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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를 쉽게 골라내는 방법: 과학의 언어를 빌린 주장들

발행: 2025-12-25 · 최종 업데이트: 2025-12-25

백신, 영양, 활성산소, 디톡스 담론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이비적 구조를 통해 과학과 대체 신앙을 구분하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사이비를 골라내는 방법 : 왜 그들은 늘 비슷한 말을 반복하는가

사이비는 특정한 외형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사이비는 종교적 언어보다 오히려 과학과 건강의 언어를 더 자주 차용합니다. 백신, 영양, 면역, 해독, 자연과 같은 단어들은 이제 사이비 담론의 핵심 어휘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그 단어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사이비적 주장은 놀라울 만큼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인식하면, 개별 주장 하나하나를 반박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사이트나 youtube 채널에서 하는 말을 잘 들어보면 사이비 혹은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시면 바로 이 사이트의 내용은 좀 위험하다고 인식하시면 됩니다.

백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합니다

사이비를 가려내는 가장 분명한 신호 중 하나는 백신 전체를 부정하는 태도입니다.

  • 백신은 본질적으로 해롭다
  • 백신은 면역을 망가뜨린다
  • 자연 감염이 더 우월하다

이러한 주장들의 공통점은 특정 백신의 한계나 개선점을 논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수십 년간 축적된 역학·면역학·임상 데이터를 한꺼번에 무효화합니다. 이는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 과학적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서사가 있습니다.
“숨겨진 진실”, “조작된 시스템”, “깨어 있는 소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 반증과 데이터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이 사이트에서도 왜 많은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분석했지만, 백신무용론을 말한 적은 없으며 오히려 백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COVID-19 백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위험분석을 통해서 그것이 정말로 위험했다고 말하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즉, 백신이 원래 조금은 위험할 수 있지만, 더 큰 위험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일부는 백신 후유증을 백신의 위험성으로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일부는 백신 맞고 바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몇 달 뒤에 생기는 증상까지 모두 백신 후유증이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백신 후유증 보다는 COVID-19 후유증이 훨씬 심각한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이트에서 백신에 대한 태도를 잘 보시면 그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우유를 포함한 특정 식품을 본질적으로 악마화합니다

사이비 담론은 특정 식품을 개인의 선택이나 체질 문제가 아니라, 문명 전체의 오류처럼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대상이 우유입니다.

  • 인간은 우유를 먹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 우유는 염증과 암의 원인이다
  • 우유는 호르몬과 독소 덩어리다

이러한 주장은 우연히 퍼진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과 조직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생산·유통됩니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닐 버나드입니다.

닐 버나드는 임상의학자라기보다, 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PCRM)라는 단체의 설립자이자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조직은 이름과 달리 중립적인 의학 학술 단체가 아니라, 비건 식단을 정책·윤리·의학의 정답으로 전제하는 명확한 이념 조직입니다. PCRM은 동물권 운동 단체들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우유·육류·계란을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규정하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왔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우리나라에서는 책임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라고 번역되면서 마치 이 단체가 의사들의 단체인 것처럼 착각하게 합니다.

중요한 점은 그의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가입니다. 닐 버나드는 우유 섭취와 특정 질환 사이의 제한적 상관관계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면서, 이를 인과관계처럼 서술합니다. 그 과정에서 섭취량, 발효 여부, 전체 식단 구성, 영양 결핍 보완 문제, 개인의 유전적 차이와 같은 핵심 변수들은 의도적으로 제거됩니다.

유당불내증이나 우유 단백질에 대한 개인적 부적합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닐 버나드의 담론에서는 이러한 예외가 아니라, 우유를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비윤리적인 선택으로 재구성됩니다. 즉, 영양학적 논의가 도덕적 판단으로 전환됩니다.

이 지점에서 과학과 사이비의 경계가 분명해집니다. 과학은 “어떤 조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닐 버나드식 담론은 “이것은 원래부터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단정의 순간, 우유는 더 이상 조절 가능한 식품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식단 선택은 개인의 건강 관리가 아니라, ‘깨어 있는 사람’과 ‘무지한 사람’을 가르는 신념 표식이 됩니다. 이 구조는 영양학이 아니라, 대체 신앙의 전형적인 작동 방식입니다.

