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야기고지혈증과 스타틴

03- 4S — 콜레스테롤 논쟁의 전환점

발행: 2026-08-17 · 최종 업데이트: 2026-08-23

Series3/6
고지혈증과 스타틴의 역사

심바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 사건과 전체 사망률이 실제로 감소하는지를 검증한 4S 연구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LDL을 낮추면 실제로 사람이 덜 죽는가

20세기 후반이 되면서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의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상당히 쌓여 있었습니다. 역학 연구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일수록 관상동맥질환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과 조지프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연구를 통해 LDL 수용체의 역할을 밝혔고, LDL이 혈액에서 어떻게 제거되는지도 세포 수준에서 설명했습니다. 이어 엔도 아키라(Akira Endo)가 발견한 스타틴은 기존 약물보다 훨씬 강력하게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상의에게는 여전히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사는가?

혈액검사 수치가 좋아지는 것과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1994년 발표된 스칸디나비아 심바스타틴 생존연구(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 4S)는 이 질문에 처음으로 매우 분명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이전 콜레스테롤 저하 임상시험이 남긴 의문

4S 이전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임상시험은 식이요법, 클로피브레이트(clofibrate), 콜레스티라민(cholestyramine) 같은 치료법을 사용하여 여러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 사건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전체 사망률까지 명확하게 감소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클로피브레이트 일차예방 연구였습니다. 클로피브레이트 치료군에서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을 비롯한 일부 관상동맥 사건이 줄었지만,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가 심장질환은 줄여도 다른 사망 원인을 증가시킨다면 치료 전체의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했기에,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유익한가라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보다 분명한 임상시험이었습니다. LDL을 충분히 많이 낮출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하고, 많은 환자를 오랫동안 추적하면서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개별 사건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all-cause mortality) 자체를 평가해야 했습니다. 스타틴은 이런 연구를 처음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약물이었습니다.

테리에 페데르센과 4S의 설계

4S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은 노르웨이 심장내과 의사 테리에 페데르센(Terje Pedersen)입니다. 페데르센은 2016년 발표한 회고 논문에서 4S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스타틴이 임상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할 시점에, 단순히 LDL 수치를 낮추는 연구가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더 오래 사는지를 검증하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4S의 일차 평가변수는 전체 사망률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매우 중요했던 연구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심바스타틴을 투여한 관상동맥질환 환자가 위약을 투여한 환자보다 실제로 덜 죽는가?

4,444명의 관상동맥질환 환자

4S에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5개국의 94개 의료기관이 참여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는 안정형 협심증이 있거나 과거 심근경색을 경험한 관상동맥질환 환자로, 식이요법을 시행한 뒤에도 총콜레스테롤이 5.5–8.0 mmol/L(약 212–309 mg/dL)인 환자 총 4,444명이 등록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심바스타틴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되어 이중눈가림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심바스타틴은 하루 20mg으로 시작하여 필요한 경우 40mg까지 증량했습니다. 연구진은 전체 사망률을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사망 사건(총 사망 약 440건)이 발생할 때까지 환자를 추적하도록 설계했으며, 중앙 추적기간은 약 5.4년이었습니다.

LDL은 약 35% 감소했다

심바스타틴의 지질 개선 효과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컸습니다.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심바스타틴군에서는 총콜레스테롤이 약 25% 감소, LDL 콜레스테롤이 약 35% 감소, HDL 콜레스테롤이 약 8% 증가했습니다.

당시 사용되던 콜레스티라민이나 클로피브레이트와 비교하면 LDL 감소 폭이 훨씬 컸습니다. 그러나 4S의 역사적 의미는 단순한 LDL 수치 자체에 있지 않았으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LDL 감소가 실제 임상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전체 사망률 30% 감소

추적 기간 동안 위약군에서는 256명이 사망했고, 심바스타틴군에서는 182명이 사망했습니다. 심바스타틴군의 전체 사망 위험은 위약군보다 약 30% 낮았습니다(상대위험도 약 0.70, P값 0.0003).

