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배양 가능한 종양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의 탄생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77년 Gillis와 Smith의 Nature 논문을 통해 본 종양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 장기 배양의 시작
T세포 연구의 전환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1970년대 중반까지 면역학에서 T세포는 다루기 까다로운 존재였습니다. 항원이 존재하지 않으면 증식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며칠 이상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능을 유지한 채 장기간 배양되는 T세포, 더 나아가 종양을 인식하고 사멸시키는 T세포는 거의 불가능한 대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연구가 1977년 발표된 Steve Gillis와 Kendall A. Smith의 논문입니다. 이 연구는 종양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를 장기간 배양하면서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연구의 배경: 항원 없이는 T세포가 살 수 없다는 교리
이 논문이 발표되기 전까지 면역학의 핵심 교리는 명확했습니다. “T세포는 항원을 통해서만 활성화되고 증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장기 배양에 성공한 T세포 사례들은 대부분 반복적인 혼합림프구반응(mixed lymphocyte culture)을 필요로 했습니다. 항원을 주기적으로 다시 공급하지 않으면 T세포는 곧 증식을 멈추고 사멸했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유지된 세포들은 종종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Gillis와 Smith는 이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항원은 초기 활성화에 필요할 수 있지만, 증식 자체를 유지하는 신호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실험 전략: 항원 선택 후, 성장 신호만 남기다
연구진은 먼저 마우스 모델에서 혼합 종양 림프구 배양(mixed tumor lymphocyte culture)을 통해 종양특이적 세포독성 T세포를 유도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항원이 필수적이었습니다. T세포가 “무엇을 공격해야 하는지”를 학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선택(selection)이 끝난 뒤에는 접근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항원 재자극 없이도 T세포가 살아남고 증식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이 세포들을 림프구 조건배지에 옮겨 배양했습니다. 이 배지는 미리 자극된 T세포에서 유래한 상등액으로 만들어졌으며, 정체가 규명되지 않은 성장 촉진 인자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핵심 조건은 매우 낮은 초기 세포 밀도였습니다. 기존 면역학 실험에서 흔히 사용되던 고밀도 배양과 달리, 수천 개 수준의 세포로 시작했을 때 T세포는 안정적으로 증식했습니다.
CTLL1과 CTLL2: 기능을 유지한 채 증식하는 T세포
이 과정을 통해 확립된 세포주가 CTLL1과 CTLL2입니다. 이 세포들은 수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배양되었으며, 단순히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강력한 세포독성 기능을 유지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 T세포는 더 적은 수로도 동일한 종양 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는 세포가 단순히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성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정상 세포에는 반응하지 않고 종양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함으로써, 종양특이성을 명확히 유지했습니다.
세포독성의 실체: 과립 속 무기
현미경 관찰에서 이 T세포들은 세포질 내에 다량의 과립(granule)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전자현미경 분석과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과립 속에는 표적 세포의 막에 구멍을 형성하는 퍼포린(perforin)과 단백질 분해 효소인 그랜자임(granzyme)이 존재함이 밝혀집니다.
이 논문은 이러한 분자들을 직접 규명하지는 않았지만, 세포독성 T세포가 독립된 살상 기구를 갖춘 전문 면역 세포임을 처음으로 분명히 보여준 연구였습니다.
이 논문의 의미: T세포 혁명의 시작
이 연구의 진정한 의의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T세포 증식은 항원 자극 이후 용해성 성장 인자에 의해 유지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둘째, 장기 배양이 가능해지면서 T세포 성장 인자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생물학적 분석 시스템이 마련되었습니다.
셋째, 기능을 유지한 T세포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면역치료라는 개념이 현실적인 연구 대상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논문 이후, T세포 성장 인자는 분자 수준에서 규명되었고, 이는 결국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로 정식 명명됩니다. 1977년의 이 연구는 그 모든 흐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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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MLA)
Gillis, Steve, and Kendall A. Smith. “The Long-Term Culture of Tumor-Specific Cytotoxic T Cells.” Nature, vol. 268, 1977, pp. 154–156.
https://www.nature.com/articles/268154a0
Smith, Kendall A. “T-Cell Growth Factor.” Immunological Reviews, vol. 51, 1980, pp. 337–357.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1600-065X.1980.tb00320.x
Vignali, D. A. A., et al. “How Regulatory T Cells Work.” Nature Reviews Immunology, vol. 8, 2008, pp. 523–532.
https://www.nature.com/articles/nri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