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leukin-4: T세포 도움을 하나의 분자로 묶어낸 결정적 순간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4
1986년 Nature에 발표된 IL-4 cDNA 클로닝 논문은, B세포 성장·항체 class switch·MHC class II 발현 증가라는 서로 다른 기능들이 하나의 T세포 유래 사이토카인에 의해 동시에 조절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하며, T세포 도움의 분자적 실체를 확립했다.
“T세포 도움”이라는 개념이 너무 커져 버렸을 때
1960년대 후반, 면역학자들은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T세포와 B세포를 분리해 놓고 항원을 자극하면, B세포는 항체를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단순한 관찰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T세포 도움(T-cell help)”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개념이 너무 넓고 모호해졌다는 데 있었습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연구자들은 이런 질문에 부딪히게 됩니다.
“T세포는 도대체 무엇을 이용해 B세포를 도와주는가?”
B세포의 증식을 돕는 신호, 항체 class를 바꾸게 하는 신호, MHC class II 발현을 증가시키는 신호가 모두 서로 다른 분자인지, 아니면 하나의 분자가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IgG1 switch factor라는 실마리
이 논문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1982년 _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_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이 있습니다.
Ellen Vitetta는 T세포에서 유래한 어떤 인자가 B세포가 만드는 항체를 선택적으로 IgG1으로 전환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이 인자를 IgG1 switch factor라고 불렀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William E. Paul의 그룹은 비슷한 조건에서 관찰되는 인자를 B세포 성장 인자(B-cell growth factor)로 해석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면역학계의 질문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IgG1 switch factor와 B-cell growth factor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분자생물학과 생물학적 assay의 결합
이 난제를 풀기 위해 힘을 합친 연구실이 바로 일본 오사카대의 Tetsuya Honjo연구실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Eva Severinson연구실이었습니다.
두 연구실의 강점은 명확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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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rinson: IgG1 class switch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bioassay를 이미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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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jo: cDNA 라이브러리 제작과 발현 시스템에 능숙한 분자생물학자
이 논문은, 이 두 전문성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 결과물입니다.
10⁹개의 T세포와 하나의 질문
Severinson은 IL-2 의존적인 2.19 T세포주를 ConA로 자극해 엄청난 양의 “정체불명 B세포 도움 인자”를 분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이 세포를 키운 규모는 무려 10⁹개였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상당한 물량 실험이었습니다.
이 세포들에서 RNA를 추출해 Honjo 연구실로 보내면, Honjo 측에서는 이 RNA를 분획해 “어느 mRNA 분획이 IgG1 switch 활성을 갖는가”를 Severinson의 bioassay로 하나하나 검증했습니다.
SP6 프로모터와 개구리 난(oocyte)
기존 방식으로는 진전이 더뎠던 이 연구는, Harvard의 Tom Maniatis 그룹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 덕분에 돌파구를 맞습니다.
바로 SP6 RNA polymerase를 이용해 cDNA로부터 RNA를 합성하고, 그 RNA를 개구리 난(oocyte)에 주입해 단백질을 번역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접근법의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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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정제하지 않아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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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NA 하나하나의 기능을 직접 시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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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assay와 즉각적으로 연결 가능
Honjo는 이 시스템을 그대로 IgG1 switch factor 탐색에 적용합니다.
하나의 cDNA가 모든 것을 설명하다
수차례의 분획과 재클로닝 끝에, 연구진은 374번 cDNA 클론이 강력한 IgG1 유도 활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 cDNA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은, IgG1 분비 세포 수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IgG2b, IgG3 분비는 억제하며, B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MHC class II 발현까지 증가시켰습니다.
즉, 그동안 서로 다른 인자로 여겨졌던 기능들이 모두 하나의 단백질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정도면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논문 토론 부분에서 연구진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나의 T세포 유래 단백질이 B세포에서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결론에 따라, 이 분자는 Interleukin-4(IL-4)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IL-1, IL-2에 이어, 면역학자들이 명확한 분자적 정의를 가진 새로운 인터류킨을 하나 더 손에 넣은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밝혀진 의미
이 논문 이후의 연구는 IL-4의 중요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냅니다.
- IL-4는 IgG1뿐 아니라 IgE class switch를 유도
- IL-4 결손 마우스는 IgE를 거의 만들지 못함
- IL-4/IL-13 축은 알레르기 질환의 핵심 경로로 확인
오늘날 dupilumab과 같은 치료제가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에서 큰 효과를 보이는 배경에는, 바로 이 시기의 기초 연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1986년 이 Nature 논문은 “T세포 도움”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하나의 사이토카인, 하나의 유전자, 하나의 분자로 묶어낸 연구였습니다.
이 논문은 우리에게 다음 사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좋은 bioassay와 적절한 분자생물학적 도구가 결합되면, 복잡해 보이던 면역 현상도 하나의 분자로 환원될 수 있다.
IL-4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참고 문헌
- Noma, Y., Sideras, P., Naito, T. et al. Cloning of cDNA encoding the murine IgG1 induction factor by a novel strategy using SP6 promoter. Nature 319, 640–646 (1986). https://doi.org/10.1038/319640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