사망률 감소의 대부분은 관상동맥질환 사망 감소에서 나타났습니다.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는 위약군 189명, 심바스타틴군 111명으로 약 42% 감소한 반면, 비관상동맥질환 사망은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과거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에서 제기됐던 가장 큰 우려를 해소했습니다. 스타틴은 심장병 사망을 줄이는 대신 다른 사망 원인을 증가시키는 약물이 아니었으며, 관상동맥질환 사망을 줄여 최종적으로 전체 사망률도 감소시켰습니다.

심근경색과 재관류술도 감소했다

주요 관상동맥 사건 역시 뚜렷하게 줄었습니다.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질환 사망을 포함한 주요 관상동맥 사건은 위약군 622명, 심바스타틴군 431명에게 발생하여 상대위험도가 약 34% 감소했습니다. 또한 관상동맥우회술(CABG)이나 혈관성형술 같은 재관류술이 필요할 위험도 약 37%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심바스타틴의 효과는 단순히 혈중 LDL 수치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사망, 전체 사망, 재관류술이라는 실제 임상 결과 전체를 개선했습니다.

왜 4S에서는 결과가 이렇게 분명했을까

4S 이전의 연구보다 결과가 훨씬 명확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LDL 감소 폭이 컸습니다. LRC-CPPT에서 콜레스티라민 치료로 나타난 LDL 감소 차이는 약 11% 수준이었지만, 4S에서는 LDL이 약 35% 낮아졌습니다.

둘째, 스타틴의 약리기전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스타틴은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하여 간세포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고 LDL 수용체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혈액 속 LDL 제거를 촉진했습니다.

셋째, 임상시험의 질문 자체가 명확했습니다. 4S는 전체 사망률을 일차 평가변수로 설정했고, 이를 검증할 만큼 충분한 환자 수와 사건 수를 확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결국 4S의 성공은 스타틴이라는 약물 하나의 성공이라기보다, 콜레스테롤 대사의 기초연구와 약리학,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 결합한 결과였습니다.

LDL 인과성에 결정적인 임상 증거가 더해지다

4S 하나만으로 LDL이 동맥경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스타틴에는 LDL 저하 이외에도 혈관 내피 기능, 염증, 혈전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다면발현 효과가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4S는 이미 존재하던 여러 종류의 증거 가운데 중요한 빈칸을 채웠습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서는 LDL 수용체 이상으로 LDL이 크게 증가하고 조기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했으며, 브라운과 골드스타인의 연구는 이를 세포 수준에서 설명했습니다. 스타틴은 LDL 수용체 경로를 이용해 LDL을 강력하게 낮추었고, 4S에서는 LDL을 실제로 낮췄을 때 심근경색과 관상동맥 사망뿐 아니라 전체 사망률까지 감소함이 증명되었습니다.

증거의 흐름은 점차 한 방향을 가리키기 시작했습니다.

역학적 연관성 → 유전학 → 세포생물학 → 약리학적 개입 → 무작위 임상시험

이 가운데 4S는 약리학적 개입과 실제 생존율 사이를 연결한 결정적 연구였으며, 이후 유전학과 비스타틴 약물 연구가 추가되면서 LDL의 인과성에 대한 증거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학계는 환호했지만 진료 현장은 천천히 움직였다

4S 결과는 1994년 11월 《Lancet》에 발표되었으며, 오랜 논쟁 끝에 나온 연구자들의 결정적인 안도감이었습니다. 그러나 4S 한 편으로 의료현장이 즉시 바뀐 것은 아닙니다.

페데르센의 회고에 따르면 실제 스타틴 처방이 널리 확산되기 위해서는 이후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는 추가 대규모 임상시험이 필요했습니다. 당시에는 스타틴의 가격도 높았고 장기간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으며, 수십 년 동안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한 번의 임상시험만으로 모든 의사가 즉시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WOSCOPS와 CARE 같은 연구가 비슷한 결과를 재현하면서 스타틴의 효과는 점차 넓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WOSCOPS — 일차예방으로 확대되다

4S는 이미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차예방(secondary prevention) 연구였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아직 심근경색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서도 LDL을 낮추면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가?

