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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과당은 순수 과당이 아닙니다

발행: 2025-07-07 · 최종 업데이트: 2025-12-25

액상과당(HFCS)을 과당 100% 독극물처럼 설명하는 사이비 담론을 반박하고, 설탕과의 실제 대사적 차이를 정리합니다.

액상과당과 설탕 논쟁, 정말 본질은 무엇일까

일상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표현은 이제 다이어트 서적이나 건강 콘텐츠에서 거의 상식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콜라나 가공식품 성분표에 적힌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 Fructose Corn Syrup, HFCS)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마치 피해야 할 성분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과연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본질적으로 더 해로운 물질일까요?
이 글에서는 액상과당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짚어보고, 설탕과의 실제 차이,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주의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지 차분히 살펴보려 합니다.

액상과당은 정말 ‘과당 덩어리’일까

이름만 놓고 보면 액상과당은 100% 과당으로 구성된 것처럼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식품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HFCS-55의 조성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HFCS-55는 과당 약 55%, 포도당 약 45%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설탕, 즉 자당(sucrose)은 과당 50%와 포도당 50%가 결합된 이당류입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두 감미료의 구성 차이는 매우 작습니다.

이 때문에 액상과당과 설탕은 체내에서 거치는 대사 경로 역시 거의 유사합니다. 특정 감미료가 본질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과학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혼란을 느끼고, 심지어 “속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액상과당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해하면, 이러한 유사성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액상과당은 왜 등장했을까

액상과당의 등장은 건강 이슈가 아니라 경제적 필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설탕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품 산업 전반에 부담이 커졌습니다. 반면, 옥수수는 보조금 정책과 생산성 향상으로 공급이 과잉 상태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기술적 전환점이 등장합니다. 1965년, 일본의 연구진이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소를 발견하면서, 옥수수 전분을 단맛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이 기술이 바로 오늘날 액상과당 산업의 출발점이 됩니다.

즉,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더 달아서”가 아니라, 더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채택된 감미료입니다.

HFCS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액상과당의 제조 과정은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먼저 옥수수에서 전분을 추출한 뒤, 이를 α-아밀레이스와 글루코아밀레이스 효소로 분해해 포도당으로 전환합니다. 이후 포도당의 일부를 글루코스 이소머레이스(glucose isomerase)라는 효소를 이용해 과당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것이 HFCS-42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해당 효소 반응이 평형 상태에 도달하면 과당 비율이 약 42% 수준에서 멈춘다는 사실입니다. 즉,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더 높은 과당 비율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료에 사용되는 HFCS-55는 추가 공정을 거칩니다. 일부 시럽을 정제해 과당이 약 90%인 HFCS-90을 만든 뒤, 이를 HFCS-42와 혼합해 최종적으로 HFCS-55를 완성합니다. 이 과정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공정도 복잡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과당 100% 용액에 다시 글루코스 이소머레이스를 처리하면, 일부 과당은 다시 포도당으로 전환됩니다. 이 효소는 단방향이 아니라 상호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 과당 100% 용액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비용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이유는 HFCS-55가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도록 설계된 최적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당은 무조건 설탕보다 훨씬 더 달다”는 주장은 실제 식품 설계 맥락에서는 과장된 표현에 가깝습니다.

설탕은 분해되고, 액상과당은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더 위험할까

이 주장에는 몇 가지 요소가 섞여 있습니다.

첫째,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소화 과정에서 분해가 필요합니다. 반면 액상과당은 이미 단당류 상태이기 때문에 흡수가 빠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둘째, 실제 흡수 속도만 놓고 보면 과당보다 포도당이 더 빠르게 흡수됩니다. 즉, 설탕이 분해된 이후에는 포도당 성분이 오히려 빠르게 혈중으로 들어갑니다.

셋째, 혈당 반응은 포도당에 의해 결정됩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1:1로 존재하기 때문에 혈당에 미치는 영향만 놓고 보면 설탕이 더 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면, 이론적으로 어느 한쪽이 명확하게 더 불리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를 비교한 임상 연구에서도 두 감미료의 혈당, 인슐린, 중성지방, 렙틴, 그렐린 반응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설탕과 과당의 인체에 미치는 영향
그림 1. 설탕과 과당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비교

2008년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HFCS 또는 자당으로 감미된 음료를 섭취한 성인 남녀 34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대사 지표를 추적했는데, 결과는 사실상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인체가 HFCS와 설탕을 기능적으로 같은 물질로 인식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즉, 설탕이 해로운 만큼 액상과당도 해로운 것이지, 액상과당이 특별히 더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FCS가 더 쓰이는 이유

식품 산업에서 HFCS가 선호되는 이유는 단순히 “값이 싸서”만은 아닙니다.

미국의 옥수수 보조금 정책 덕분에 원가가 낮고, 액체 상태라 대량 생산과 혼합 공정이 용이합니다. 또한 과당 함량을 조절해 제품 간 맛의 편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더해, 사탕수수는 주로 열대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반면 HFCS는 자국 내 농업과 산업 구조로 완결되는 감미료입니다.

사탕수수 산업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역사적으로 저임금·저안전 노동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반대로 HFCS 산업은 자동화와 기술 집약적 구조를 갖고 있어 고용 규모는 작지만 안정성이 높은 편입니다. 어느 쪽이 더 “윤리적”이라고 단순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구조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왜 액상과당만 유독 비난받을까

액상과당이 집중적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대사 특성보다는 사용되는 식품군과 관련이 깊습니다. HFCS는 주로 탄산음료, 스포츠 음료, 시리얼, 소스 등 빠르게 섭취되고 포만감이 낮은 초가공식품에 사용됩니다.

이러한 식품들은 한 번에 많은 열량을 섭취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액상과당 그 자체라기보다, 과잉 섭취를 유도하는 식품 환경입니다. 설탕으로 바꾼다고 해서 이러한 음식이 갑자기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핵심은 ‘무엇을 얼마나 먹느냐’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HFCS냐 설탕이냐 중 무엇이 더 낫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당류와 열량을 얼마나, 어떤 형태로 섭취하고 있는가”입니다.

두 감미료는 성분과 대사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둘 다 과도하게 섭취되면 체중 증가, 대사 증후군,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액상과당이 더 자주 문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그것이 독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초가공식품 소비를 늘리는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요약하자면, 액상과당은 설탕과 본질적으로 매우 유사한 감미료입니다.
우리가 진짜로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성분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과잉 섭취를 일상화하는 식생활 구조입니다.

“액상과당은 독이다”라는 단순한 프레임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은 감미료의 이름이 아니라, 전체 식단과 소비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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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Bray, G. A., Popkin, B. M. (2014). Dietary Sugars and the Risk of Metabolic Syndrome and Type 2 Diabetes. Molecular Aspects of Medicine, 37, 91–105.

  2. Stanhope, K. L. et al. (2008). Consuming fructose- or glucose-sweetened beverages increases visceral adiposity and lipids.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87(5), 1194–1203.

  3. Malik, V. S., Hu, F. B. (2015). Fructose and Cardiometabolic Health.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101(6), 11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