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야기

4S 이후 — LDL은 어디까지 낮추어야 하는가

발행: 2026-08-17 · 최종 업데이트: 2026-08-17

4S 이후 WOSCOPS, CARE, HPS, PROVE IT, TNT, IMPROVE-IT으로 이어진 연구들이 LDL 치료의 질문을 어떻게 ‘낮춰야 하는가’에서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로 바꾸었는지 살펴봅니다.

“낮춰야 하는가”에서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로

1994년 4S는 콜레스테롤 연구의 방향을 바꾸었고, 이전까지 비교적 단순했던 질문에 임상적 답을 제시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되는가?

4S에서는 심바스타틴(simvastatin)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추자 관상동맥질환 사건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도 감소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일이 단순히 혈액검사 수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그러나 4S가 모든 논쟁을 끝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심장병이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지, LDL이 아주 높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지, 더 많이 낮추면 이득이 더 커지는지, 스타틴(statin)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LDL을 낮춰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와 같은 새로운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4S 이후 약 20년 동안의 콜레스테롤 연구는 이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WOSCOPS — 심장병이 생기기 전에도 효과가 있을까

4S의 대상자는 이미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였으므로, 이 연구가 보여준 것은 이차예방(secondary prevention), 즉 이미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재발과 사망을 줄이는 효과였습니다. 여기에서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아직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LDL을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1995년 발표된 서스코틀랜드 관상동맥 예방연구(West of Scotland Coronary Prevention Study, WOSCOPS)에는 관상동맥질환 병력이 없는 고콜레스테롤 남성 6,595명이 참여했습니다.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치료로 LDL 콜레스테롤은 평균 약 26% 감소했고, 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질환 사망으로 구성된 주요 평가변수는 위약군보다 약 31% 감소했습니다. 전체 사망률도 약 22% 낮았지만 P값은 0.051로 전통적인 통계적 유의성 기준에 조금 미치지 못했습니다.

WOSCOPS의 의미는 분명했습니다. LDL을 낮추는 효과는 이미 심장병이 발생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고, 관상동맥질환이 생기기 전에도 LDL 저하가 심혈관 사건을 예방할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CARE — LDL이 그렇게 높지 않아도 낮추어야 할까

4S 참가자들의 콜레스테롤은 비교적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심근경색은 있었지만 LDL 콜레스테롤이 아주 높지 않은 환자에게도 스타틴이 효과가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한 연구가 1996년 발표된 콜레스테롤과 재발 사건 연구(Cholesterol and Recurrent Events Trial, CARE)입니다.

CARE에는 과거 심근경색을 경험한 남녀 4,159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LDL 콜레스테롤은 약 139mg/dL로 4S 대상자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프라바스타틴 40mg을 투여하자 LDL은 약 32% 감소했고, 관상동맥질환 사망 또는 확인된 심근경색으로 구성된 일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는 24% 감소했습니다.

이 결과로 스타틴을 콜레스테롤이 아주 높은 사람에게만 필요한 치료라고 볼 수 없게 되었고, 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절대적인 LDL 수치에서 환자의 전체 심혈관 위험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HPS — 출발점의 LDL이 낮아도 효과가 있을까

이 흐름을 더욱 강화한 연구가 심장보호연구(Heart Protection Study, HPS)였습니다. 테리에 페데르센(Terje Pedersen)은 2016년 리뷰에서 HPS가 특히 중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 시작 당시 LDL 수치가 비교적 낮은 환자에게서도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와 비슷한 상대적 위험 감소가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로 출발점의 LDL이 높은가 낮은가보다 LDL을 얼마나 감소시켰는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연구의 관심은 곧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옮겨갔습니다.

더 강하게 LDL을 낮추면 더 좋은가?

PROVE IT — 95mg/dL보다 62mg/dL이 더 나을까

초기의 스타틴 임상시험은 대체로 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지만, 스타틴 치료 자체의 효과가 확인된 뒤에는 약하게 낮추는 치료와 강하게 낮추는 치료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연구가 PROVE IT–TIMI 22입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4,162명을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 40mg과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80mg을 비교했습니다. 치료 중 LDL 중앙값은 프라바스타틴군에서 약 95mg/dL,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약 62mg/dL이었습니다.

