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 동물실험이 항상 성공하지만 임상은 실패하는 이유
발행: 2025-12-27 · 최종 업데이트: 2025-12-27
병리적 실험 조건에서는 효과가 분명하지만, 일상 생리에서는 재현되지 않는 활성산소 가설의 구조적 한계
활성산소를 제거하면 질병은 좋아질까
활성산소는 오랫동안 노화와 질병의 핵심 원인으로 설명되어 왔습니다. 세포막과 단백질, DNA를 손상시키고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분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 결과에 의해 뒷받침되어 왔습니다. 실험실에서 활성산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조건을 만들면 조직 손상이 발생하고, 여기에 항산화제를 투여하면 손상이 줄어드는 현상은 매우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문제는 이 논리가 실험실을 벗어나는 순간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다는 점입니다.
항산화제는 실제로 약으로 개발되었을까
활성산소 가설은 단순한 건강 보조 개념을 넘어, 실제 의약품 개발 단계까지 진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산화 후보 물질 NXY-059입니다.
NXY-059는 활성산소를 직접 포획하는 작용을 하는 합성 물질로, 뇌졸중 모델에서 강력한 신경 보호 효과를 보였습니다. 쥐와 영장류를 포함한 여러 전임상 실험에서 뇌경색 병변의 크기가 감소했고, 신경학적 기능 회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NXY-059는 대규모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NXY-059는 뇌졸중 환자의 기능적 예후를 개선하지 못했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초기 임상에서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보고되었으나, 이후 더 큰 규모의 시험에서는 그 효과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약물은 개발이 중단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활성산소 연구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실패 사례 중 하나이며, “전임상 성공 → 임상 실패”라는 패턴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양소 항산화제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실패는 합성 의약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 기반 항산화제 역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반복적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타민 E와 셀레늄을 이용한 대규모 암 예방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수만 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진행되었으며, 항산화 보충제가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암 예방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고, 일부 지표에서는 오히려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구가 조기에 종료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전략이 장기적인 질병 예방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도 반복된 실패
신경계 질환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활성산소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신경세포 손상에 관여한다는 가설에 따라,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임상시험에서 명확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고, 일부는 개발 도중 중단되거나 시장에서 철수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패는 단순히 약물이 약해서가 아니라, 질문 자체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활성산소 실험은 왜 항상 성공할까
활성산소 연구에서 실험이 거의 항상 성공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실험은 대개 활성산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병리적 도전 조건을 전제로 합니다. 허혈-재관류 손상, 독성 물질 노출, 강한 산화 스트레스는 활성산소를 병리의 중심으로 끌어올립니다. 이 조건에서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면 손상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극단적인 조건에서 일상을 살아가지 않습니다. 생리적 상태에서 활성산소는 항상 생성되며, 면역 반응과 세포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활성산소는 제거해야 할 단순한 독소가 아니라, 조절되어야 할 생리적 요소입니다.
실험과 현실의 차이
문제의 핵심은 여기 있습니다. 실험에서는 활성산소가 병리의 지배적 원인으로 설정되지만, 현실에서는 활성산소는 여러 조절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상태에서 활성산소만을 일방적으로 줄이려는 전략은, 병리의 복잡한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활성산소를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은 실험실에서는 설득력을 가지지만, 임상에서는 반복적으로 실패해 왔습니다. 이는 활성산소 가설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활성산소만으로 질병을 설명하려는 접근이 불충분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활성산소 논의가 남긴 교훈
활성산소 연구의 역사는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병리적 조건에서 효과가 확인된 개입이, 생활 조건에서도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이 교훈은 활성산소뿐 아니라, 염증, 면역, 장내 미생물, 노화 연구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특정 요소를 극단적으로 자극하거나 제거하는 실험은 기전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일상적인 건강 전략이나 치료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활성산소는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중요성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어떻게 조절되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할 대상이라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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