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톤 식이 논쟁을 검증한 대사병동 실험: NuSI와 케빈 홀의 연구
발행: 2025-01-10 · 최종 업데이트: 2025-01-10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수행된 케빈 홀의 대사병동 연구와 NuSI의 역할을 정리합니다.
왜 이 논문이 중요한가
저탄수화물 식이, 특히 케톤 식이(ketogenic diet)는 오랫동안 “같은 칼로리라도 탄수화물을 줄이면 더 살이 빠진다”는 주장과 함께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 주장의 핵심에는 탄수화물-인슐린 모델(carbohydrate–insulin model)이 있습니다.
이 모델은 탄수화물 섭취가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그 결과 지방이 연소되지 못하고 저장되며, 에너지 소비(energy expenditure)까지 억제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같은 열량이라면, 탄수화물과 지방의 비율을 바꾸는 것만으로 에너지 소비와 체지방 감소에 의미 있는 차이가 생길까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 한 연구가 바로 케빈 홀이 주도한 이 논문입니다.
NuSI는 왜 이 연구를 지원했는가
NuSI(Nutrition Science Initiative)는 영양학 분야의 오랜 논쟁을 엄격한 실험 설계로 검증하자는 목적에서 설립된 비영리 연구 지원 단체입니다.
특히 NuSI는 탄수화물-인슐린 모델이 기존의 “칼로리는 칼로리다”라는 관점과 충돌한다고 보고, 이 가설이 실제 생리학적으로 타당한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논문은 바로 그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였습니다.
자유 생활 환경이 아닌 대사병동(metabolic ward)에서 피험자를 장기간 통제하며, 섭취 열량과 단백질을 동일하게 유지한 채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만 극단적으로 바꾸는 실험은,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거의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연구는 NuSI가 제기한 질문에 대해 불리할 수도 있는 결과를 포함해공개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 설계의 핵심
이 연구의 가장 큰 강점은 연구 환경과 측정 방법의 정밀함에 있습니다. 연구 대상자는 과체중 또는 비만에 해당하는 성인 남성 17명이었으며, 모두 대사병동(metabolic ward)에 입원한 상태에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즉, 연구 기간 동안 모든 식사는 연구진이 제공했고, 외부 음식 섭취는 철저히 차단되었습니다.
식단 구성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약 4주간 고탄수화물 기반의 일반 칼로리 제한 식단을 제공했고, 이후 동일한 칼로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저탄고지 케토 식단을 4주간 제공했습니다. 이 중 초기 2주는 적응 기간으로 간주되어 주요 분석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에너지 섭취량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이중표지수법(doubly labeled water)을 활용해 실제 에너지 소비를 정밀하게 추정했고, 체지방량은 이중 에너지 방사선 흡수법(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DXA)으로 측정했습니다. 현재 인체 대사 연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방법들이 동원된 셈입니다.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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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식사는 연구진이 제공하고 직접 관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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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음식 섭취는 불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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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는 대사 챔버와 이중표지수법(doubly labeled water)이라는 정밀한 방법으로 측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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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분은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으로 분석했습니다.
즉, “식이를 잘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라는 흔한 비판을 최소화한 연구입니다.
인슐린 감소와 체중 감소는 별개의 문제
저탄고지 식단의 핵심 논리는 인슐린 분비 감소입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도 저탄고지 식단 동안 24시간 소변 C-펩타이드로 추정한 인슐린 분비는 약 47% 감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슐린 분비 감소가 체지방 감소의 가속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탄수화물이 살이 찌는 주범”이라는 단순한 설명이 현실의 인체 대사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체중과 체지방 조절은 인슐린 하나의 변수로 결정되지 않으며, 에너지 균형과 다양한 대사 경로가 함께 작용합니다.
저탄고지는 반드시 나쁜 식단일까?
이 연구 결과가 저탄고지 식단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 역시 강조하듯이, 다이어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어떤 식단이든 본인이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체중 조절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탄고지 식단은 식단 구성의 제약이 크고, 사회적·문화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피로감, 소화 문제, 또는 장기적인 순응도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방 섭취 증가와 장-면역 관점에서의 우려
저탄고지 식단에서는 지방 섭취 비중이 매우 높아집니다. 일부에서는 기버터(ghee)와 같은 지방을 “좋은 지방”으로 강조하지만,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있습니다. 장내 독소로 알려진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는 지방과 함께 흡수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지방 섭취가 많은 식단에서는 장에서 혈액으로 면역독소(LPS)가 더 쉽게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대사 건강뿐 아니라 만성 염증과 면역 반응 측면에서도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하며
2016년 NuSI 지원 연구는 매우 통제된 환경과 정밀한 측정을 통해, 저탄고지 식단이 동일 칼로리 조건에서 체지방 감소에 특별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체중 감소의 핵심은 특정 영양소를 악마화하는 데 있지 않으며, 에너지 균형과 개인의 생활 방식, 그리고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다이어트는 이론이 아니라, 각자의 삶 속에서 현실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연구입니다.
케빈 홀은 누구인가
케빈 홀(Kevin D. Hall)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당뇨·소화·신장질환연구소(NIDDK)에서 활동한 대사 연구자입니다.
그는 수학적 모델링과 대사병동 실험을 결합해 에너지 균형(energy balance)과 체중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연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징적인 점은 특정 식이 이념을 옹호하기보다, 측정 가능한 데이터와 물리적 제약을 중시한다는 태도입니다.
이 연구에서도 그는 NuSI의 지원을 받았지만, 결과가 특정 가설에 유리하게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를 그대로 보고했습니다. 이는 과학적 신뢰성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캐빈홀은 2025년 NIH를 사퇴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부 기사에서는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인 케네디 주니어가 이끄는 조직의 검열과 공공보건 정책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최근 기사에 의하면 그가 최근 공동 저술한 책 ‘푸드 인텔리전스: 우리를 치유하거나 병들게 하는 음식의 과학’(Food Intelligence: The Science of How Food Both Nourishes and Harms Us)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20년 넘게 재직한 NIH에서 물러났다고 전해집니다.
이 연구가 남긴 의미
이 논문은 “칼로리는 단순히 숫자일 뿐”이라는 주장도, “탄수화물을 줄이면 자동으로 대사가 유리해진다”는 주장도 모두 단순화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사는 훨씬 복잡하며, 인슐린 하나로 모든 체지방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NuSI는 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사실상 해체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가설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실험을 통해서 검증해야만 합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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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KD et al. Energy expenditure and body composition changes after an isocaloric ketogenic diet in overweight and obese men. Am J Clin Nut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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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KD et al. Calorie for calorie, dietary fat restriction results in more body fat loss than carbohydrate restriction in people with obesity. Cell Metab.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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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KD. What is the role of carbohydrate restriction in body weight regulation? Journal of Nutrition.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