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가 세포를 죽이는 과정을 측정하는 실험: Brunner의 1968년 Cr-51 세포독성 분석
발행: 2026-01-01 · 최종 업데이트: 2026-01-01
Brunner의 1968년 Immunology 논문을 통해 세포 매개 면역반응과 Cr-51 방출 분석법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를 정리합니다.
1968년은 세포 면역학이 “보인다”의 단계에서 “측정된다”의 단계로 넘어간 해였습니다. 그 전환점에 놓인 논문이 바로, Teddy Brunner를 중심으로 한 스위스 연구진의 연구입니다. 이 논문은 Immunology에 게재되었으며, 이후 수십 년간 세포 매개 면역반응을 정의하는 표준 실험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논문의 원제는 다소 길지만, 핵심은 분명합니다. 면역된 림프구가 동종이계(allogeneic) 표적 세포를 실제로 ‘죽인다’는 현상을 시험관 안에서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입니다.
왜 이 실험이 필요했는가
1960년대 중반까지도 한 가지 질문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식 거부나 종양 제거 과정에서 관찰되는 세포 사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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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구가 직접 표적 세포를 죽이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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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항체와 보체(complement)가 매개하는 간접 효과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Peter Medawar의 연구를 통해 이식 거부 반응의 중요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를 정량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험관 내 분석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초기에는 현미경으로 “죽어 보이는 세포”를 세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Brunner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적 세포의 생존 여부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Cr-51 방출 분석의 핵심 아이디어
이미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표적 세포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해 사멸을 측정하는 시도가 보고된 바 있었습니다. 특히 스톡홀름의 Jan Klein과 Peter Perlmann 그룹은 크로뮴-51(¹⁵¹Cr)을 이용한 표지법을 제시했습니다.
Brunner 팀은 이 방법을 세포 매개 세포독성 분석에 체계적으로 적용합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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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세포(종양세포)를 ¹⁵¹Cr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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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된 림프구와 표적 세포를 함께 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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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세포가 죽으면, 세포 안에 있던 ¹⁵¹Cr이 상층액으로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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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층액의 방사능을 측정해 세포 용해 정도를 정량화
이렇게 하면, “얼마나 많은 세포가 죽었는가”를 명확한 숫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실험 설계의 구조
Brunner는 조직적합성이 다른 두 마우스 계통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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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57BL/6 마우스: 면역을 유도하는 수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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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A/2 마우스 유래 PA15 종양세포: 표적 세포
C57BL/6 마우스에 PA15 종양세포를 주입해 8–10일간 면역한 뒤, 비장(spleen)을 적출해 면역된 림프구를 얻었습니다. 이 세포들은 종양 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상태였습니다.
표적 세포인 PA15는 ¹⁵¹Cr로 표지한 뒤 충분히 세척해, 방사능이 세포 내부에만 남도록 했습니다.
이후 실험의 핵심은 효과기 세포(effector)와 표적 세포(target)의 비율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100:1 비율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며, 배양 시간은 3시간, 6시간, 9시간 등으로 나누어 측정했습니다.
결과: 세포가 실제로 죽인다
결과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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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된 림프구 + 표적 세포 → 빠른 ¹⁵¹Cr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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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면역 림프구 + 표적 세포 → 방출 거의 없음
100:1 비율에서는 3시간 이내에 약 50%의 ¹⁵¹Cr이 방출되었고,
콜로니 형성 분석으로 확인해 보면 6시간 내에 표적 세포의 약 90%가 사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림프구가 직접 표적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사실이 정량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또한 효과기 세포 수를 늘릴수록 표적 세포 용해율이 비례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이 반응이 우연이나 부수 효과가 아니라 정량적·재현 가능한 면역반응임을 보여줍니다.
항원 특이성과 대사 의존성
Brunner 팀은 이 반응이 진짜 면역학적 반응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대조 실험을 수행합니다.
첫째, 동종항체(isoantibody)를 첨가했을 때, 세포살해가 특이적으로 억제되었습니다. 표적 세포의 항원이 항체에 의해 가려지면 림프구의 인식과 살해가 차단된다는 뜻입니다.
