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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I 프로젝트는 왜 실패했는가: 비만의 탄수화물-인슐린 가설의 실패

발행: 2025-12-24 · 최종 업데이트: 2025-12-24

피터 아티아와 개리 타우브스가 시작한 NuSI 프로젝트의 탄생, 실험, 그리고 해체 과정을 통해 과학 연구의 한계를 살펴봅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보다는,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NuSI(Nutrition Science Initiative)는 한때 영양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출범했던 연구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피터 아티아개리 타우브스가 있었습니다.

피터 아티아, 개리 타우브스
그림 1. NuSI를 대표한 피터 아티아와, 개리 타우브스, 이들은 케빈홀에게 의뢰하여 탄수화물-인슐린 가설을 증명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피터 아티아는 장수의학과 대사 질환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의사이며, 개리 타우브스는 「왜 우리는 살찌는가」, 「설탕을 고발한다」 등으로 잘 알려진 과학 저널리스트입니다. 두 사람 모두 공학 또는 물리학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로 인해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을 비교적 단순한 이론 구조로 설명하려는 성향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위치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피터 아티아는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였고, 개리 타우브스는 연구를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기존 연구를 해석하고 비판하는 데 강점이 있는 저널리스트였습니다. 이 차이는 이후 NuSI의 방향성과 한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1. “과학을 되살리겠다”는 선언

2012년, 두 사람은 현대 영양학이 과학적 엄밀성을 상실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NuSI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들은 기존 영양학이 관찰 연구(epidemiology)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고, “지방은 해롭다”, “칼로리가 전부다”와 같은 단순한 메시지가 충분한 실험적 검증 없이 확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NuSI의 핵심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탄수화물-인슐린 가설(carbohydrate–insulin hypothesis)을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이라는 가장 엄격한 방식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스스로 “영양학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부르며, 학문적 판도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2. 막대한 자금과 연구 설계

이 선언은 실제 자금으로 이어졌습니다. NuSI는 총 4천만 달러에 달하는 후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며, 핵심 후원자는 이후 Arnold Ventures로 이름을 바꾼 Laura & John Arnold 재단이었습니다. 이 자금은 당시 영양학 연구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규모였습니다.

NuSI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국립보건원과 협력하여 여러 건의 임상 연구를 추진했습니다. 연구 설계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 동일한 열량 조건에서 탄수화물 제한식과 지방 제한식은 에너지 소비에 차이를 만드는가

  • 인슐린 반응은 체중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가

  • 장기간 체중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모든 연구는 무작위배정, 대조군 설정, 식단 엄격 통제 등 당시 기준에서 ‘황금 표준’이라 불릴 만한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3. 데이터가 신념을 따르지 않을 때

그러나 연구 결과는 창립자들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특히 케빈 홀박사가 주도한 공동 연구에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더라도 총 열량이 동일하면 체중 감소의 차이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래 관련 문서에 논문을 정리했습니다.)

인슐린 수치의 변화 역시 일부 조건에서만 관찰되었을 뿐, 비만의 단일 원인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이는 “탄수화물이 비만의 주범”이라는 단순한 설명이 실제 생리학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NuSI 창립자 측은 “우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과학적 독립성을 내세웠던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특정 가설을 입증하려는 구조였다는 한계가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4. 조직의 해체

연구 방향을 둘러싼 갈등은 곧 재정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후원 재단은 장기 지원을 중단하고 단기 계약으로 전환하였으며, 조직의 지속 가능성은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2015년 말 피터 아티아는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6년 초 NuSI는 사무실을 폐쇄하며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이후 몇 년간 이름만 남아 있었지만, 실질적인 연구 활동은 이 시점을 끝으로 중단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5. 칼로리는 칼로리이다.

NuSI 프로젝트의 핵심 실험은, 결과적으로 매우 단순한 사실을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열량이 동일하게 통제된 조건에서는, 탄수화물 비율을 극단적으로 낮추더라도 에너지 소비나 체중 감소가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비만에서 흔히 말하는 탄수화물-인슐린 가설, 즉 “탄수화물 제한이 칼로리와 무관하게 체중 감소를 유도한다”는 주장이 실험적으로 지지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이 연구는 ‘칼로리는 칼로리다’라는 원칙이 인간 대사에서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 실험이었습니다.

6. NuSI가 남긴 의미

NuSI는 사라졌지만, 영양 연구에서 실험 설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과학은 신념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신념이 틀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단순한 결론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였을지 모르지만, NuSI는 오히려 영양과 대사의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를 정직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았습니다.

마무리하며

앞으로도 건강과 영양을 둘러싼 다양한 이론들은 계속 등장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과학은 언제나 겸손해야 하며, 데이터는 우리의 기대를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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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Hall KD et al. Energy balance and its components: implications for body weight regulation.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논문 링크

  2. Taubes G. The science of obesity: what do we really know? BMJ. assay 링크

  3. Ludwig DS, Ebbeling CB. The carbohydrate–insulin model of obesity. JAMA Internal Medicine. [논문 링크] (https://doi:10.1001/jamainternmed.2018.2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