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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 수용체의 발견: 면역학이 ‘호르몬의 언어’를 갖게 된 순간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Scatchard 분석으 통해 ‘정의 가능한 결합 시스템’의 존재를 보여줬고, 그 결합 농도와 생물학적 반응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결합해 ‘이 결합이 곧 수용체 작용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논문입니다.

T-cell growth factor receptors: Quantitation, specificity, and biological relevance
Richard Robb, Alan Monk, Kendall A. Smith ·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 1981
IL-2(TCGF)가 고친화도 수용체를 통해 작용하는 호르몬 유사 물질임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 면역 반응을 내분비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한 결정적 논문.

“성장인자”는 정말 호르몬일까?

1970년대 말, 면역학자들은 이미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T 세포는 항원만으로는 증식하지 않으며, 반드시 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 TCGF)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 물질은 훗날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었습니다.

“TCGF는 단순한 실험실 현상인가, 아니면 생리적으로 작동하는 ‘호르몬’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가지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바로 수용체(receptor)의 존재를 직접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면역학에 내분비학을 끌어들이다

이 연구가 특별했던 이유는 접근 방식에 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면역학자들은 항원과 세포 반응만을 중심으로 사고했습니다. 반면 이 연구를 이끈 Kendall A. Smith와 동료들은 전혀 다른 분야를 참고했습니다. 바로 내분비학(endocrinology)입니다. 이미 알려진 호르몬들은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매우 낮은 농도에서 작용

  • 특정 세포에만 반응

  • 고친화도 수용체를 통해 신호 전달

  • 결합(binding)과 생물학적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됨

연구진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TCGF가 정말 호르몬이라면,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T 세포 활성화는 한 단계가 아니었다

이 논문이 정리한 T 세포 활성화 모델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1. 항원이 T 세포 항원 수용체(TCR)를 자극

  2. T 세포는 IL-2를 생산

  3. 동시에 IL-2 수용체를 새로 발현

  4. IL-2–수용체 결합 → 본격적인 증식

즉, 항원은 시작 신호일 뿐이고, 실제 증식은 IL-2라는 내부 조절 시스템이 담당한다는 관점입니다. 이 해석은 “항원만 있으면 면역 반응이 일어난다”는 기존 사고와는 달랐습니다.

방사성 표지 IL-2, 위험하지만 결정적인 선택

수용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당시로서는 매우 까다로운 방법을 선택합니다.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된 IL-2를 직접 만들어 결합을 측정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 IL-2를 거의 단일 단백질 수준까지 정제

  • 다른 사이토카인이나 성장인자가 섞이지 않았음을 검증

  • 방사성 아미노산으로 표지

  • 결합(bound)과 자유(free) 상태를 빠르게 분리

이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술적 도전이었습니다.

결합은 빠르고, 친화도는 매우 높았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 IL-2는 활성화된 T 세포에 수 분 내로 결합

  • 결합은 가역적이며 포화 가능

  • 친화도는 피코몰(picomolar) 수준

이는 인슐린, EGF(상피세포 성장인자) 같은 고전적 단백질 호르몬과 거의 동일한 특성입니다. 즉, IL-2는 행동 방식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단백질 호르몬이었습니다.

“붙는 농도”와 “증식하는 농도”가 같았다

이 논문의 가장 설득력 있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 IL-2가 세포에 결합하기 시작하는 농도

  • IL-2가 T 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농도

이 두 값이 거의 일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닙니다.
곧, IL-2 수용체 결합 자체가 증식 신호의 출발점임을 의미합니다.

‘붙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수용체가 아니라, 기능적으로 연결된 진짜 수용체였던 것입니다.

활성화되지 않은 세포는 왜 반응하지 않을까

연구진은 다양한 세포를 비교했습니다.

  • 비활성화 T 세포 → 결합 거의 없음

  • 항원·PHA 자극 T 세포 → 수용체 수 50~200배 증가

  • B 세포(LPS 자극) → 거의 없음

  • 골수계 세포 → 없음

이는 오래된 관찰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왜 IL-2를 넣어도 활성화되지 않은 림프구는 증식하지 않는가?”

답은 간단했습니다. 수용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일 고친화도 수용체라는 결론

Scatchard 분석 결과, 결합 곡선은 하나의 직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시 조건에서는 단일 고친화도 수용체만 존재함을 의미했습니다.

물론 이후 연구에서 IL-2 수용체가 α, β, γ 사슬로 구성된 복합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 모든 연구의 출발점은 이 단순하고 깔끔한 결론이었습니다.

면역학의 언어가 바뀌다

이 논문 이후, 면역학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 사이토카인은 더 이상 ‘활성(activity)’이 아니라 분자로 나타낼 수 있었습니다.

  • 면역 반응은 단순 자극이 아니라 조절 시스템으로 간주되었습니다.

  • 면역계는 독립적 기관이 아니라 자체 호르몬계를 가진 조직이라는 관점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정리하며

이 1981년 연구는 단순히 IL-2 수용체를 발견한 논문이 아닙니다.

  • 면역계를 내분비학적 시스템으로 재해석했고

  • 사이토카인의 작용 방식이 호르몬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립하고,

  • 이후 수십 년간의 IL-2·CD25·면역치료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면역학이 “세포 반응의 나열”에서 신호와 조절의 과학으로 이동한 순간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특히 이 논문의 실험 난이도가 매우 높았는데, 방사선 표지를 해도 활성을 유지했고, Scatchard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매우 깨끗하게 정제된 단백질이 필요했으며, 결합력 측정하는 농도에서 생물학적인 의의가 있는 면역반응을 시도한 것은 극히 어려운 실험입니다. 이 실험이 성공한 것은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각 단백질 공학, 수용체 생물학의 최고 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IL-2의 수용체간의 결합은 일반 항체결합보다 강하기 때문에 매우 낮은 농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극도로 낮은 농도의 단백질을 이용해서 이러한 실험을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로서도 대단한 실험을 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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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논문

  1. Robb, Richard J., A. L. L. A. N. Munck, and Kendall A. Smith. "T cell growth factor receptors. Quantitation, specificity, and biological relevance." 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54.5 (1981): 1455-1474. 논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