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eukin-6의 탄생: B세포 도움 인자에서 전신 염증의 핵심 조절자로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86년 Nature에 발표된 인간 IL-6 cDNA 클로닝 논문은, T세포 유래 B세포 자극 인자(BSF2)의 분자적 실체를 처음으로 규명하며, 이후 IL-6가 만성 염증, 자가면역, 사이토카인 폭풍까지 관여하는 핵심 사이토카인임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T세포 도움”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긴 여정
면역학에서 T세포 도움(T-cell help)이라는 개념은 매우 단순한 관찰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우스 비장세포를 시험관에서 항원으로 자극하면 항체가 만들어지지만, T세포를 제거하면 그 반응이 거의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B세포의 항체 생산에는 반드시 T세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하지만 곧 질문은 한 단계 더 깊어졌습니다.
“T세포는 정확히 무엇을 통해 B세포를 돕는가?”
1970년대 초, 일부 연구자들은 T세포가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배양 상층액만으로 B세포 반응이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찰합니다.
이로부터 ‘수용성 인자(soluble factor)’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면역학은 세포 간 상호작용을 분자의 언어로 번역하려는 단계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각 연구실은 서로 다른 실험계를 사용했고, 각각의 조건에서 관찰되는 인자에 서로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이어진 ‘분자를 끝까지 좇는’ 연구 전통
이 혼란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 바로 일본 연구자들이었습니다. Tadamitsu Kishimoto를 중심으로 한 오사카대 연구진은, “T세포 도움”을 단순한 기능 묘사가 아니라 하나의 분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습니다.
이 흐름의 핵심 인물이 바로 이 논문의 제1저자인 Toshio Hirano입니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사람 면역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B세포 자극 인자를 직접 규명하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당시 많은 연구자들이 유전적 도구가 잘 갖춰진 마우스 모델로 이동하고 있었지만, Hirano는 의도적으로 사람 B세포 시스템을 고집합니다. 이 선택은 실험을 느리게 만들었지만, 훗날 IL-6가 임상면역학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BSF2라는 이름이 말해 주는 한계
Hirano가 연구하던 인자는 사람 B세포에 작용해 면역글로불린 생산을 유도했기 때문에 B cell stimulatory factor 2(BSF2)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이름은 당시로서는 매우 합리적이었고, 실험 결과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 인자는 점점 이름이 담아낼 수 없는 분자가 되어 갔습니다.
같은 단백질이 B세포에서 항체 분비를 유도할 뿐 아니라, 간세포에서 급성기 단백질을 증가시키고, 염증 상황에서 다양한 조직에서 유도된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다른 연구자들은 이와 동일한 분자를 interferon-β2, hepatocyte-stimulating factor 등 전혀 다른 이름으로 보고하고 있었습니다.이는 BSF2가 잘못 정의된 분자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얼굴을 가진 분자였음을 의미합니다.
HTLV-1 T세포주가 가능하게 한 ‘물량 실험’
BSF2 연구의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항상 물량이었습니다. 사람 T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자의 양은 극히 적었고, 정제 과정에서 활성은 쉽게 사라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HTLV-1에 의해 불멸화된 인간 T세포주였습니다. 이 세포주는 IL-2 없이도 증식했고, 정상 T세포보다 수백 배 많은 양의 BSF2를 분비했습니다.
이 덕분에 Hirano는 마침내 단백질을 완전히 균질한 상태로 정제하고, 단일 N말단을 가진 단백질임을 확인하며, 분자량이 약 21 kDa임을 확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B세포를 자극하는 어떤 활동”이 아니라, 하나의 명확한 단백질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단백질에서 유전자로: 정공법의 집요함
1986년 Nature 논문에서 연구진이 사용한 전략은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고전적이지만, 당시로서는 극도의 집요함이 요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제된 단백질을 효소로 절단해 여러 펩타이드 조각을 만들고, 각각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한 뒤, 가능한 DNA 서열을 역으로 추론해 방사성 표지 올리고뉴클레오티드를 제작합니다.
이 프로브를 이용해 HTLV-1 T세포주에서 만든 cDNA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한 결과, 연구진은 여러 펩타이드 서열과 정확히 대응하는 단 하나의 cDNA 클론을 찾아냅니다.
이 cDNA를 COS 세포에 발현시키자, 그 상층액은 사람 B세포에서 면역글로불린 생산을 농도 의존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예측된 단백질 크기 역시 수년간 정제해 온 천연 단백질과 거의 완벽히 일치했습니다.
하나의 분자, 그리고 너무 다양한 효과
이 순간, 연구진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BSF2는 단순한 “B세포 도움 인자”가 아니라, 훨씬 더 넓은 생리적 역할을 가진 분자라는 점입니다.
이후의 연구는 이 직감을 빠르게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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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6는 간에서 급성기 반응 단백질을 유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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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계 세포의 분화에 관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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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반응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조절합니다
이로써 사이토카인은 면역계 내부의 국소 신호가 아니라, 전신 생리 조절자(systemic regulator)로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IL-6는 그 전환을 상징하는 분자였습니다.
IL-6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이 분자는 결국 Interleukin-6(IL-6)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됩니다. 이는 단순한 명명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IL-6라는 이름은 이 분자가 B세포, T세포, 간세포, 조혈계 세포 등 여러 세포 사이(inter-leukin)를 연결하는 핵심 신호라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오늘날 IL-6는 류마티스 관절염,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흔히 말하는 사이토카인 스톰), 중증 감염과 같은 다양한 병리 현상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이해의 출발점이 바로 1986년 이 논문이었습니다.
정리하며
이 Nature 논문은 하나의 사이토카인을 발견한 연구라기보다, 면역학의 시야를 넓힌 연구였습니다.
“T세포가 B세포를 어떻게 돕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그 답이 전신 염증과 생리 조절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IL-6는 그렇게, 실험실의 B세포 배양 접시에서 출발해 현대 의학의 중심 무대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