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40 자극과 IL-4로 인간 B세포를 키우려는 첫 시도
발행: 2026-01-04 · 최종 업데이트: 2026-01-04
1991년 Science 논문을 통해 본 CD40–IL-4 의존적 인간 B세포 장기 배양 시스템의 의미와 한계
1. 문제의식: B세포는 왜 오래 키우기 어려웠을까
1991년 1월, Science에 발표된 이 논문은 하나의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풀리지 않았던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정상 인간 B세포를 장기간 증식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당시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로 하이브리도마(hybridoma) 기술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이는 B세포를 종양 세포와 융합시키는 방식으로, 과정이 복잡하고 적용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만약 정상 B세포 자체를 안정적으로 배양할 수 있다면, 항체 생산의 개념 자체가 크게 단순화될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Jacques Banchereau는 당시 프랑스 리옹(Lyon) 인근에 위치한 Schering-Plough 계열 면역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공동 저자들 역시 유럽 대륙 연구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2. 사상적 배경: T세포는 반드시 ‘접촉’해야 하는가
이 연구의 사상적 뿌리는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1년, 런던에서 활동하던 Av Mitchison은 T세포가 B세포를 제대로 도와주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세포 간 접촉이 필요하다는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이 개념은 이후 인지적 인식(cognate recognition)이라는 용어로 정리되었습니다.
즉, T세포와 B세포는 단순히 사이토카인(cytokine)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직접 맞닿는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인터루킨(interleukin)과 같은 용해성 인자들의 기능이 하나둘 밝혀지면서, “굳이 직접 접촉이 필요할까?”라는 의문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논문은 다시 한 번 접촉 신호의 중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킵니다.
3. CD40의 발견과 의미
이야기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은 Mitchison의 제자였던 Ed Clark입니다.
그는 이후 시애틀의 University of Washington으로 자리를 옮겨 B세포와 T세포 상호작용을 연구하던 중, 새로운 세포 표면 분자를 인식하는 단클론 항체를 발견합니다.
이 분자는 이후 CD40으로 명명되었습니다.
CD40은 이후 연구를 통해 TNF 수용체(TNF receptor) 계열에 속하며, 세포 증식과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수용체임이 밝혀집니다.
Ed Clark의 연구팀은 anti-CD40 항체가 B세포 증식을 유도할 수 있으며, 여기에 인터루킨-4(IL-4)를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크게 증폭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4. 실험 전략: 사람 편도에서 얻은 B세포
논문의 저자들은 이 신호 조합을 이용해 장기 배양이 가능한 인간 B세포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B세포는 사람 편도(tonsil) 조직에서 분리되었습니다. 편도는 림프소포가 풍부해 인간 B세포를 얻기에 적합한 조직입니다.
편도 조직을 단일 세포 현탁액으로 만든 뒤, 밀도 구배 원심분리(Percoll density gradient)를 통해 B세포를 부분 정제했습니다.
또한 항체 자극을 보다 생리학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마우스 섬유아세포(fibroblast)에 인간 Fc 수용체(FcγRII)를 발현시켜 항체를 표면에 고정(immobilization)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단순한 용액 상태의 항체 자극보다 훨씬 강력하고 안정적인 신호를 제공합니다.
5. 핵심 결과: 증식은 가능하지만 조건부였다
실험 결과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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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40을 인식하는 두 종류의 단클론 항체만이 B세포 증식을 유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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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19, CD21, CD23, CD24, CD37 등 다른 표면 분자를 인식하는 항체는 증식 효과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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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CD40 단독 자극도 효과가 있었지만, IL-4를 함께 넣었을 때 증식은 상승적으로(synergistic) 증가했습니다.
세포 수 분석에서도 동일한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anti-CD40 + IL-4 조건에서는 약 2주 이상 세포 수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자극을 제거하면 증식은 즉시 감소했습니다. 즉, 이 시스템은 두 신호에 의존적인(dependent) 구조였습니다.
6. EB 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점의 중요성
연구자들은 이 B세포들이 EB 바이러스(EBV) 감염으로 불멸화된 것이 아님을 면역조직화학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는 이 연구의 핵심적인 검증 단계였습니다.
기존에도 EBV를 이용하면 장기 증식 B세포주를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 논문의 목표는 바이러스 없이 정상 B세포를 조절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7. 기대와 현실: 한계도 분명했다
저자들은 토의(discussion)에서 이 시스템이 인간 B세포 생물학 연구에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특히, 항원 특이적 B세포를 선별한 뒤 CD40 자극과 IL-4를 통해 장기 배양하는 전략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후 연구들은 이 시스템의 한계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배양된 B세포는 결국 형질세포(plasma cell)나 기억 B세포(memory B cell)로 말단 분화(terminal differentiation)하며, 무한 증식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8. 3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는 질문
이 문제는 이후에도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Duke University의 Garnett Kelsoe연구팀은 전사인자 Bach2를 조절해 B세포의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세포 도움(T-cell help)이 분자 수준에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B세포는 클래스 스위치 재조합(class-switch recombination)과 체세포 과돌연변이(somatic hypermutation)라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기 때문에, T세포보다 훨씬 정교한 조절이 필요합니다.
9. 마무리하며
이 1991년 논문은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CD40 자극과 IL-4라는 조합이 인간 B세포 운명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질문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 자체가,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복잡하고 동시에 흥미로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관련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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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chereau, Jacques, et al. “Long-term human B-cell lines dependent on interleukin-4 and antibody to CD40.” Science, 1991. https://science.sciencema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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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chison, A. V. “The carrier effect in the secondary response to hapten-protein conjugates.” European Journal of Immunology, 1971. https://onlinelibrary.wil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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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lsoe, Garnett, et al. “Bach2 maintains B cell identity and function.” Journal of Immunology, 2021. https://journals.aa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