LDL을 더 강하게 낮춘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는 일차 복합평가변수(primary composite endpoint)가 16% 추가 감소했습니다. 이 연구는 스타틴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LDL을 더 낮추면 추가적인 임상적 이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TNT — 안정된 관상동맥질환에서도 더 낮추는 것이 좋은가

PROVE IT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안정된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도 LDL을 더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치료연구(Treating to New Targets, TNT)에서는 기존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환자 10,001명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10mg과 80mg을 비교했습니다. 치료 중 평균 LDL은 저용량군에서 101mg/dL, 고용량군에서 77mg/dL이었습니다. 더 낮은 LDL을 유지한 고용량군에서 주요 심혈관 복합평가변수는 약 22% 감소했습니다. 급성환자뿐 아니라 안정된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도 LDL을 더 낮추는 전략의 이점이 확인된 것입니다.

모든 집중치료 임상시험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도 결과를 너무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더 강력한 스타틴 치료를 비교한 모든 임상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IDEAL에서는 심바스타틴과 고용량 아토르바스타틴을 비교했지만 일차 평가변수의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SEARCH에서도 심바스타틴 80mg이 20mg보다 LDL을 더 낮췄지만 주요 혈관사건이라는 일차 평가변수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고용량군에서 근육병증(myopathy)이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개별 연구의 결과는 조금씩 달랐지만 여러 연구를 합치자 전체 방향은 더 명확해졌습니다. 페데르센은 5개의 집중 스타틴 치료 임상시험(intensive statin trial)을 합친 메타분석에서 LDL을 평균 약 19.7mg/dL 추가로 낮출 때 주요 혈관사건이 약 15% 더 감소했다고 정리했습니다. 즉 더 낮을수록 좋다(lower is better)는 생각은 한 연구가 아니라 여러 임상시험이 누적되며 형성되었습니다.

19만 명이 넘는 스타틴 임상시험 자료가 쌓였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스타틴 임상시험은 빠르게 늘었습니다. 페데르센의 리뷰에 정리된 주요 심혈관결과 스타틴 임상시험(cardiovascular outcome statin trial)에는 4S, WOSCOPS, CARE, LIPID, HPS, PROVE IT, TNT, JUPITER, SHARP 등 수많은 연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임상시험에 무작위배정된 참가자는 총 190,429명에 달했습니다.

물론 모든 연구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ALLHAT-LLT처럼 유의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연구도 있었고 투석환자나 진행된 심부전 환자에서는 이득이 명확하지 않았으므로, 스타틴의 효과는 질환의 단계와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무작위 임상시험을 전체적으로 보면 LDL 감소와 주요 심혈관 사건 감소 사이에는 매우 일관된 방향성이 나타났습니다.

CTT — 한두 개의 임상시험이 아니라 전체 증거를 보다

개별 임상시험의 결과가 축적되면서 이를 통합하는 대규모 메타분석(meta-analysis)이 중요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콜레스테롤 치료 임상시험 연구자 협력체(Cholesterol Treatment Trialists' Collaboration, CTT)입니다.

페데르센의 리뷰가 인용한 2015년 분석에는 27개 무작위 임상시험 참가자 약 17만 4,000명의 개별 자료가 포함되었습니다. 이처럼 분석 규모가 커지면 결과를 개별 임상시험의 우연이나 특정 스타틴만의 특수한 효과로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LDL을 낮출수록 주요 심혈관 사건이 줄어드는 관계가 여러 환자군과 여러 스타틴에서 반복되면서, LDL 저하는 특정 약물의 효과를 넘어 하나의 치료전략 자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중요한 반론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스타틴을 이용했습니다. 따라서 스타틴이 LDL만 낮추는 약이 아니라 염증을 줄이거나 혈관내피 기능을 개선하는 등의 다른 효과 때문에 심혈관질환이 감소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했습니다. 이른바 스타틴의 다면발현 효과(pleiotropic effects)에 관한 논쟁입니다.

이 반론을 검토하려면 전혀 다른 기전으로 LDL을 낮추는 약물이 필요했습니다. 스타틴과 다른 방식으로 LDL을 낮추었는데도 심혈관 사건이 감소한다면 LDL 자체의 역할을 훨씬 더 강하게 지지할 수 있습니다.

IMPROVE-IT — 스타틴이 아닌 방법으로 LDL을 더 낮추다

에제티미브(ezetimibe)는 스타틴과 작용기전이 달라, 스타틴이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것과 달리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줄입니다.

IMPROVE-IT에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단독치료와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추가한 치료를 비교했습니다. 페데르센은 2016년 리뷰에서 에제티미브를 스타틴에 추가했을 때 확인된 임상적 이득을 중요한 결과로 언급했습니다.

