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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상처 치유의 면역학적 단계: 염증에서 조직 재생까지

발행: 2026-01-10 ·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상처가 발생했을 때 지혈, 염증, 증식, 성숙 단계로 이어지는 상처 치유 과정을 면역세포, 특히 대식세포의 역할 변화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상처 치유는 피부나 다른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회복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상처가 아물어 보이는 현상에 그치지 않고, 면역세포·혈액 성분·조직 세포들이 시간 순서에 따라 정교하게 협력하는 생물학적 과정입니다. 우리가 상처 치유 과정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에 ‘문제를 일으키는 세포’라고만 생각했던 세포들조차도 사실은 모두 필요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상처 치유는 면역계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정직한 생리적 과정이며, 이를 통해 면역의 본질이 특정 반응의 강도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하게 활성화되고, 얼마나 신속하게 종결되는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금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많은 면역 관련 문제는 흔히 ‘숫자 2가 붙은 세포들’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식세포의 경우, 급성 염증을 담당하는 M1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에 맞지 않게 지속되는 M2 반응이 병리적 상태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쉽게 말하면 암세포 주변에는 M1 세포가 아니라 M2 세포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보조 T세포에서도 Th1보다는 Th2 반응이 알레르기 반응이나 암 주변 미세환경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흔히 관찰됩니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M1이 M2보다 ‘좋은 세포’이고, Th1이 Th2보다 더 중요하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어느 세포가 더 낫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각 세포와 반응이 필요한 시점에 등장하고, 역할을 마친 뒤에는 정확히 사라지는지 여부입니다. 즉 암세포 주변에 M2 세포가 많기 때문에 M2 세포가 문제가 아니라, 그 M2 세포가 빠르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상처 치유는 바로 이 면역 조절의 균형과 리듬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과정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처 치유는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상처치유 4단계
그림 1. 상처치유 4단계

상처 치유의 네 단계

1. 지혈 단계 (Hemostasis)

상처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출혈을 멈추는 것입니다. 손상된 혈관은 즉시 수축하고, 혈액응고 기전이 활성화되면서 출혈이 빠르게 억제됩니다.

이 과정의 핵심 세포는 혈소판(platelets) 입니다. 혈소판은 상처 부위에 응집하여 혈전을 형성하고, 물리적으로 상처를 막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합니다. 동시에 혈소판은 여러 성장 인자를 분비해 이후 염증 반응과 조직 회복을 준비합니다.

한편, 조직 내에 상주하던 대식세포는 이미 이 시점부터 침입한 병원균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이 제거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세포막에 아직 제거되지 않은 염증 유발 물질이 남아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염증 신호가 점점 강화되며,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염증 단계로 이어집니다.

2. 염증 단계 (Inflammation)

염증 단계는 흔히 “상처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단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 단계의 목적은 감염을 막고, 손상되거나 죽은 조직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상처 부위에 도착하는 세포는 혈액 내에서 수가 가장 많은 호중구(neutrophils) 입니다. 호중구는 빠르게 이동해 외부 미생물과 잔해를 포식하며, 급성 염증 반응을 주도합니다.

그 다음으로 단핵구(monocytes) 가 상처 부위로 이동해 대식세포(macrophages) 로 분화합니다. 대식세포는 호중구가 처리하지 못한 잔여물과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동시에 다양한 사이토카인과 성장 인자를 분비해 다음 단계를 준비합니다.

염증 단계의 후반부로 가면, 선천면역 반응에서 적응면역 반응으로 연결되면서 림프구가 상처 부위에 관여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이 시점에서 염증 반응은 점차 마무리됩니다.

중요한 점은, 염증 단계와 그 다음 단계인 증식 단계로 넘어가면서 면역세포의 성격(표현형)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초기에는 염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M1 대식세포가 주를 이루지만, 염증 유발 물질이 제거되기 시작하면 조직 회복을 돕는 M2 대식세포의 비율이 점차 증가합니다.

3. 증식 단계 (Proliferation)

상처 부위가 충분히 정리되면, 본격적인 조직 재건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여러 세포가 증식하고, 새로운 조직의 골격이 형성됩니다.

  • 대식세포는 여전히 상처 부위에 남아 성장 인자를 분비하며, 세포 증식과 재건을 조율합니다.

  • 섬유아세포(fibroblasts) 는 콜라겐을 합성해 상처 부위의 기본 구조를 만듭니다. 이 콜라겐은 상처가 닫히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내피세포(endothelial cells) 는 신생혈관 생성을 통해 새로운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이 단계에서 상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표면적으로는 회복이 상당히 진행된 것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4. 성숙 단계 (Remodeling / Maturation)

성숙 단계는 상처 치유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단계입니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며, 이미 만들어진 조직을 더 튼튼하고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입니다.

  • 섬유아세포는 콜라겐 구조를 재배열하고 강화해 조직의 강도를 높입니다.

  • 내피세포에 의해 만들어졌던 불필요한 혈관은 점차 소멸되고, 혈관 밀도는 정상 상태로 돌아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처 부위는 기능적으로 안정된 조직으로 성숙하게 됩니다.

상처 치유에서 대식세포의 역할과 변화

상처 치유에는 매우 다양한 세포가 관여하지만, 그중에서도 대식세포의 역할은 특히 중요합니다. 대식세포는 단순히 청소 역할을 하는 세포가 아니라, 상처 치유의 방향을 결정하는 조절자에 가깝습니다.

  • 염증 초기에는 M1 대식세포가 우세해 병원균 제거와 염증 유지를 담당합니다.

  • 증식 단계로 넘어가면서 M2 대식세포가 증가해 염증을 억제하고 조직 재생을 촉진합니다.

이 전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상처 치유의 핵심입니다.

대식세포 조절이 실패할 때 생기는 문제

만약 M1에서 M2로의 전환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염증을 유발하는 반응과 회복을 유도하는 반응이 동시에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M1 대식세포가 우세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만성 염증이나 섬유화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만성 염증이 지속된다”는 말은, 단순히 면역 반응이 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면역 반응이 제대로 종료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이해해야 합니다.

흔히 면역력이 높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면역학적으로 보면 면역력이 높다는 것은 M1이나 M2 반응이 과도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한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고, 적절한 시점에 깔끔하게 종료되는 것이 건강한 면역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처 치유가 지연되거나 만성 염증이 지속되는 상태는, 면역이 강한 상태가 아니라 면역 반응이 조절되지 못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마무리

상처가 발생하고 회복되는 과정은 단순한 재생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 세포들이 정교하게 협력하는 과정입니다. 특정 세포 하나가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 필요한 세포가 등장하고 물러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이 상처 치유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