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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R은 방아쇠를 당기고, IL-2는 증식을 완성한다: T3–Ti 항원수용체 복합체의 트리거링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84년 PNAS에 발표된 T3–Ti 항원수용체 복합체 연구는, T세포 활성화가 단일 신호가 아니라 TCR 트리거링과 IL-2/IL-2R 호르몬 시스템의 연속적 연결임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Triggering of the T3–Ti antigen receptor complex induces T-cell proliferation through an interleukin-2–dependent pathway
Stephen M. Moyer, Rebecca J. Hussey, Doreen Cantrell, James Hodgdon, Stuart F. Schlossman, Kendall A. Smith, Ellis L. Reinherz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 1984
클론특이적 T세포 항원수용체(Ti)와 CD3(T3) 복합체의 트리거링이 IL-2 생성과 IL-2 수용체 발현을 유도하고, 그 결과 IL-2/IL-2R 자가분비 회로를 통해 T세포 증식이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하나의 실험 체계에서 입증한 논문으로, TCR 신호와 호르몬형 증식 시스템을 연결한 결정적 연구.

왜 이 논문은 “백신이 작동하는 조건”을 설명했는가

T세포 면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현상은 단순한 활성화가 아니라, 선택된 소수의 T세포가 대규모로 증식하여 집단적 우위를 확보하는 과정, 즉 클론 확장(clonal expansion)입니다. 이 과정이 없다면 면역 기억은 형성될 수 없고, 백신 역시 작동하지 않습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 면역학자들은 이 현상을 관찰하고는 있었지만, “어떤 신호가 실제로 T세포 증식을 완성시키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 연구는 T세포 증식이 단일 신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TCR–CD3 복합체의 트리거링 →
IL-2 생성과 IL-2 수용체 발현 →
IL-2/IL-2R 자가분비 회로에 의한 증식 **

이라는 연속적이고 계층적인 과정임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연결했기 때문입니다.

두 연구자의 시선이 교토에서 만나다

이 연구는 우연한 공동연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두 연구자의 충돌과 합의에서 출발했습니다.

한쪽에는 Ellis Reinherz가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1983년 한 해 동안, 클론특이적 항체를 이용해 T세포 항원수용체(TCR)의 분자적 실체를 가장 먼저, 가장 체계적으로 제시한 연구자였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Kendall A. Smith가 있었습니다. 그는 IL-2와 IL-2 수용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며, T세포 증식은 항원 신호 이후 ‘호르몬 시스템’에 의해 진행된다는 관점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습니다.

1983년 여름, 일본 교토에서 열린 국제면역학회에서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머물며, TCR과 IL-2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두고 거의 끊임없이 토론했습니다. 결국 이 논문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이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으로 탄생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두 사람은 아직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못했고, 업적대비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이미 준비되어 있던 실험 도구들

이 논문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연구실이 각각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도구 세트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Reinherz 연구실은 인간 T세포 클론(세포독성, 헬퍼, CD4, CD8)을 다수 보유하고 있었고, 각 클론에만 반응하는 clonotypic 단일클론항체(anti-Ti)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Smith 연구실은 IL-2를 완전한 단일 단백질로 정제했고, 방사성 표지 IL-2를 이용한 수용체 결합 분석법을 확립했으며, IL-2 수용체를 차단하는 최초의 기능적 항체(anti-TAC)까지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즉, 항원수용체를 자극하는 도구와, 그 결과로 나타나는 증식 신호를 정량화할 도구가 동시에 준비된 상태였습니다.

실험의 핵심 질문은 단순했다

이 논문의 중심 질문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T세포 증식을 실제로 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
TCR–CD3 복합체의 자극인가,
아니면 IL-2인가,
혹은 둘 다인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T세포를 자극했습니다.

  • 실제 항원과 자기 MHC를 제시하는 항원제시세포

  • clonotypic 항체(anti-Ti)

  • CD3를 인식하는 항체(anti-T3)

그리고 그 결과를

  • IL-2 생성

  • IL-2 수용체 발현

  • DNA 합성(³H-thymidine 흡수)

이라는 세 가지 지표로 동시에 관찰했습니다.

“살짝 건드리는 자극”과 “강하게 묶는 자극”의 차이

이 논문의 매우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같은 항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 수용성(soluble) anti-Ti 또는 anti-CD3 → 수용체를 일부 modulation하여 표면에서 제거
    → IL-2 수용체 발현은 증가
    → 그러나 IL-2 유전자 발현은 거의 유도되지 않음

  • Sepharose 비드에 고정된 anti-Ti 또는 anti-CD3 → 다수의 TCR을 동시에 강하게 교차결합(cross-linking)
    → IL-2 생성 유도
    → IL-2R 발현 증가
    → 강력한 T세포 증식

즉, TCR은 단순히 “붙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공간적으로 집합(clustering)되고 기계적 힘이 가해져야 완전한 신호를 낸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TCR–IL-2R 연결이라는 개념의 탄생

이 논문이 제시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 TCR–CD3 복합체는 초기 방아쇠(trigger)를 당긴다

  • 그 결과 IL-2와 IL-2 수용체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 이후의 증식과 분화는 IL-2/IL-2R 호르몬 시스템이 주도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TCR은 계속 신호를 줄 필요가 없습니다. 한 번 올바르게 자극되면, 그 다음부터는 내부 조절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Smith가 강조했듯이, IL-2–IL-2R 상호작용은

  • 리간드 농도

  • 수용체 밀도

  • 결합 지속시간

이라는 고전적인 호르몬–수용체 법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지금에 와서야 완전히 이해되는 논문

이 논문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TCR을 기계수용체(mechanoreceptor)로 본다는 개념은 거의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 TCR–펩타이드–MHC 결합은 catch bond를 형성하며

  • 세포 이동과 세포골격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힘

  • 신호전달의 시작 조건이라는 사실을.

이 논문은, Sepharose 비드라는 다소 거친 도구를 사용했지만, 이미 그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었습니다.

정리하며

이 논문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TCR과 IL-2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둘은 역할이 다르고, 연결되어 있다고 답한 연구

  • 항원 인식과 세포 증식을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으로 묶은 첫 논문

  • 면역계를 기계적 신호 + 호르몬적 증폭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이해하게 만든 전환점

이 논문 이후, T세포 활성화는 더 이상 단순한 “on/off 스위치”가 아니라, 물리·분자·호르몬 신호가 계층적으로 연결된 과정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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