둘째, RNA 합성이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대사 억제제(metabolic inhibitors)를 넣으면 세포살해 반응이 감소했습니다. 이는 효과기 림프구가 단순히 이미 준비된 무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자들을 합성하며 살해 과정을 수행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메커니즘에 대한 초기 가설
논문 토의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추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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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세포의 막이 손상되어 큰 분자가 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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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 확산이 아니라, 막에 “큰 구멍”이 생긴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 한 림프구가 한 표적 세포를 죽일 수 있다(single-hit model)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당시에는 살해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 가설은 이후 1980년대에 퍼포린(perforin)의 발견으로 사실로 입증됩니다. Brunner가 상상으로 제시했던 “막 손상” 모델이 실제 분자 실체를 갖게 된 것입니다.
왜 이 논문이 고전인가
이 논문의 가치는 결과 자체보다도 방법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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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으로 단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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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정량적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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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안에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¹⁵¹Cr 방출 분석은 이후 10년, 20년 넘게 세포독성 T 세포(CTL) 반응과 세포 매개 면역(CMI)을 연구하는 표준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대체법이 있지만, “세포가 세포를 죽인다”는 개념을 실험적으로 확립한 출발점은 바로 이 1968년 Brunner의 논문입니다.
Cr51 방출 시험 관련 주의사항
1. 왜 Cr-51 방출 분석은 정밀했는가: 세포막 손상만을 읽는 지표
Brunner의 ¹⁵¹Cr 방출 분석이 이전의 세포독성 시험법보다 훨씬 정밀했던 이유는,
이 방법이 세포막 손상이라는 사건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읽어내는 물리·화학적 성질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¹⁵¹Cr은 실험에서 sodium chromate(CrO₄²⁻) 형태로 표적 세포에 처리됩니다. 이 음이온은 세포막을 비교적 쉽게 통과해 세포 내부로 들어가며, 세포 안에 들어온 뒤에는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macromolecule)에 빠르게 결합합니다.
특히 크로뮴은 단백질의 양전하를 띠는 잔기들과 안정적인 결합을 형성해, 세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세포 밖으로 다시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즉, 살아 있는 세포에서는 → ¹⁵¹Cr이 세포 내부 고분자에 고정된 상태로 유지하며, 세포막이 손상되면 → 고분자와 함께 ¹⁵¹Cr이 외부로 유출
그러므로, ¹⁵¹Cr의 방출은 대사 저하, 일시적 기능 이상, 세포 부착 변화 같은 간접적 현상이 아니라 세포막의 구조적 파괴가 일어났을 때만 발생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한 번 방출된 ¹⁵¹Cr은 다른 세포(예: 효과기 림프구)에 의해 재흡수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여러 연구에서, 세포 밖으로 나온 크로뮴은 자유롭게 확산되거나 희석될 뿐, 다시 살아 있는 세포 내부로 의미 있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상층액에서 측정되는 방사능은 “과거에 죽은 세포의 흔적”이 아니라 그 시점까지 실제로 용해된 표적 세포의 누적 결과를 반영합니다.
이 때문에 ¹⁵¹Cr 방출 분석은, 세포가 정말로 죽었는지, 그 죽음이 막 손상이라는 형태로 일어났는지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는 지표가 되었고, 현미경 관찰이나 콜로니 형성 같은 간접 지표보다
훨씬 정량적이고 재현성 높은 분석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Brunner의 실험이 설득력을 가졌던 이유는, “림프구가 세포를 죽인다”는 주장 자체보다도, 그 죽음을 세포막 파괴라는 물리적 사건으로 정확히 환원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실험법은 특히 NK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수치 해석의 주의점
일반적으로 Cr51 release 실험에는 세포의 비율이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1, 50:1, 25:1) 등입니다.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것이 100이 effector 세포이고 1이 target 세포입니다. 즉 target 세포보다 약 100배를 넣어준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effector 세포 중에서 실제로 Killing을 할 수 있는 세포가 적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수의 세포를 넣어줍니다.
만약 원하는 세포를 분리해서 실험했다면 이 비율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 Brunner, K. T., et al. "Quantitative assay of the lytic action of immune lymphoid cells of 51Cr-labelled allogeneic target cells in vitro; inhibition by isoantibody and by drugs." Immunology 14.2 (1968): 181. 논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