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을 낮추면 실제로 사람이 덜 죽는가
앞선 수십 년 동안 콜레스테롤 연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관상동맥질환의 관계가 역학적으로 확인되었고,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과 조지프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의 연구를 통해 LDL 수용체(LDL receptor)의 역할도 밝혀졌습니다. 엔도 아키라(Akira Endo)가 발견한 스타틴(statin)은 이전 약물보다 LDL 콜레스테롤을 훨씬 강력하게 낮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콜레스테롤 가설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실제로 심장병 환자가 더 오래 살 수 있는가?
이 질문에 강력한 답을 제시한 연구가 1994년 발표된 스칸디나비아 심바스타틴 생존연구(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 4S)입니다.
왜 새로운 임상시험이 필요했을까
4S 이전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임상시험은 많았지만 결과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식이요법 연구는 대상자가 적었고 식사를 얼마나 잘 지켰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초기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LDL을 충분히 낮추지 못하거나 여러 대사과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이 감소했지만 전체 사망률은 줄지 않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 클로피브레이트 연구(WHO clofibrate trial)에서는 허혈성 심장질환이 감소했는데도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런 결과 때문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정말 환자에게 유익한가라는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연구는 분명했습니다. LDL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고, 수천 명의 환자를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심근경색 같은 개별 사건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을 직접 비교해야 했습니다. 스타틴의 등장은 그런 연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4S를 추진한 사람은 페데르센 자신이었습니다
4S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시리즈에서 참고한 2016년 리뷰의 저자 테리에 페데르센(Terje Pedersen)이 바로 4S를 추진한 핵심 연구자라는 사실입니다. 페데르센은 1987년 스타틴이 곧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것이 분명해지자 머크 스칸디나비아(Merck Scandinavia)에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전체 사망률을 일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LDL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혈관조영술에서 병변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심바스타틴을 복용한 사람들이 위약을 복용한 사람들보다 실제로 덜 죽는가?
4S는 처음부터 사망률을 보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4S에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94개 의료기관이 참여했습니다. 대상자는 과거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겪은, 즉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식이조절 후에도 총콜레스테롤이 5.58.0mmol/L, 약 212309mg/dL인 환자 4,444명이 참여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심바스타틴(simvastatin)군과 위약(placebo)군에 무작위로 배정되었습니다. 연구는 무작위·이중눈가림·위약대조 임상시험(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trial)으로 진행되었으며, 연구진은 전체 사망률을 30% 줄이는 효과를 97%의 검정력으로 확인하려면 약 440명의 사망 사건이 필요하다고 미리 계산했습니다.
이것은 초기 콜레스테롤 연구와 상당히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수십 명이나 수백 명을 관찰하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몇 명의 환자와 몇 건의 사건이 필요한지를 먼저 계산한 뒤 연구를 설계했습니다.
심바스타틴은 LDL을 상당히 많이 낮췄습니다
4S 참가자들은 심바스타틴 20mg으로 치료를 시작했고 필요하면 40mg까지 증량했습니다. 중앙값 약 5.4년 동안 추적한 결과, 심바스타틴군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 총콜레스테롤 약 25% 감소
- LDL 콜레스테롤 약 35% 감소
- HDL 콜레스테롤 약 8% 증가
LDL 감소폭은 이전의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이나 클로피브레이트(clofibrate) 연구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러나 4S가 역사적인 연구가 된 이유는 LDL 수치의 변화만이 아니었습니다.
실제 사망률이 감소했습니다
연구 기간에 위약군에서는 256명, 심바스타틴군에서는 182명이 사망했습니다. 심바스타틴군의 전체 사망위험이 약 30% 감소한 것으로, P값은 0.0003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주로 관상동맥질환 사망의 감소에서 나타났습니다. 심바스타틴군의 관상동맥질환 사망은 약 42% 감소한 반면, 비심혈관 사망은 두 군에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과거 클로피브레이트 연구에서 제기된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심장병을 줄이는 대신 암이나 다른 원인의 사망을 늘려 전체적으로 이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줄었고 그 결과 전체 사망률도 감소했습니다.
주요 관상동맥 사건도 크게 감소했습니다
4S에서는 사망률만 감소한 것이 아닙니다. 주요 관상동맥 사건은 위약군에서 622명, 약 28%에게 발생한 반면 심바스타틴군에서는 431명, 약 19%에게 발생했습니다. 상대위험은 약 34% 감소했고, 관상동맥우회술이나 혈관성형술(angioplasty) 같은 재관류술을 받아야 할 위험도 약 37% 감소했습니다.
즉 심바스타틴은 혈액검사의 LDL 수치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사망, 전체 사망, 혈관 재개통술 같은 실제 임상 결과를 함께 줄였습니다.
왜 4S 이전 연구와 달랐을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연구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는데 왜 4S에서 이렇게 명확한 결과가 나왔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LDL 감소폭입니다. 지질연구클리닉 관상동맥 1차예방시험(Lipid Research Clinics Coronary Primary Prevention Trial, LRC-CPPT)에서는 연구 전체 기간에 콜레스티라민군과 위약군의 LDL 차이가 평균 약 11%에 그쳤지만, 4S에서는 LDL이 약 35% 감소했습니다.
