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과대광고상: 조나선 아이선 교수가 던진 유쾌하지만 진지한 경고
발행: 2025-08-17 · 최종 업데이트: 2025-12-30
UC 데이비스 미생물학자 조나선 아이선이 만든 ‘마이크로바이옴 과대광고상’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과학이 어떻게 과장되고 소비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최근 방송, 광고, 건강 콘텐츠를 살펴보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마치 거의 모든 문제의 해답인 것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중, 감정, 면역, 만성질환은 물론 인간관계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도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상당수는 아직 실험실 수준의 결과이거나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던 제한적인 관찰에 기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은 이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오랫동안 비판적으로 지켜봐 온 과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조나선 아이선교수입니다.
과대광고를 풍자하는 과학자의 방식
조나선 아이선 교수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에서 미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그는 이 분야가 상업화 과정에서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도 꾸준히 지적해 왔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_Tree of Life_에서 시작한 활동이 바로 “마이크로바이옴 과대광고상(Overselling the Microbiome Award)”입니다. 이 상은 학술적 권위를 부여하는 공식 상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언론·마케팅 언어로 왜곡한 사례를 풍자적으로 지적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경고장’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과대광고 사례들
아이선 교수가 지적해 온 사례들은 학계 내부뿐 아니라 대중 매체와 건강 산업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먼저 타임지가 미생물학자 마틴 블레이저의 발언을 인용하며 “항생제가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소멸시킨다(extinguish)”고 표현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이선 교수는 항생제 이후 마이크로바이옴이 상당 부분 회복된다는 연구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소멸’이라는 단어는 과학적 사실보다는 공포를 자극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체의학 영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펄머터나 조셉 머콜라와 관련된 콘텐츠 중 일부는, 장내 미생물 조절이나 분변 미생물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파킨슨병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사실처럼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이선 교수는 아직 초기 단계의 가설을 임상적 치료처럼 홍보하는 것은 과학적 책임을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한때 태반에도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하며 신생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했는데, 당시 학계에서는 태반 마이크로바이옴의 존재 자체가 논쟁 중이었습니다. 아이선 교수는 불확실한 가설을 확정된 사실처럼 전달한 전형적인 확대 해석 사례로 이 보도를 언급했습니다.
이외에도 통합의학 세미나에서 “장내 세균 균형만 맞추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거나, 건강 미디어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연애 감정과 인간관계를 결정한다”는 식의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캐나다 CBC 라디오에서 소개된 “키스할 때 박테리아가 맞지 않으면 거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 역시, 흥미로운 상상력은 될 수 있지만 과학적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이선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조나선 아이선 교수의 비판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이 분야가 매우 흥미롭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합니다. 다만 문제는 ‘가능성’이 언제, 어떻게 ‘사실’로 둔갑하는가에 있습니다.
과학은 조심스럽게 말해야 하며, 특히 건강과 질병을 다룰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설은 가설로, 초기 연구는 초기 연구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과학은 정보가 아니라 마케팅 도구가 됩니다.
마무리하며: 마이크로바이옴과 비판적 사고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과장과 사이비가 유입되기 쉬운 이유는 구조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 미생물 균주는 대량 생산이 비교적 쉽고, 이는 곧 다양한 상업적 기회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 과학적 근거보다 앞서는 과장 광고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조나선 아이선 교수가 만든 ‘마이크로바이옴 과대광고상’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과학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유행하는 키워드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근거이며, 과학의 신뢰는 절제된 언어와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이 상은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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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sen JA. Overselling the microbiome. Tree of Life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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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ser MJ. Missing microbes and human health.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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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bert JA et al. Current understanding of the human microbiome. C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