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그람음성세균 감염 시 면역반응의 전체 흐름 정리
발행: 2026-01-10 · 최종 업데이트: 2026-01-10
그람음성세균 감염을 대표 사례로, 탐식작용부터 항원제시, T세포·B세포 활성화, 항체 형성까지 이어지는 면역반응의 순서를 하나의 시나리오로 정리합니다.
면역반응은 경우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를 설명할 때는 항상 대표적인 예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면역학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사례인 그람음성세균 감염을 기준으로, 감염균이 제거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시나리오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세균은 크게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람음성균을 선택한 이유는, 그람음성균이 LPS(lipopolysaccharide)라는 강력한 염증 유발 물질을 가지고 있어 선천면역 반응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합한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1. 면역반응의 출발점: 식세포의 미생물 인식
면역반응은 항상 “인식” 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조직에 존재하는 대식세포나 수지상세포와 같은 식세포는 세포막에 다양한 패턴인식수용체(pattern recognition receptors)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침입한 미생물을 감지합니다.
대표적인 수용체인 TLR4는 그람음성균의 세포막 성분인 LPS를 인식합니다. 이 인식 과정은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동시에 유도합니다.
-
미생물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탐식작용
-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신호전달
즉, 병원체의 제거와 면역 반응의 확산이 함께 시작됩니다.
2. 탐식작용과 세포내이입(endocytosis)
탐식작용이 시작되면, 여러 수용체가 미생물을 둘러싸듯 인식하고 이를 세포내이입(endocytosis)을 통해 세포 안으로 이동시킵니다.
이때 미생물은 세포막으로 둘러싸인 엔도좀(endosome)내부에 존재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단계에서 엔도좀과 세포질은 이중막 구조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세포가 외부에서 들어온 위험한 물질을 안전하게 격리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입니다.
이후 라이소좀(lysosome)이 엔도좀과 융합하면서 강력한 소화 효소가 작용하고, 미생물은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여러 항원 조각으로 나뉘게 됩니다.
3. 항원제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잇는 단계
분해된 항원 조각 중 일부는 MHC II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이 복합체는 다시 세포막으로 이동해 표면에 제시되며, 이를 항원제시라고 합니다.
특히 수지상세포는 항원제시에 특화된 세포로, 이 과정을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합니다.
수지상세포는 감염 부위에서 탐식작용을 마친 뒤, 림프절로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적응면역을 시작하게 합니다.
이 단계는 선천면역 반응이 적응면역 반응으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연결 고리입니다.
4. 림프절에서의 보조 T세포 활성화
림프절에는 아직 특정 항원을 만나지 않은 수많은 보조 T세포(Th 세포)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수지상세포와 반복적으로 접촉하면서, 자신의 TCR(T cell receptor)로 MHC II에 결합된 항원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신과 맞는 항원을 인식한 보조 T세포는 활성화되고 증식하며, 이후 여러 아형으로 분화합니다.
그중 일부는 Tfh 세포(follicular helper T cells)로 분화해, 이후 B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5. 세포독성 T세포 활성화는 왜 더 엄격할까요?
세포독성 T세포의 활성화는 보조 T세포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수지상세포는
-
MHC II를 통해 보조 T세포를 활성화하고
-
동시에 MHC I을 통해 세포독성 T세포에 항원을 제시합니다.
이 두 신호와 함께 보조 T세포의 도움이 있어야 세포독성 T세포가 제대로 활성화됩니다.
이는 강력한 살상 능력을 가진 세포독성 T세포가 잘못 활성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6. B세포 활성화와 항체 형성
Tfh 세포의 도움을 받은 B세포는 활성화되어 증식한 뒤, 두 가지 방향으로 분화합니다.
-
형질세포(plasma cells): 대량의 항체를 생산
-
기억 B세포: 재감염 시 빠른 반응을 담당
항체는 세균을 직접 파괴하기보다는, 세균을 둘러싸 탐식작용이 훨씬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7. 세포독성 T세포의 실제 역할
활성화된 세포독성 T세포는 다시 조직으로 이동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처럼 항원을 제시하고 있는 세포를 직접 인식해 사멸시킵니다.
이 과정은 병원체 자체를 제거한다기보다는, 병원체가 증식할 수 있는 숙주 세포를 제거함으로써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8. 다시 탐식작용: 면역반응의 정리 단계
사멸된 세포와 남은 잔해를 제거하는 역할은 다시 선천면역 세포, 특히 대식세포가 담당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염증 반응은 점차 가라앉고, 면역반응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듭니다.
9. 항체가 있을 때 면역반응이 더 안전해지는 이유
초기 감염에서는 LPS와 같은 미생물의 공통 구조를 인식해 탐식작용이 일어나며, 이 과정은 강한 염증 반응을 동반하기 쉽습니다.
반면 항체가 세균을 둘러싸 코팅(opsonization)한 상태에서는,
-
탐식작용은 매우 효율적으로 일어나고
-
염증 반응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유도됩니다
즉, 항체 면역은 효과적이면서도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제거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 면역반응은 공간을 이동하며 진행됩니다
그람음성세균이 조직에 침입하면 면역반응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
조직 내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의 초기 대응
-
염증 반응을 통한 호중구 등 추가 면역세포 동원
-
수지상세포의 림프절 이동
-
림프절에서 T세포와 B세포 활성화
-
활성화된 림프구의 조직 이동
-
항체와 T세포에 의해 무력화된 병원체를 다시 탐식세포가 제거
마무리
이 과정을 하나로 묶어 보면, 면역반응은 탐식작용으로 시작해, 다시 탐식작용으로 끝나는 흐름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은 서로 분리된 체계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연속 과정이며, 이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면역학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