두 번째는 약물의 특성입니다. 스타틴은 HMG-CoA 환원효소(HMG-CoA reductase)를 억제해 간세포의 LDL 수용체를 늘리고 혈중 LDL 제거를 촉진하므로 이전 약물보다 LDL을 훨씬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임상시험 설계입니다. 4S는 전체 사망률을 일차 평가변수로 미리 설정하고, 이를 검증할 만큼 충분한 환자 수와 사건 수를 확보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따라서 4S의 성공은 좋은 약 하나가 등장한 결과만이 아니라 기초생화학의 발전, 효과적인 치료제의 등장, 임상시험 방법론의 발전이 한꺼번에 만난 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4S가 LDL의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일까
여기서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4S 하나만으로 LDL이 동맥경화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심바스타틴에는 LDL 감소 이외의 생리적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이후 스타틴의 항염증 작용을 비롯한 다면발현 효과(pleiotropic effects)가 논의되었습니다. 따라서 4S 하나만으로 LDL 자체의 인과성을 완전히 확정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그러나 4S를 이전 증거와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는 LDL 수용체 이상과 매우 높은 LDL, 조기 관상동맥질환의 관계가 밝혀졌고, 브라운과 골드스타인은 LDL 대사의 세포생물학을 설명했습니다. 스타틴은 예상한 기전에 따라 LDL을 크게 낮췄으며, 4S에서는 실제 심혈관 사건과 사망이 감소했습니다.
역학 → 유전질환 → 세포생물학 → 약리학 →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서로 다른 증거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4S 연구자들도 처음에는 논쟁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데르센의 2016년 회고에는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4S 결과는 1994년 11월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학술대회에서 발표되었고 이틀 뒤 《랜싯(The Lancet)》에 출판되었습니다. 페데르센은 결과가 발표되자 콜레스테롤 가설을 지지하던 연구자들이 크게 안도했고, 많은 사람이 이제 논쟁이 해결됐다고 생각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임상현장은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페데르센에 따르면 스타틴 사용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대규모 임상시험이 더 필요했습니다. 당시에는 스타틴 가격이 높았고 보험급여 문제도 있었습니다. 한 번의 강력한 임상시험이 나왔다고 해서 수십 년의 논쟁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재현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다음 해 WOSCOPS가 나왔습니다
4S에는 중요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상자가 이미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4S가 보여준 것은 이차예방(secondary prevention), 즉 이미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사람에게 스타틴이 효과적인가에 관한 결과였습니다.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아직 심근경색이 발생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LDL을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1995년 발표된 서스코틀랜드 서부 관상동맥 예방연구(West of Scotland Coronary Prevention Study, WOSCOPS)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병력이 없는 고콜레스테롤 남성 6,595명에게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또는 위약을 투여했습니다. 프라바스타틴은 LDL을 약 26% 낮췄고, 심근경색 또는 관상동맥질환 사망으로 구성된 일차 평가변수를 약 31% 감소시켰습니다. 이제 스타틴의 효과가 이미 심장병을 앓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타났습니다.
CARE는 또 다른 질문에 답했습니다
4S 참가자들은 LDL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LDL이 그렇게 높지 않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도 스타틴이 필요할까요?
1996년 콜레스테롤과 재발 사건 연구(Cholesterol and Recurrent Events, CARE)에서는 과거 심근경색을 경험했지만 평균 LDL이 약 139mg/dL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을 사용했습니다. LDL은 약 32% 감소했고, 관상동맥질환 사망 또는 심근경색은 24% 감소했습니다.
4S, WOSCOPS, CARE가 연속해서 같은 방향의 결과를 보여주면서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페데르센은 이 시점에 서로 다른 두 스타틴에서, 남녀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일차예방(primary prevention)과 이차예방 모두에서 LDL 저하의 임상적 이득이 확인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질문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4S 이전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정말 좋은가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4S, WOSCOPS, CARE 이후에는 LDL을 어느 정도까지 낮추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페데르센도 초기의 세 스타틴 연구 이후 관심이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How low should one go?)”로 이동했다고 지적합니다. 콜레스테롤 가설의 타당성을 논쟁하던 단계에서 LDL을 낮추는 정도와 치료전략을 최적화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4S의 가장 중요한 의미
4S를 단순히 심바스타틴의 효과를 보여준 임상시험으로 정리하면 역사적 의미를 놓치게 됩니다. 4S 이전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방법과 관상동맥질환 감소를 보고한 연구는 있었지만, 4S는 LDL을 충분히 크게 낮추고, 수천 명의 환자를 장기간 무작위 추적하면서, 전체 사망률을 일차 평가변수로 삼아 실제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4S에서 LDL은 약 35%, 주요 관상동맥 사건은 약 34%, 관상동맥 사망은 약 42% 감소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전체 사망률도 약 30% 감소했습니다.
1913년 니콜라이 아니치코프(Nikolai Anitschkow)가 토끼에게 콜레스테롤을 먹인 지 약 80년 만에 콜레스테롤 연구는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가 관계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LDL을 낮추면 사람이 실제로 더 오래 사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적어도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있고 LDL이 높은 환자에서는 그 답이 분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4S가 모든 질문을 끝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낮추면 더 좋아지는지, LDL이 정상 범위인 사람도 낮춰야 하는지, 스타틴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LDL을 낮춰도 같은 결과가 나타나는지, 얼마나 낮은 LDL까지 안전한지와 같은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후 WOSCOPS, CARE, 심장보호연구(Heart Protection Study, HPS), PROVE IT, TNT, IMPROVE-IT 그리고 PCSK9 억제제(PCSK9 inhibitor) 연구가 이어집니다. 콜레스테롤 논쟁의 중심은 이제 “낮춰야 하는가”에서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