심혈관질환 감소가 스타틴이라는 특정 약물만의 특수한 효과라면 에제티미브를 추가해 LDL을 더 낮추는 치료가 반드시 도움이 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기전으로 LDL을 추가로 낮추었는데도 임상적 이득이 나타났고, LDL 자체가 치료 목표라는 해석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페데르센이 논문을 쓸 당시에는 PCSK9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페데르센의 리뷰가 발표된 2016년에는 PCSK9 억제제(PCSK9 inhibitor)가 LDL을 매우 크게 낮춘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대규모 심혈관결과 임상시험(cardiovascular outcome trial)의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페데르센은 논문의 마지막에서 PCSK9 억제제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기대한다고 적었습니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이나 에제티미브와 전혀 다른 기전으로 LDL을 낮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다음 실험이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심혈관 사건이 감소한다면 스타틴의 효과가 아니라 LDL을 낮춘 효과라는 주장이 훨씬 강해질 수 있었는데, 페데르센의 논문은 바로 그 결과가 나오기 직전에서 끝납니다.

콜레스테롤 연구가 바꾼 것은 목표 수치만이 아니었습니다

4S 이후의 역사는 흔히 LDL 목표치가 점점 낮아진 역사로 이해됩니다. 물론 맞는 이야기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질문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데 있습니다. 초기 콜레스테롤 연구가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을 치료해야 하는지를 물었다면, 4S 이후에는 환자의 전체 심혈관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LDL은 하나의 연속적인 위험인자로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정 수치를 넘으면 갑자기 위험하고 그보다 낮으면 안전하다는 단순한 역치(threshold) 개념에서 점차 벗어난 것입니다.

페데르센은 4S의 사후분석에서 LDL 감소폭이 클수록 예방효과도 커졌으며, 추가적인 감소의 이득이 사라지는 뚜렷한 역치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초기 프라바스타틴 연구 일부에서는 역치처럼 보이는 결과가 있었지만 이후 더 큰 연구에서 재현되지 않았고, 통계적 검정력 부족이 가능한 설명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How low should one go?)”라는 질문을 계속 밀어붙인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콜레스테롤 논쟁은 끝난 것일까

여기에서도 구분이 필요합니다. 4S 이후의 임상시험들이 강하게 지지한 것은 LDL을 낮추면 특정 위험군에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감소한다는 주장입니다. 이것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식이 콜레스테롤이나 포화지방을 얼마나 제한해야 하는지, 저지방 식단이 체중감량에 유리한지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콜레스테롤 연구의 역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혼동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혈중 LDL이 동맥경화에 중요하다는 증거가 강해졌다고 해서 먹는 지방 = 혈중 LDL = 체지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연구가 발전할수록 이 세 가지 문제는 서로 분리되었습니다.

4S 이후의 진짜 변화

4S 이전 약 80년 동안의 질문은 콜레스테롤 가설이 맞는가였습니다. 그러나 4S 이후에는 LDL을 얼마나 낮추면 위험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했습니다.

WOSCOPS는 일차예방으로 범위를 넓혔고 CARE는 LDL이 아주 높지 않은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HPS는 출발점의 LDL 수치가 낮아도 이득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PROVE IT과 TNT는 LDL을 더 강하게 낮추면 추가적인 심혈관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제시했습니다. CTT는 수십 개 임상시험을 통합해 그 관계를 확인했고, IMPROVE-IT은 스타틴과 다른 기전으로 LDL을 추가로 낮추어도 이득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증거는 동물실험 → 역학 → 콜레스테롤 생화학 → LDL 수용체 → 스타틴 → 4S → 여러 독립적인 무작위 임상시험 → 더 강한 LDL 저하 → 다른 기전의 LDL 저하로 이어지며 계속 누적되었습니다. 이것이 페데르센이 이 역사를 “LDL 콜레스테롤 저하의 성공 이야기(The Success Story of LDL Cholesterol Lowering)”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그 성공은 하나의 결정적 실험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얻은 증거가 수십 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수렴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콜레스테롤의 역사와 다이어트의 역사는 다시 갈라집니다. 혈중 LDL과 동맥경화의 관계는 점차 명확해졌지만, 사람을 살찌게 만드는 것이 지방인지 탄수화물인지는 전혀 다른 논쟁으로 이어집니다. 그 논쟁에서는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가 등장하고, 게리 타우브스(Gary Taubes)가 탄수화물-인슐린 모형(carbohydrate-insulin model)을 제기하며, 결국 영양과학이니셔티브(Nutrition Science Initiative, NuSI)와 케빈 홀(Kevin Hall)의 대사병동 실험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