1995년 발표된 WOSCOPS(West of Scotland Coronary Prevention Study)는 이 질문을 다루었습니다. 심근경색 병력이 없는 고콜레스테롤 남성 6,595명이 참여하여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40mg 또는 위약을 평균 약 4.9년 동안 복용했습니다.

프라바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약 26% 낮췄으며, 관상동맥질환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으로 구성된 일차 평가변수를 약 31% 감소시켰습니다. 4S가 이차예방에서 스타틴의 효과를 보여주었다면, WOSCOPS는 고위험 일차예방에서도 스타틴의 효과가 나타남을 증명했습니다.

CARE — LDL이 아주 높지 않아도 효과가 있는가

4S 참가자들은 비교적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진 환자였으나, 모든 심근경색 환자의 LDL이 매우 높은 것은 아닙니다. 1996년 발표된 CARE(Cholesterol and Recurrent Events) 연구는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CARE에는 심근경색을 경험했지만 기저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약 139mg/dL로 아주 높지 않은 환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프라바스타틴군에서는 LDL이 기저치보다 약 32% 감소했고, 관상동맥질환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은 약 24% 감소했습니다. 이 결과는 스타틴 치료의 이점이 심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4S, WOSCOPS, CARE가 바꾼 질문

4S 이전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가 정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4S는 이차예방에서 전체 사망률 감소를 보여주었고, WOSCOPS는 일차예방으로 범위를 넓혔으며, CARE는 LDL이 아주 높지 않은 심근경색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서로 다른 스타틴과 다양한 위험군에서 유사한 결과가 반복되면서 논쟁의 질문은 전환되었습니다.

LDL을 낮추어야 하는가?
➔ 얼마나 낮추는 것이 가장 좋은가?

이후 등장한 HPS, PROVE IT-TIMI 22, TNT 등의 연구는 더욱 낮은 LDL 수치가 추가적인 임상 이득을 제공하는지를 검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했습니다.

4S 연구가 남긴 의학사적 의미

4S의 의미는 심바스타틴이라는 한 약물의 효능 증명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연구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타틴을 이용해 LDL을 충분히 낮추었을 때 실제 생존율이 향상될 수 있음을 대규모 무작위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연구로 증명했습니다.

4S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은 약 35%, 주요 관상동맥 사건은 약 34%, 관상동맥질환 사망은 약 42%, 전체 사망률은 약 30% 감소했습니다.

1913년 니콜라이 아니치코프(Nikolai Anitschkow)가 콜레스테롤을 먹인 토끼에서 동맥경화 병변을 관찰한 이후, 역학 연구와 유전학, 수용체 발견으로 이어진 수십 년의 연구에 4S는 결정적인 임상적 증거를 더했습니다. LDL을 강력하게 낮추면 혈액검사 숫자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실제로 덜 죽는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입니다.

다만 4S가 모든 논쟁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LDL을 얼마나 낮추는 것이 최적인지, 정상 범위 LDL 환자에게도 치료가 필요한지, 비스타틴 제제로 낮추어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라는 새로운 질문이 남았습니다. 이 질문들은 이후 HPS, PROVE IT-TIMI 22, TNT, IMPROVE-IT, 그리고 PCSK9 억제제 연구로 연결되며 현대 심혈관 의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참고문헌

  1. Pedersen TR. The Success Story of LDL Cholesterol Lowering. Circulation Research. 2016;118(4):721–731. doi:10.1161/CIRCRESAHA.115.30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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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ommittee of Principal Investigators. A Co-operative Trial in the Primary Prevention of Ischaemic Heart Disease Using Clofibrate. British Heart Journal. 1978;40(10):1069–1118. doi:10.1136/hrt.40.10.1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