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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조기 진단의 두 얼굴: 말뫼 연구와 과잉진단의 역사

발행: 2025-12-21 · 최종 업데이트: 2025-12-21

말뫼 유방암 검진 연구를 통해 살펴보는 조기 진단의 한계와 과잉진단 논쟁

유방암 조기 진단의 두 얼굴

― ‘말뫼 이야기’로 다시 읽는 과잉진단의 역사

“일찍 발견하면 반드시 살릴 수 있다.”
이 문장은 오랫동안 유방암 검진을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구호였습니다. 실제로 1970–80년대 서구 사회에서는 조기 검진이 곧 생존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에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연구는 조기 진단의 성공 사례라기보다 과잉진단(overdiagnosis) 논쟁의 대표적 출발점으로 더 자주 언급됩니다. 왜 이런 반전이 생겼을까요.

조기 진단은 언제나 이득일까

많은 분들께서는 “암을 빨리 발견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시각은 매우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암 진단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암으로 진단되는 순간 대부분 치료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수술,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치료는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남길 수 있습니다. 만약 그 암이 평생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을 병변이었다면, 그 치료는 과연 도움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검진을 한 집단”과 “검진을 하지 않은 집단”을 오랜 기간 비교해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인구 이동, 검사 참여 여부 변화, 의료 접근성 차이 때문에 이런 비교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말뫼에서는 예외적으로 이 조건을 충족한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말뫼 시험은 무엇이었나

1976년부터 말뫼에서는 45–69세 여성 약 5만 4천 명을 대상으로, 개별 무작위 배정방식의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 mammography)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2년마다 검진을 받는 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뉘었습니다.

  • 1984년 초기 발표에서는 유방암 사망률 24% 감소라는 인상적인 결과가 보도되었습니다.

  • 그러나 약 15년간의 장기 추적 결과, 연구진은 과잉진단 약 10%를 직접 관찰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검진으로 발견된 암 10명 중 1명은, 생애 동안 증상도 사망도 일으키지 않았을 병변이었다는 뜻입니다.

이후 덴마크의 비판적 연구자 피터 괴체는 말뫼 연구와 스웨덴 두 카운티 시험을 재분석하며,
“사망 감소 효과는 과장되었고, 과잉진단은 과소평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비판은 오늘날 코크란 리뷰와 여러 국가의 검진 가이드라인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 의사들이 놓쳤던 핵심

당시 국내외 보도를 보면, 말뫼 연구의 메시지가 ‘맘모그래피의 위양성(false positive)’ 문제로 잘못 이해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진단 장비가 나빠서 암이 아닌데 치료를 해서 그렇다고 착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장비는 스크린 장비이지 암을 확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방암 진단은 맘모그래피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의심 소견이 나오면 결국 조직검사로 이어집니다. 즉, 문제는 검사 기계의 정확도가 아니라 암이라는 진단 자체가 필요했는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여전히 “조기 검진은 무조건 중요하다”고만 강조하는 해석은 지금도 여러 매체와 영상 플랫폼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는 예방의학의 역사와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잉진단이란 무엇인가

과잉진단이란, 조기 검진으로 ‘암’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생애 동안 증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을 병변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저등급 관상피내암(DCIS, ductal carcinoma in situ)이나 매우 느리게 자라는 소형 침윤성 종양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3년 메타분석: 40세 이상 여성에서 과잉진단 약 12.6%

  • 캐나다 25년 무작위시험: 22%(생존 1명 개선당 약 1.3명 과잉진단)

  • 코크란 및 영국 관찰 연구: 프로그램 설계에 따라 30–50%까지 보고

과잉진단은 발견 시점만 앞당겨 생존 기간이 길어 보이게 만드는 리드타임 편향(lead-time bias), 그리고 느리게 자라는 종양이 검진에 더 잘 포착되는 길이 편향(length bias)때문에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곤도 마코토가 말한 ‘착한 암’과 ‘나쁜 암’의 구분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과잉진단이 왜 문제가 되는가

과잉진단은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닙니다.

  • 불필요한 치료: 저위험 DCIS라도 ‘암’이라는 진단만으로 유방 절제, 방사선, 항호르몬 치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삶의 질 저하: 수술 후 후유증, 방사선 피부염, 약물 부작용, 그리고 ‘암 환자’라는 낙인이 남깁니다.

  • 보건 자원 낭비: 과잉치료에 쓰인 자원은 정작 고위험군의 정밀 검사와 치료 접근성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말뫼 연구의 장기 추적은, 검진군의 사망 감소 폭이 생각보다 작았고 과잉진단의 부담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국제 가이드라인의 공통된 변화는 모두에게 매년 검진이라는 기조에서 벗어났다는 점입니다.

  • 미국 USPSTF(2024): 40–74세, 2년 주기 권고. 과잉진단을 주요 위해 요소로 명시

  • IARC(2023): 50–74세에서만 사망 감소 근거가 명확, 40대는 근거 불충분

  • 영국 NHS: 50–70세 3년 주기, 안내서에 “1000명 검진 시 사망 1명 예방, 3–6명 과잉진단” 명시

특히 40대 검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말뫼 이후 우리가 배운 것

  1. 사망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 대부분의 대규모 시험에서 절대적 이득은 1000명당 1–2명 수준입니다.

  2. 과잉진단은 구조적 문제다 기술이 발전해도 느리게 자라는 암이 먼저 발견되는 현상은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3. 숫자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상대위험만 강조하면 절대적 이득과 피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4. 개인화된 검진이 중요하다 가족력, BRCA1/2, 치밀유방 여부에 따라 초음파, MRI, 유전자 검사 등을 선택해야 합니다.

‘말뫼가 남긴 숙제’

말뫼 시험은 한때 “조기 발견=생존”이라는 믿음을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긴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 이면에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라는 그림자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진을 전면 거부할 필요도 없고, “찍기만 하면 안심”할 이유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 가지 질문입니다.

  • 나의 나이와 가족력, 유전적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 검진으로 얻을 절대적 이득이 과잉진단의 피해보다 큰가

  • 결과에 따라 ‘감시’와 ‘치료’를 유연하게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말뫼 이야기는 조기 진단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방의학의 중요한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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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및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