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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 결핍 마우스가 뒤흔든 패러다임: 성장 인자를 넘어 조절자로

발행: 2026-01-04 · 최종 업데이트: 2026-01-04

1991년 Nature에 발표된 IL-2 knockout 마우스 연구가 면역학에 남긴 결정적 질문들

The development and function of T cells in mice rendered IL-2 deficient by gene targeting
Hubert Schorle, Thomas Holtschke, Thomas Hünig, Annalisa Schimpl, Ivan Horak · Nature · 1991
IL-2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한 최초의 마우스 모델을 통해, IL-2가 T세포 증식에 필수적인 성장 인자일 뿐 아니라 면역 반응의 조절과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함을 처음으로 드러낸 연구.

1. “IL-2가 없다면 면역은 무너질까?”

1991년 발표된 이 논문은, 당시 면역학자들이 거의 의심하지 않던 전제를 정면으로 시험한 연구였습니다. 그 전제는 단순했습니다.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는 유일한 T세포 성장 인자이며, 이것이 없으면 면역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이 믿음은 결코 근거 없는 가설이 아니었습니다. 1989년과 1990년에 각각 보고된 인간 IL-2 결핍 사례는, 모두 심각한 면역결핍을 동반했고, 골수이식에 실패한 뒤 사망하거나 재조합 IL-2 치료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IL-2 결핍 = 치명적 면역 실패”라는 인식은 거의 상식에 가까웠습니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상식을 유전자 수준에서 직접 검증한 첫 사례였습니다.

2. 최초의 사이토카인 knockout 마우스

이 연구는 독일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교신저자는 병리학자인 Ivan Horak이었습니다.

당시 유전자 타깃팅(gene targeting) 기술은 1989년에 막 도입된 최신 기술이었고, 이 연구는 그 기술을 이용해 IL-2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knockout)한 최초의 사이토카인 결손 마우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IL-2 유전자는 네 개의 엑손(exon)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구자들은 세 번째 엑손에 네오마이신 내성 유전자(neomycin resistance cassette)를 삽입해 IL-2 mRNA와 단백질이 전혀 생성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3. 놀라운 첫 관찰: T세포 발달은 정상이다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T세포 발달 과정 자체가 무너졌는지 여부였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 흉선에서의 CD4⁺CD8⁺ 이중양성(double-positive) 세포 비율

  • CD4 또는 CD8 단일양성(single-positive) 세포의 분포

  • T세포 수용체(TCR)를 발현하는 세포의 비율

이 모든 지표에서 IL-2 결핍 마우스와 정상 마우스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IL-2가 없어도 T세포의 발생과 기본적인 분화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IL-2를 “발달 필수 인자”로 보던 관점은 수정이 필요해졌습니다.

4. 두 번째 충격: IL-2 없이도 증식한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각 조직(흉선, 비장, 림프절)에서 얻은 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자극했습니다.

  • 자극 물질: ConA(concanavalin A)

  • readout:

    • 삼중수소 티미딘(tritiated thymidine) 흡수 → 세포 증식

    • CTLL 기반 생물학적 분석 → IL-2 분비

정상 마우스에서는 예상대로,

  • ConA 자극 → 증식 증가

  • IL-2 분비 검출

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IL-2 knockout 마우스에서도, IL-2 mRNA와 단백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onA 자극만으로 T세포 증식이 뚜렷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는 연구자들뿐 아니라 당시 IL-2 연구자 전반에게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IL-2가 없어도, T세포는 어느 정도 증식할 수 있다.

이 결과는 “IL-2는 유일한 T세포 성장 인자”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처음으로 흔들었습니다.

5. 시험관 안과 생체 안의 괴리

논문의 다음 핵심 결과는 T세포의 헬퍼(helper) 기능, 즉 B세포 도움 능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에서,

  • IL-2 결핍 마우스의 T세포는

  • B세포를 도와 IgM 항체 분비를 거의 유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생체 내(in vivo)에서 완전히 달랐습니다.

  • 혈청 IgM 농도는 정상 마우스와 거의 동일

  • 더 놀랍게도,

    • IgG1, IgG2a, IgG2b농도는

    • 정상보다 수십 배 높게 증가해 있었습니다

즉,

  • in vitro에서는 항체 도움 기능이 결핍되어 보이지만

  • in vivo에서는 과도하고 조절되지 않은 항체 반응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는 면역계가 단순히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심각하게 비틀린(dysregulated) 상태에 놓여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6. 시간이 지나며 드러난 진짜 얼굴

Nature 논문에는 4주령 마우스 데이터만 실려 있었지만, 이후 관찰에서 더 중요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IL-2 결핍 마우스들은

  • 생후 첫 한 달은 비교적 정상처럼 보이다가

  • 5–8주령에 접어들며 급격히 상태가 악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병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대장염(colitis)

  • 자가면역 용혈성 빈혈(autoimmune hemolytic anemia)

결국 대부분의 마우스는 9–10주령 사이에 사망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IL-2는 더 이상 “성장 인자”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게 됩니다.

7. IL-2의 재정의: 조절자의 등장

이 논문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IL-2는 T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인자일 뿐 아니라,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조절 회로의 핵심 요소이다.

이후 연구들은 이 결론을 한 방향으로 수렴시켰습니다.

  • CD25(IL-2 수용체 α 사슬)를 발현하는

  • CD4⁺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가

  • IL-2 의존적으로 생존·기능한다는 사실

이 발견은 훗날 Shimon Sakaguchi의 연구로 결정적으로 정리되며, IL-2–Treg–면역 항상성이라는 개념적 축을 완성하게 됩니다.

8. 고전으로 남은 이유

이 1991년 논문은,

  • 유전자 타깃팅 기술의 힘을 보여준 연구이자

  • 사이토카인을 “보조 신호”로 보던 시대를 끝낸 연구이며

  • 면역 반응의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라는 개념을
    실제 생체 모델로 처음 드러낸 사례였습니다.

그 의미에서 이 논문은 IL-2 연구뿐 아니라 면역학 전체에 ‘지진’을 일으킨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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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1. Schorle, Hubert, et al. “The development and function of T cells in mice rendered IL-2 deficient by gene targeting.” Nature, 1991. https://www.nature.com

  2. Smith, Kendall A. “Interleukin-2: inception, impact, and implications.” Science, 1988. https://science.sciencemag.org

  3. Sakaguchi, Shimon, et al. “Regulatory T cells and immune tolerance.” Cell,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