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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T 세포에서 CD4⁺ 세포독성 T 세포의 발견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82년 PNAS에 발표된 인간 T 세포 클론 분석 연구를 통해, CD4⁺ T 세포도 세포독성 기능을 가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고전 논문을 정리합니다.

Clonal analysis of human cytotoxic T lymphocytes
Stephen M. Moyer, Stuart F. Schlossman, Ellis L. Reinherz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 1982
인간 말초혈 T 세포를 단일 세포 유래 클론으로 분석함으로써, CD8⁺ T 세포뿐 아니라 일부 CD4⁺ T 세포도 독립적인 세포독성 기능을 가질 수 있음을 처음으로 명확히 증명한 연구로, CD4·CD8을 기능적 운명 결정자가 아닌 항원 인식 보조 분자로 재해석하는 계기를 제공한 고전 논문.

인간 T 세포도 클론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1982년, CD4⁺ 세포가 ‘킬러’일 수 있음을 증명한 결정적 실험

1982년 7월, 면역학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는 논문이 발표됩니다. “Clonal Analysis of Human Cytotoxic T Lymphocytes”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인간 T 세포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클론으로 분리·분석함으로써, 당시 거의 의심받지 않던 하나의 교리를 정면으로 흔들었습니다.

그 교리는 단순했습니다.

“도움(helper)은 CD4, 살상(killer)은 CD8”

이 논문은 이 이분법이 적어도 인간 면역계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그리고 매우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Stephen Moyer, Stuart Schlossman, 그리고 Ellis Reinherz에 의해 수행되었고,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PNAS)에 게재되었습니다.

배경: T4와 T8이라는 새로운 언어

1970년대 후반, 인간 T 세포 표면에는 T4T8이라는 항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들은 훗날 각각 CD4, CD8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됩니다. 당시까지 정리된 그림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T4(CD4)
    → 말초 T 세포의 약 60%
    → 도움(helper) 또는 유도(inducer) 기능
    → 사이토카인 생산의 중심

  • T8(CD8)
    → 말초 T 세포의 약 30~40%
    → 세포독성(cytotoxic) 기능
    → 항원 제거 담당

흉선(thymus)에서는 대부분의 세포가 T4⁺T8⁺ 이중양성(double positive) 상태이며, 말초로 나가면서 단일양성(single positive)으로 분화한다는 사실도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결론이 “집단(population) 수준의 실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상한 관찰: CD4 집단에서도 살상이 보인다

연구자들은 혼합림프구배양(mixed lymphocyte culture, MLC) 실험에서 이상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관찰합니다.

  • T8⁺ 집단 → 예상대로 강한 CTL 활성

  • T4⁺ 집단 → 소수이지만 분명한 CTL 활성

이 결과는 기존 교리로는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마우스 면역학에서 확립된 개념에 따르면 “CD4는 돕고, 죽이지 않는다”가 정설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인간은 꼬리 없는 큰 쥐”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마우스 데이터가 인간 면역학의 기준처럼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습니다.

이 논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이 CD4⁺ 살상 활성은 집단의 혼합 효과일까, 아니면 진짜 CD4⁺ CTL이 존재하는 걸까?

해법: 인간 T 세포를 ‘클론’으로 만들어 보자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진이 선택한 방법은 명확했습니다.

단일 세포에서 출발한 T 세포 클론을 만들어 그 정체와 기능을 동시에 분석한다.

이는 이미 마우스 면역학에서는 확립된 접근이었지만, 인간 T 세포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성공한 적이 거의 없던 시도였습니다.

실험 설계의 핵심

1. 출발 재료

  • 실험실 동료들의 말초혈액 단핵세포(PBMC)

  • Ficoll-Hypaque 밀도구배 원심분리로 정제

2. 자극과 증식

  • EBV로 불멸화된 림프모세포 B 세포주를 자극 세포로 사용

  • 혼합림프구배양을 통해 T 세포 활성화

3. IL-2 공급

  • PHA + PMA로 자극한 PBMC에서 IL-2(TCGF) 생산

  • 당시 PMA가 IL-2 생산을 10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John Farrar의 연구로 막 밝혀진 상태였습니다.

4. 클로닝 방법

  • Soft agar cloning

  • Limiting dilution cloning

    • 10 cells / well

    • 5 cells / well

    • 1 cell / well

이론적으로 한 우물에 하나의 세포만 들어갈 확률을 계산해 진짜 클론임을 통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결과적으로 약 90%에 달하는 plating efficiency를 얻었습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매우 뛰어난 성과였습니다.


결과: CD4⁺ CTL은 실제로 존재한다

총 22개의 독립적인 T 세포 클론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CD8⁺ 클론

    • 15/22 (약 68%)

    • 전부 세포독성 활성 보유

  • CD4⁺ 클론

    • 7/22 (약 32%)

    • 이 중 2개 클론이 명확한 세포독성 활성

즉, 단일 세포에서 출발한 CD4⁺ T 세포가 스스로 세포독성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이 처음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이는 “집단 효과”나 “오염”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였습니다.

클론의 힘: 놀라울 정도로 강한 살상

Chromium release assay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 Effector : Target = 1:1

  • 그럼에도 20~30% 세포 용해관찰

이는 집단 세포 실험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클론 분석이 왜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입니다.

MHC 제한성까지 확인하다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 CD8⁺ CTL → MHC class I제한적 살상

  • CD4⁺ CTL → MHC class II와 연관된 살상

차단 항체(anti-HLA, anti-IA)를 이용한 실험으로 이 점을 교차 검증합니다.

즉, CD4와 CD8은 단순한 표지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MHC 인식 경로와 연결된 분자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집니다.

이 논문의 더 큰 의미

1. 인간 면역학의 독자성

마우스 모델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이 인간 T 세포에서는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2. TCR 개념으로 이어지는 다리

1982년 가을, Steve Shaw는 CD4⁺ CTL이 항원 인식 구조 자체의 일부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이 흐름은 1983년 Reinherz와 Schlossman의 리뷰 논문으로 이어지며, CD4·CD8은 TCR의 공동수용체(co-receptor)라는 오늘날의 정설로 발전합니다.

3. CD4⁺ CTL이라는 ‘잊힌 개념’

흥미롭게도 이후 수십 년간 CD4⁺ 세포독성 T 세포는 면역학 교과서에서 거의 사라집니다.

그러나 이 논문은 이미 1982년에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 세포들은 자가면역, 알레르기, 이식 거부와 같은 인간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며

이 논문은 단순히 “CD4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연구가 아닙니다.

  • 인간 T 세포도 클론 수준에서 분석 가능함을 증명했고

  • T 세포 기능을 표면 마커와 기계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 이후 TCR, 공동수용체, MHC 제한성 개념으로 이어지는 개념적 연결고리를 제공했습니다.

1982년은 인간 T 세포 면역학이 마우스와 사람의 면역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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