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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 글리벡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의 역사

발행: 2025-12-14 · 최종 업데이트: 2025-12-17

필라델피아 염색체와 BCR-ABL 융합 유전자 발견에서 출발해, 이마티닙(글리벡) 표적치료가 CML 치료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역사적으로 정리합니다.

Efficacy and Safety of a Specific Inhibitor of the BCR-ABL Tyrosine Kinase in Chronic Myeloid Leukemia
Druker, B. J. et al. ·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2001
BCR-ABL 표적 억제제 이마티닙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제시해 CML 치료 패러다임을 표적치료 중심으로 전환한 대표 논문.

글리벡(이마티닙)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역사

만성골수성백혈병(CML, Chronic Myeloid Leukemia)은 “혈액에 생긴 암”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CML은 현대 암 연구에서 매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원인을 비교적 명확하게 지목할 수 있었고, 그 원인을 정면으로 겨냥한 약물이 실제 치료 성적을 크게 바꿨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마티닙(Imatinib), 상품명 글리벡(Gleevec/Glivec)입니다.

“골수성”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

혈액 세포는 뼛속의 골수에서 만들어집니다. 골수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의 생산 공장처럼 작동합니다. 백혈구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지만, 그 계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 림프계(림프구 계열): B세포, T세포 등 (정밀한 면역 반응과 기억 면역)

  • 골수계(마이엘로이드 계열): 호중구, 단핵구 등 (빠른 선천면역 반응에 중요한 축)

CML은 이 중에서 골수계 백혈구 계열에서 시작되는 질환으로 이해됩니다. 다만 CML이 “외부 병원체가 들어와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유전자 하나만 바뀌면 모든 게 끝”처럼 단순화할 수도 없습니다. CML은 매우 강력한 핵심 구동 요인(driver)이 알려져 있는 질환이지만, 병의 진행과 예후에는 추가적인 변화와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단서’가 되다

1960년 피터 노웰(Peter C. Nowell)과 데이비드 헝거포드(David A. Hungerford)는 CML 환자 세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비정상적으로 작은 염색체를 보고합니다. 이것이 이후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로 불리게 됩니다.

이 발견은 “암은 유전적 이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실험실 수준에서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특정 암에서 특정 유전적 표지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1973년, ‘짧아진 염색체’의 정체가 밝혀지다

초기에는 22번 염색체가 단순히 “짧아진 것처럼” 보였지만, 1973년 재닛 로울리(Janet Rowley)는 이를 정밀 분석해 9번과 22번 염색체 사이의 상호 전위 t(9;22)라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이 전위로 인해 생기는 것이 BCR-ABL 융합 유전자이며, 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항상 켜진 상태의 티로신 키나제(tyrosine kinase)처럼 작동해 세포 증식 신호를 과도하게 유지시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 단계에서 CML은 “정체가 불분명한 백혈병”이 아니라, 분자적 원인에 접근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4) 글리벡 이전 시대: 치료는 있었지만 ‘근본 표적’은 아니었습니다

글리벡이 등장하기 전에도 CML 치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치료의 중심은 다음과 같은 전략이었습니다.

  • 증식 억제 중심의 약물 치료(혈구 수를 낮추는 방식)

  • 인터페론 기반 치료(일부 환자에서 효과가 있었지만, 부작용과 반응의 한계가 문제)

  • 조혈모세포 이식(골수이식)(치료 가능성이 있으나 대상·위험·접근성 제한)

즉, 치료는 존재했지만 “원인 자체를 정밀하게 겨냥한다”는 개념은 아직 주류가 아니었습니다. CML이 표적치료의 교과서가 된 이유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ABL 키나제)을 직접 억제하는 약물이 실제로 강력한 임상 효과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표적치료의 상징: BCR-ABL 억제제 이마티닙(글리벡)

브라이언 드루커(Brian J. Druker) 연구팀은 BCR-ABL의 키나제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후보 물질(STI-571)을 임상에서 평가했고, 2001년 NEJM에 발표된 연구는 당시 치료에 실패했던 환자에서도 의미 있는 항백혈병 효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어 2003년 NEJM의 대규모 비교 연구에서는, 새로 진단된 만성기 CML에서 이마티닙이 기존 치료(인터페론 + 저용량 시타라빈)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됩니다.

그리고 2001년 FDA 승인 문서와 이후 승인 요약 논문에서도, 이마티닙이 CML 치료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내성과 후속 약물: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글리벡은 CML 치료의 판도를 바꿨지만, 모든 환자에게 항상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치료 중 내성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2세대·3세대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예: 다사티닙, 니로티닙, 포나티닙 등)가 개발되어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습니다.
이 흐름이 중요한 이유는, 표적치료가 “정답 하나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장기 관리와 전략(전환·병용·내성 대응)을 포함하는 체계로 진화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글리벡이 남긴 의미

필라델피아 염색체 발견에서 시작된 CML 연구는 “암을 유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그 기전을 직접 겨냥한다”는 정밀의학의 방향을 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글리벡은 그 흐름을 상징하는 약물로 남아 있으며, 한 질환의 치료 성적 변화뿐 아니라 암 치료가 어떻게 ‘표적 중심’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관련 글

References

  1. Nowell PC. Discovery of the Philadelphia chromosome. (Review,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934591/

  2. Rowley 관련 정리: Translation of the Philadelphia chromosome into therapy for CML. Blood (ASH). https://ashpublications.org/blood/article/112/13/4808/24918/Translation-of-the-Philadelphia-chromosome-into

  3. Druker BJ,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a Specific Inhibitor of the BCR-ABL Tyrosine Kinase in CML. NEJM (2001).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200104053441401

  4. O’Brien SG, et al. Imatinib compared with interferon and low-dose cytarabine for newly diagnosed CML. NEJM (2003).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022457

  5. U.S. FDA. Gleevec (imatinib mesylate) NDA approval document / approval summary. https://www.accessdata.fda.gov/drugsatfda_docs/nda/2001/21-335_Gleevec_Approv.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