약 39 mg/dL, 즉 21% 정도 낮았습니다. 다만 연구 전체 기간을 평균하면 두 군의 LDL 차이는 약 11%였습니다.
관상동맥질환 발생은 콜레스티라민군에서 약 19% 낮았습니다.
드디어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조차 논쟁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통계적 유의성은 매우 경계선이었습니다. 페데르센은 올리버가 이 분석에서 단측 유의성 검정(one-sided significance test)이 사용되었다고 비판했다고 설명합니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양측 검정(two-sided test)을 적용했다면 P<0.05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전체 사망률 감소도 약 7%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LRC-CPPT가 보여준 것은 확실한 승리라기보다 콜레스테롤 가설이 점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강한 신호에 가까웠습니다.
1984년에도 논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의 합의회의(consensus conference)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관상동맥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을 넘어 확립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임상의와 심장 전문의는 여전히 콜레스테롤을 약물로 낮추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1989년 대니얼 스타인버그(Daniel Steinberg)는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유명한 제목의 글을 씁니다.
콜레스테롤 논쟁은 끝났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가?(The Cholesterol Controversy Is Over. Why Did It Take So Long?)하지만 페데르센의 표현처럼, 실제로는 논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격해졌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암이나 사고, 우울증, 자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당시까지의 연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에게 심장병이 많은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관상동맥질환도 어느 정도 감소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정말 사람을 더 오래 살게 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약 70년의 연구에도 마지막 퍼즐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지막 질문
1913년 토끼에서 시작한 연구는 1980년대에 이르러 훨씬 정교해졌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심혈관질환의 역학적 관계가 확인됐고,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과 대사에 대한 이해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식사와 여러 약물을 이용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임상시험도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질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충분히 낮추면 심근경색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실제 사망률도 감소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존 약물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LDL을 낮출 수 있는 약물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수천 명의 환자를 수년 동안 추적하면서 전체 사망률을 직접 평가하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두 가지가 거의 동시에 등장합니다.
하나는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과 조지프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LDL 수용체(LDL receptor)의 생물학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엔도 아키라(Akira Endo)가 발견한 스타틴(statin)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1994년, 스칸디나비아 심바스타틴 생존연구(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 4S)가 발표됩니다.
콜레스테롤 논쟁은 여기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