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야기대사와 면역

암과 바르부르크 효과: 종양미세환경의 포도당 쟁탈전과 T세포 탈진

발행: 2026-08-25 · 최종 업데이트: 2026-08-25

Series8/13
미토콘드리아와 면역

암세포의 호기성 해당작용(Warburg effect), 미토콘드리아의 대사 전구물질 공급, 종양미세환경(TME)에서의 포도당 고갈과 젖산 축적이 면역세포(T세포, TAM)를 무력화하는 기전을 살펴봅니다.

1920년대 오토 바르부르크의 발견과 현대적 재해석

1920년대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Otto Warburg)는 암 연구사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적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암세포는 산소가 충분한 환경에서도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적인 산화적 인산화 대신, 포도당을 젖산으로 신속히 분해하는 비효율적인 해당과정에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를 '호기성 해당작용(Aerobic Glycolysis)' 또는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라고 부릅니다.

초기에 바르부르크는 이를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호흡 기능이 영구적으로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분자종양학은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결코 단순히 고장 난 것이 아님을 밝혀냈습니다. 암세포는 에너지를 덜 만들더라도 매우 빠르게 분열하고 증식하기 위해 뉴클레오타이드, 지질, 아미노산 같은 '세포 분열의 벽돌(생합성 중간체)'을 대량 공급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해당과정과 미토콘드리아 TCA 회로를 전략적으로 재편한 것입니다.

종양미세환경(TME)의 가혹한 생태계와 포도당 쟁탈전

암세포 주변의 미세환경(TME, Tumor Microenvironment)은 암세포 혼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혈관 내피세포, 섬유아세포, 그리고 암세포를 공격하러 온 면역세포(세포독성 T세포, NK세포, 대식세포 등)가 뒤섞여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생태계입니다.

많은 종양에서 암세포는 포도당 수송과 해당과정을 높이지만, 종양별·부위별 차이가 큽니다. 일부 종양미세환경에서는 포도당 이용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활성화된 세포독성 T세포(CD8+ T cell) 역시 그랜자임, 퍼포린과 IFN-γ를 충분히 만들기 위해 해당과정을 활용하므로 영양 부족과 저산소증의 영향을 받습니다.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영양 경쟁은 일부 모델에서 T세포 기능 저하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T세포 탈진은 지속적인 항원 자극, 억제 수용체, 저산소증, 젖산·지질 대사와 면역억제세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만드는 상태입니다. 후속 연구에서는 일부 종양에서 골수계 세포가 암세포보다 포도당을 더 많이 흡수하기도 해, 단순한 암세포–T세포 포도당 쟁탈전만으로 모든 종양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젖산의 축적과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의 변절

암세포가 해당과정의 결과물로 쏟아내는 대량의 젖산(lactate)과 수소이온(H+)은 종양미세환경을 강한 산성(acidic pH)으로 만듭니다.

산성화된 환경은 여러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젖산을 포함한 종양 유래 신호는 대식세포를 종양 성장과 혈관 신생을 지원하는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 Tumor-Associated Macrophage)**의 일부 상태로 유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TAM의 대사와 기능은 종양 종류와 위치에 따라 이질적이며, 모두가 산화적 인산화·지방산 산화에 의존하거나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온코메타볼라이트(Oncometabolite)와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일부 암에서는 IDH, SDH(succinate dehydrogenase), FH(fumarate hydratase) 같은 TCA 회로 관련 효소의 유전적 변이가 종양 발생을 촉진하는 핵심 사건이 됩니다. 이때 2-하이드록시글루타레이트(2-HG), 숙신산, 푸마르산 같은 대사물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될 수 있습니다.

이 비정상 대사산물들을 **'온코메타볼라이트(oncometabolite)'**라고 부르며, 이들은 후성유전학적 효소들을 억제하여 종양 억제 유전자의 발현을 끄고 암 줄기세포의 증식을 가속화합니다.

암세포의 호기성 해당작용 가속TME 포도당 고갈 및 젖산 축적 (산성화)세포독성 T세포 대사 결핍 및 탈진TAM의 면역억제성 전환암세포의 면역 회피 및 전이 촉진

면역항암치료와 대사적 재프로그래밍

현대 면역항암치료(면역관문억제제, CAR-T 등)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바로 종양미세환경의 이러한 대사 장벽입니다. 아무리 면역 브레이크(PD-1/PD-L1)를 풀어주어도 T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탈진해 있고 영양이 고갈되어 있으면 효과적인 암세포 사멸이 불가능합니다.

암세포나 면역세포의 대사를 조절해 면역치료 반응을 높이려는 전략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암세포와 면역세포가 같은 영양 경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한쪽 대사를 차단하거나 강화하는 치료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접근은 아직 임상적으로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문헌

  1. Warburg O. On the origin of cancer cells. Science. 1956;123:309–314. https://doi.org/10.1126/science.123.319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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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einfeld BI, et al. Cell-programmed nutrient partitioning in the tumour microenvironment. Nature. 2021;593:282–288. https://doi.org/10.1038/s41586-021-03442-1
  4. Dang L, et al. Cancer-associated IDH1 mutations produce 2-hydroxyglutarate. Nature. 2009;462:739–744. https://doi.org/10.1038/nature08617
Series — 미토콘드리아와 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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