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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세포 성장인자 개념의 탄생: 정량 분석이 연 면역학의 전환점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78년 발표된 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 이후 IL-2) 논문이 면역학 연구에 남긴 과학적·방법론적 의미를 정리합니다.

The T-cell growth factor: parameters of production and a quantitative microassay for activity
Steve Gillis, Mary Ferm, Winnie Ou, Kendall A. Smith · Journal of Immunology · 1978
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 이후 IL-2)를 처음으로 명명하고,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미량 분석법을 확립한 고전 논문.

T 세포를 살리기 위한 절박함에서 시작된 연구

1970년대 후반, 장기 배양 중인 세포독성 T 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어떤 용해성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건배지(conditioned medium)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배치(batch)마다 배지의 효과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어떤 배지는 T 세포를 잘 증식시키지만, 어떤 배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변동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장기 배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연구진은 “이 인자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라는 이름의 등장

이 논문에서 처음으로 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당시에는 분자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단지 “T 세포 증식을 유지하는 활성(activity)”을 지칭하는 기능적 이름이었습니다. 훗날 이 인자는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로 명명됩니다.

중요한 점은, 이 논문이 특정 분자를 규명했다기보다 측정 가능한 생물학적 개념을 확립했다는 데 있습니다.

미량 정량 분석법(microassay)의 확립

연구진은 이미 조건배지에 의존해 증식하던 CTL 세포주를 이용해, 성장인자 활성을 측정하는 분석계를 구축했습니다.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우 낮은 세포 밀도에서 T 세포를 배양

  • 성장인자 시료를 2배 연속 희석(log₂ dilution)

  • 삼중수소 표지 티미딘(tritiated thymidine) 도입을 통해 세포 증식 정량화

이 방법은 적은 양의 시료로도 빠르고 재현성 높은 결과를 제공했으며, 하루 이내에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이후 수많은 사이토카인 연구에서 기본 틀로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성장인자는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소모되는 것’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T 세포 성장인자의 활성 변화였습니다. 생산 배양 후 24~48시간 사이에 활성은 최고치에 도달하지만, 이후 급격히 감소합니다. 72시간이 지나면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96시간 후에는 거의 사라집니다.

추가 실험을 통해 연구진은 이 감소가 억제 인자의 생성 때문이 아니라, 증식 중인 T 세포가 성장인자를 소비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실제로 성장인자를 제거한 조건에서는 T 세포가 빠르게 사멸했습니다.

이는 T 세포가 단순히 자극받아 증식하는 존재가 아니라, 외부 성장 신호에 지속적으로 의존하는 세포임을 명확히 보여준 결과였습니다.

T 세포 유래 인자임을 보여준 간접 증거들

연구진은 다양한 자극과 세포 조합을 비교했습니다.

  • T 세포 미토젠인 콘카나발린 A(concanavalin A)와 PHA(phytohemagglutinin)는 성장인자 생성 유도

  • B 세포 미토젠인 LPS(lipopolysaccharide)는 효과 없음

  • 항-세타(anti-theta) 항체로 T 세포를 제거하면 성장인자 생산 감소

이를 통해 T 세포 성장인자가 T 세포 계통에서 유래한다는 강력한 간접 증거를 제시합니다.

정량화가 연 이후의 면역학

이 논문의 가장 큰 의의는 “정량화” 그 자체에 있습니다. 성장인자 활성을 단위(unit/ml)로 표현함으로써, 실험 간 비교와 표준화가 가능해졌고, 이후 정제·분자 규명·수용체 친화도 계산으로 이어지는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분석법은 이후 수십 년간 면역학 연구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결국 이 논문은 Journal of Immunology 창간 100년 역사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인용된 논문이 됩니다.

고전으로 남은 이유

이 연구는 화려한 기술보다도, 세심한 실험 설계와 반복 검증, 그리고 수치로 말하는 과학의 힘을 보여줍니다. Kendall A. Smith가 강조했듯, 생물학에서 정량화는 가설을 다음 단계로 밀어붙이는 원동력입니다.

T 세포 성장인자 논문은 그 원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관련 글

관련문헌 (MLA)

  • Gillis, Steve, et al. “The T-Cell Growth Factor: Parameters of Production and a Quantitative Microassay for Activity.” Journal of Immunology, vol. 120, no. 6, 1978, pp. 2027–2032. https://pubmed.ncbi.nlm.nih.gov/307493

  • Smith, Kendall A. “Interleukin-2: Inception, Impact, and Implications.” Science, vol. 240, no. 4856, 1988, pp. 1169–1176. https://pubmed.ncbi.nlm.nih.gov/3283935

  • Morgan, David A., et al. “Selective In Vitro Growth of T Lymphocytes from Normal Human Bone Marrows.” Science, vol. 193, no. 4257, 1976, pp. 1007–1008. https://pubmed.ncbi.nlm.nih.gov/18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