활성산소를 모든 질병과 노화의 원인으로 설정합니다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는 실제로 존재하며 세포 손상과 병리 과정에 관여합니다. 그러나 사이비 담론에서 활성산소는 모든 질병과 노화의 단일 원인으로 격상됩니다.

  • 암은 활성산소 때문이다
  • 노화는 활성산소 때문이다
  • 활성산소를 없애야 건강해진다 그러므로 항산화제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이 설명에서 빠져 있는 것은 활성산소의 생리적 역할입니다. 활성산소는 면역 반응, 세포 신호 전달, 운동 적응에 필수적인 분자이기도 합니다. 현대 생물학은 이미 “활성산소 = 절대악”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는 여전히
“항산화제를 많이 먹을수록 좋다”
“특정 항산화 물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라는 구조를 반복합니다. 이는 단일 원인과 단일 해법을 결합하는 전형적인 사이비 패턴입니다.

디톡스를 말하지만, 독소를 정의하지 않습니다

디톡스 담론은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장내 LPS, 내독소,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부담처럼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개념들은 존재합니다. 간, 장, 면역계가 이를 처리한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이비적 디톡스가 이러한 구체적인 생리학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 담론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디톡스는 현대의 유행어가 아니라 오래된 오해의 반복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디톡스 개념의 역사적 기원 중 하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행했던 장 청소설(intestinal autointoxication)입니다. 이 이론은 장에 남아 있는 대변이 부패하면서 독소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혈액으로 흡수되어 전신 질환과 정신적 문제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장을 ‘정화하지 않으면 병이 생긴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고, 관장, 극단적인 금식, 장 세척 요법이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국내에서는 "숙변"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이론이 이후 생리학과 미생물학의 발전에 따라 과학적으로 부정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장내 미생물과 대변은 단순한 독소 저장고가 아니라, 정상적인 소화와 면역 조절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변은 독소 덩어리”라는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 디톡스 담론 속에서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났습니다.

현대의 사이비적 디톡스는 이 오래된 사고방식을 거의 그대로 반복합니다.

독소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생성되고 어떤 경로로 축적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단지 “현대인은 독소에 찌들어 있다”고 선언합니다

이때 말하는 ‘독소’는 특정한 화학 물질이나 생물학적 대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설명되지 않은 피로, 불안, 만성 증상을 한데 묶는 정서적 개념에 가깝습니다. 결국 디톡스는 생리학의 언어가 아니라, 불안을 자극하는 서사로 기능합니다.

따라서 문제는 디톡스라는 단어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독소를 정의하지 않은 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설정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한 세기 전 장 정소설이 그랬던 것처럼 공포와 직관에 기대는 서사에 가깝습니다.


공통된 구조: 복잡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 주장들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구조는 매우 유사합니다.

복잡한 시스템을 단일 원인으로 환원합니다
조건, 예외, 개인차를 제거합니다
“전부 틀렸다”에서 출발해 “우리만 옳다”로 끝납니다

현실의 생리학과 의학은 본질적으로 복잡합니다. 사이비는 이 복잡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항상 단순한 적과 단순한 해답을 만들어냅니다.

정리하면, 사이비를 골라내는 가장 실용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주장은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는가?”

백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가, 특정 식품을 본질적으로 악마화하는가, 활성산소를 절대악으로 설정하는가, 독소를 정의하지 않은 채 디톡스를 외치는가.

이 질문들에 여러 개가 동시에 해당된다면, 그 주장은 과학이라기보다 대체 신앙에 가깝습니다.

과학은 불완전하지만 정직합니다. 사이비는 단순하지만 확신에 차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이비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합니다.

관련 글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Vaccine safety basics.

  2. Halliwell B, Gutteridge JMC. Free radicals in biology and medicine. https://academic.oup.com/book/40045

  3. Harvard Health Publishing. The dubious practice of detox diets. https://www.health.harvard.edu/staying-healthy/the-dubious-practice-of-det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