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노화는 왜 항산화를 거부하는가: 장수 연구가 반복해서 실패한 이유
발행: 2025-12-17 · 최종 업데이트: 2025-12-24
항산화는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 장수 연구와 항산화 패러독스를 통해, 생명이 왜 활성산소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았는지를 살펴봅니다.
항산화는 왜 이렇게 매력적인 해답처럼 보였을까
노화 연구에서 항산화는 오랫동안 가장 직관적인 해답이었습니다. 활성산소는 DNA, 단백질, 지질을 손상시키고, 그 손상이 축적되면 노화가 진행된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활성산소를 줄이면 노화도 늦출 수 있다”는 가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가설에 따라 비타민 C, 비타민 E,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 물질은 장수 연구와 건강 담론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 접근이 반복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장수 연구에서 항산화 보충제가 실패한 이유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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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수명 연장 효과를 보이지 못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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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경우에는 오히려 사망률 증가와 연관되기도 했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실험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가설 자체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노화를 “손상의 축적”으로만 이해하면 항산화는 논리적인 해법이지만, 실제 생명 시스템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게 작동합니다.
활성산소는 노화의 원인일까, 신호일까
현대 생물학에서 활성산소는 더 이상 단순한 독성 부산물로만 보지 않습니다. 활성산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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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반응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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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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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생존과 사멸의 균형 조정
즉, 활성산소는 노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면서 동시에 노화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 이중적 역할 때문에, 활성산소를 무조건 줄이는 접근은 오히려 생명 시스템의 조절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호르메시스와 장수의 관계
노화 연구에서 점점 중요해진 개념이 바로 호르메시스(hormesis)입니다. 호르메시스란, 약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생명체를 더 강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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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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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리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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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이런 장수와 관련된 개입들은 공통적으로 일시적인 산화 스트레스 증가를 동반합니다. 이 스트레스는 세포로 하여금 항산화 능력과 복구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유도합니다.
즉, 장수는 스트레스를 없애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능력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항산화는 왜 이 적응을 방해할까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는 이 미묘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가 신호로 작용해야 할 순간에 그 신호를 제거해 버리면, 세포는 적응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 현상은 운동에서 관찰된 것과 동일합니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면 단기적인 손상은 줄어들 수 있지만, 장기적인 적응과 회복 능력은 오히려 감소합니다.
노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산화는 노화의 “결과”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노화에 대응하는 시스템의 성숙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뇌졸중 치료에서 항산화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
항산화 접근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NXY-059입니다. NXY-059는 자유라디칼을 직접 제거하도록 설계된 항산화 약물로, 뇌졸중 이후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신경세포 손상을 막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동물실험 단계에서 NXY-059는 매우 유망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허혈 이후 뇌 손상을 줄이고 신경학적 회복을 개선하는 효과가 반복적으로 관찰되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항산화 전략이 임상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NXY-059는 안전성은 확보했지만, 환자의 기능적 회복이나 예후를 의미 있게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히 약물의 문제라기보다는, 활성산소를 일괄적으로 제거하는 접근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해석됩니다.
뇌졸중 이후의 활성산소는 세포 손상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회복과 재조직화를 유도하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이 신호를 무차별적으로 차단할 경우, 손상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기능 회복은 오히려 방해될 수 있습니다. NXY-059의 임상 실패는 항산화가 언제나 보호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임상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NRF2는 노화에서도 만능 해답이 아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NRF2는 항산화 반응의 핵심 조절자입니다. 하지만 노화 맥락에서 NRF2를 단순히 “켜면 좋은 스위치”로 보는 것도 위험합니다.
NRF2 활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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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보호적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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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고정될 경우
→ 대사 유연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화는 하나의 경로를 극대화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유연성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왜 활성산소를 제거하지 않았을까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생명은 왜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분자를
진화 과정에서 끝내 제거하지 않았을까?
그 답은 단순합니다.
활성산소는 제거하기에는 너무 유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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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변화에 대한 빠른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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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세포를 제거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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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과 재설계를 유도하는 촉매
활성산소는 생명을 위협하는 동시에, 생명을 계속 새롭게 만드는 힘이기도 합니다.
항산화 패러독스의 최종 정리
이 시리즈를 통해 반복해서 확인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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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화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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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항상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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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보호보다 적응을 선택해 왔다
노화는 항산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항산화에 모든 해답을 맡기는 사고를 거부합니다.
정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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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화 보충제는 장수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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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성산소는 손상이자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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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스트레스 제거가 아니라 적응 유지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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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불안정성을 제거하지 않고 관리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노화에 대한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합니다.
얼마나 오래 안전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적응할 수 있는가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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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tow M, Schmeisser S. Mitohormesis explains the effects of antioxidants on health and lifespan. Nature Chemical Biology.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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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s D, Partridge L. Stress-response hormesis and aging. Cell Metabolis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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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man D. Free radical theory of aging: an update.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