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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는 어떻게 발견되었는가: 흉선과 림프구의 분화

발행: 2025-12-27 · 최종 업데이트: 2025-12-27

피터 노웰과 자크 밀러의 발견을 통해 T세포 개념이 형성된 과정을 살펴봅니다.

Immunological function of the thymus
J F MILLER · Lancet · 1961
밀러의 논문은 “흉선은 면역계의 중심이며, T세포는 흉선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였습니다. 동일한 실험이 2025년 노벨상을 받은 Treg의 연구로까지 이어집니다.
쟈크 밀러
그림 1. 쟈크 밀러, 흉선이 면역에 필수적인 기관이며 T세포가 흉선에서 분화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한 면역학자.

면역학이 오늘날처럼 정교한 실험과 개념을 갖춘 학문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몇 개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피터 노웰의 발견이었고, 또 하나는 흉선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 놓은 자크 밀러의 실험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연구는 “림프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처음으로 구조적인 답을 제시하며, T세포(T cell)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림프구는 증식이 가능했지만, 정체는 알 수 없었다

노웰은 식물 렉틴인 피토헤마글루티닌(phytohemagglutinin, PHA)을 이용해 림프구가 갑자기 커지고 분열을 시작하는 장면을 관찰했습니다. 이 발견으로 면역학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의 학문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조작할 수 있는 실험 과학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었습니다. 노웰이 깨운 그 림프구가 정확히 어떤 세포인지 아무도 몰랐다는 점입니다.
1960년 무렵까지만 해도 림프구는 하나의 세포 집단으로 여겨졌고, 서로 다른 종류나 기능이 존재한다는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교과서에서 당연하게 배우는 T세포와 B세포(B cell)의 구분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후에 밝혀졌지만 노웰이 증식시킨 림프구는 T세포였습니다.

흉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장기로 여겨졌을까

흉선(thymus)은 오래전부터 해부학적으로는 잘 알려진 기관이었습니다. 소아기에는 크고 림프구로 가득 차 있지만, 사춘기를 지나면서 점차 지방 조직으로 바뀌는 특징적인 변화를 보입니다. “흉선에 림프구가 많다”는 사실 자체는 새로운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 초의 해부학자들이 흉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능보다는 퇴행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작아지는 기관이라는 이유로, 흉선은 목적 없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퇴행 기관’ 정도로 취급되었습니다.
당시 림프구는 현미경에서 보아도 조용히 쉬고 있는 세포처럼 보였고, 면역학자들의 관심은 주로 혈청과 항체에 쏠려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흉선이 면역의 중심일 수 있다”는 생각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Gross 바이러스가 던진 이상한 신호

1950년대 중반, Arnold J. Gross는 신생 마우스에 감염되는 C형 레트로바이러스가 림프계 종양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종양이 거의 예외 없이 흉선에서 시작된다는 관찰이었습니다.

마우스는 생후 몇 주 만에 흉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그 안에서 림프종이 폭발적으로 자라났습니다. Gross는 이를 “thymic origin leukemia”라고 불렀지만, 당시에는 단순한 기술적 관찰로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왜 항상 흉선인가”라는 질문은 훗날 흉선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자크 밀러의 질문, “림프구는 하나뿐인가”

1960년대 초반, 밀러는 런던에서 백혈병과 면역 반응의 관계를 연구하던 중 흉선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아주 단순하지만 과감한 실험을 설계합니다.
생후 3일 된 생쥐에서 흉선을 제거하고, 그 이후의 변화를 관찰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흉선이 제거된 생쥐는 감염에 극도로 취약해졌고, 항체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으며, 림프구 수 자체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밀러는 이 실험을 통해 흉선이 단순한 잔여 기관이 아니라, 림프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핵심 장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이 발견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습니다.
림프구는 하나의 세포 집단이 아니라, 흉선에서 만들어지는 별도의 림프구 집단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림프구 내부에 구조적 분화가 있다는 최초의 실험적 증거였습니다.

흉선 유래 림프구, 그리고 T세포의 탄생

밀러는 반복 실험을 통해 흉선이 제거된 생쥐에서 공통된 결핍을 확인합니다. 조직 내 림프구가 줄어들고, 특히 ‘작은 림프구’가 거의 사라지며, 면역 반응이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작은 림프구들이 바로 흉선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당시에는 이 세포에 특별한 이름이 없었습니다. 단지 “흉선 유래 림프구”(thymus-derived lymphocytes)라고 불렸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이 긴 이름을 줄여 T-lymphocyte, 즉 T세포라고 부르게 됩니다.
이 순간부터 면역학은 림프구를 단일 집단이 아닌, 계층과 분화를 가진 세포군으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PHA는 사실 T세포를 깨우고 있었다

노웰은 T세포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에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PHA가 어떤 림프구를 자극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의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이 밝혀집니다.

PHA는 T세포를 매우 강력하게 활성화하지만, B세포나 다른 면역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즉, 노웰이 관찰한 “림프구의 각성”은 사실상 T세포의 활성화였던 셈입니다.
개념은 나중에 생겼지만, 그 증거는 이미 관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림프구 분화의 첫 장면

이제 림프구는 두 갈래로 나뉘게 됩니다.
T세포는 세포성 면역, 사이토카인(cytokine) 신호, 표적세포 공격과 조절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면 B세포는 항체 생산과 체액성 면역을 맡습니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당연한 이 구분이, 1960년대에는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인 시각이었습니다. 노웰이 “림프구는 깨어난다”는 문을 열었고, 밀러는 “그 림프구는 적어도 두 종류다”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T세포는 이렇게 태어났다

T세포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우연처럼 보였던 노웰의 관찰, 흉선의 비밀을 파헤친 밀러의 실험, 그리고 후대 연구자들의 해석이 오랜 시간 축적되며 만들어진 집단적 발견입니다.
오늘날의 복잡한 T세포 신호 체계도, 그 출발점은 이렇게 단순한 관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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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 Miller JFAP. Immunological function of the thymus. Lancet. 논문

  2. Nowell PC. Phytohemagglutinin: an initiator of mitosis in cultures of normal human leukocytes. Cancer Research. 논문

  3. Gross L. Pathogenic properties and “vertical” transmission of mouse leukemia viruses. Proceedings of the 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