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06. 알레르기란 무엇인가: 면역이 과민해졌다는 오해

발행: 2026-01-10 ·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알레르기를 면역 과잉이 아닌 면역 반응의 방향과 종결 실패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Th2 면역과 IgE 반응의 면역학적 의미를 정리합니다.

알레르기란 무엇인가: 면역이 과민해졌다는 오해

알레르기는 흔히 “면역이 너무 강해진 상태”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면역학적으로 보면, 알레르기는 면역이 과도해진 결과라기보다는 면역 반응의 방향과 맥락이 어긋난 상태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은 원래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특정 환경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면역 반응이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면역계가 무엇을 위험으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그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감염이 없는 면역 반응입니다

알레르기의 가장 큰 특징은 감염원이 없다는 점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면역계는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음식 성분과 같은 무해한 물질을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반응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면역 반응이 바로 Th2 면역입니다. Th2 반응은 원래 기생충과 같은 다세포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한 면역 전략으로, 항체 중에서도 IgE의 생성을 유도하고, 비만세포와 호산구를 활성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Th2 반응이 현대 환경에서는 실제 기생충 대신, 꽃가루나 음식 단백질을 대상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즉, 알레르기는 “존재하지 않는 위협에 대해, 과거에 유용했던 면역 프로그램이 잘못 실행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면역학적 흐름

알레르기 반응은 단번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형성되는 면역 반응의 결과입니다.

먼저 항원이 호흡기나 장 점막을 통해 들어오면, 수지상세포가 이를 포획하여 항원으로 제시합니다. 이때 특정 사이토카인 환경이 형성되면, 미분화된 보조 T세포는 Th2 세포로 분화합니다. Th2 세포는 IL-4, IL-5, IL-13과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B세포가 IgE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IgE 항체는 비만세포 표면에 결합해 대기 상태에 들어갑니다. 이후 같은 항원이 다시 유입되면, 비만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히스타민과 같은 매개물질이 분비되고, 재채기, 가려움, 부종, 기관지 수축과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면역계가 자신의 논리 안에서는 매우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알레르기는 무질서한 반응이 아니라, 잘못된 대상에 대해 정확한 면역 프로그램이 실행된 결과입니다.

Th2 면역은 ‘나쁜 면역’이 아닙니다

알레르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로 Th2 면역은 종종 부정적으로 인식됩니다. 그러나 Th2 면역 자체는 결코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면역 반응이 아닙니다. 실제로 기생충 감염 환경에서는 Th2 면역이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Th2 면역이 아니라, 이 반응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즉, 알레르기는 특정 면역 반응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종결되지 못한 면역 반응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알레르기는 면역이 약해서 생기는 질환도 아니고, 단순히 강해서 생기는 질환도 아닙니다. 오히려 면역 조절과 균형의 실패에 가깝습니다.

현대 환경과 알레르기의 증가

알레르기 질환이 현대 사회에서 급증한 이유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생 환경의 개선으로 감염과 기생충 노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Th2 면역이 실제로 작동해야 할 대상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면역계의 기본 설계는 빠르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 결과, 면역계는 과거에 익숙했던 반응 경로를 유지한 채, 새로운 환경에서 부적절한 대상에 반응하게 됩니다. 이는 알레르기를 단순히 개인의 체질이나 면역 이상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를 이해하는 관점의 전환

알레르기를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어떤 면역을 억제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면역 반응이 왜 시작되었고, 왜 끝나지 않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이후 다룰 암이나 만성염증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알레르기는 면역계가 본래 가지고 있던 기능이 잘못된 맥락에서 작동한 사례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면역의 본질이 특정 반응의 강도가 아니라 조절과 종결 능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알레르기는 면역이 과도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알레르기는 필요했던 면역 반응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환경에서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이 관점은 알레르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뿐만 아니라, 면역 전체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