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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에델만과 포터, 항체 구조의 비밀을 풀다"

발행: 1959-01-01 · 최종 업데이트: 2026-01-16

항체가 어떻게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지, H₂L₂ 구조와 Fab/Fc 개념을 확립한 에델만과 포터의 고전 연구를 정리합니다.

The role of thymus-derived lymphocytes in the secondary humoral immune response in mice
Gerald M. Edelman; Rodney R. Porter · Nature · 1959
항체를 화학적·효소적으로 절단해 중쇄·경쇄 구조와 Fab/Fc 기능 분리를 규명하며 현대 항체 구조 모델의 기초를 확립한 연구입니다.

항체라는 수수께끼의 분자

우리가 항체 구조를 말할 때, 중쇄와 경쇄가 있고, Fab 부분과 Fc부분이 있다는 식의 말을 하는데, 이것을 처음 밝힌 사람이 에델만과 포터입니다.

1950년대 후반, 의학과 생화학의 경계에서는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항체는 어떻게 무한히 다양한 항원을 구별할 수 있을까요.

티셀리우스의 실험으로 항체가 감마글로불린(gamma globulin) 단백질에 속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그 내부 구조가 어떠한지, 그리고 항원에 대한 특이성(specificity)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는 아무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분자량 약 150,000달톤(Da)에 달하는 이 거대한 단백질은, 당시의 기준으로 보아도 지나치게 크고 복잡한 존재였습니다.

이 난제에 도전한 인물이 바로 제럴드 에덜먼로드니 포터였습니다. 두 연구자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같은 분자를 해부했고, 그 결과는 하나의 완성된 항체 모델로 수렴하게 됩니다.

항체는 하나의 단백질일까요, 복합체일까요

1948년 티셀리우스의 전기영동 실험을 통해 항체가 감마글로불린 분획에 속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그 무게와 복잡성 때문에, 항체가 단일 단백질인지, 혹은 여러 사슬이 결합한 구조체인지는 불분명했습니다.

에덜먼과 포터는 공통적으로 “항체를 잘라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직관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자르는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제럴드 에덜먼: 항체의 무게를 나누다

미국 록펠러 의과대학에서 연구하던 제럴드 에덜먼은 화학적 접근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항체 분자 내부를 연결하고 있는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을 환원제(reducing agent)로 끊어냈습니다.

그 결과, 항체는 두 종류의 사슬로 분리되었습니다.

  • 약 50,000Da 크기의 중쇄(heavy chain) 두 개

  • 약 25,000Da 크기의 경쇄(light chain) 두 개

이 실험을 통해 항체는 하나의 거대한 단백질이 아니라, 중쇄 2개와 경쇄 2개로 이루어진 H₂L₂ 구조의 대칭형 복합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항체 구조 연구는 이 지점에서 처음으로 분자적 윤곽을 갖추게 됩니다.

로드니 포터: 항체의 기능을 나누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드니 포터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항체를 화학적으로 분해하는 대신, 단백질분해효소인 파파인(papain)을 이용해 항체를 절단했습니다. 사실 그는 트립신, 키모트립신, 펩신 등도 고려했지만, 이것은 너무 많은 조각을 내기 때문에 파파인 말고는 구조해서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세 가지 기능적 조각이 얻어졌습니다.

  • Fab(fragment antigen-binding): 항원과 직접 결합하는 부위

  • Fab(동일한 두 번째 조각): 동일한 항원 결합 기능

  • Fc(fragment crystallizable): 보체 활성화 및 면역세포 결합을 담당하는 부위

이 발견은 항체가 단순히 항원을 붙잡는 분자가 아니라, 한쪽에서는 항원을 인식하고 다른 쪽에서는 면역계를 작동시키는 이중 기능 분자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역사 서술에서 흔히 “파파인을 써봤더니 Fab과 Fc가 나왔다”처럼 표현되지만, 실제 실험은 훨씬 지루하고 반복적이었습니다. 효소 농도 조절, 반응 시간 조절, 온도와 pH 미세 조정, 절단 후 조각의 항원 결합 능력 테스트 등을 반복적으로 실험했습니다. 그러므로 포터의 핵심 기여는 파파인을 선택한 것 자체보다, “같은 크기, 같은 기능을 가진 조각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점을 끝까지 검증한 데 있었습니다.

두 연구가 합쳐진 하나의 항체 모델

1959년, 두 연구자의 결과가 종합되면서 항체의 표준 구조가 완성됩니다.

  • 중쇄 2개와 경쇄 2개

  • 이황화결합으로 연결된 Y자형 구조

  • Y의 양팔(Fab)은 항원 인식

  • Y의 꼬리(Fc)는 면역세포 및 보체와 상호작용

이 구조는 이후 X선 결정학, 전자현미경, 아미노산 서열 분석을 통해 반복적으로 검증되었으며, 오늘날 교과서에 실린 항체 구조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면역학에 남긴 결정적 의미

에덜먼과 포터의 발견은 면역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구분내용
구조적 발견항체는 중쇄 2개와 경쇄 2개로 이루어진 4사슬 단백질
기능적 발견Fab은 항원 인식, Fc는 면역 반응 유도
개념적 전환인식과 효과가 분리된 면역 분자
기술적 파급항체공학, Fc 융합단백질, 치료용 항체 기술의 토대

이로써 항체는 단순한 결합 물질이 아니라, 생체 신호 전달의 중심 허브로 재정의되었습니다.

노벨상과 그 이후의 이야기

1972년, 에덜먼과 포터는 항체의 화학적 구조를 규명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 연구는 이후 항체 다양성의 유전적 기전을 설명한 토네가와 스스무의 이론, 그리고 게오르크 쾰러세사르 밀스타인의 단일클론 항체 기술로 이어지며 현대 면역의학을 열어젖혔습니다.

1948년 “항체는 감마글로불린이다”라는 발견에서 출발해,
1959년 “항체는 H₂L₂ 구조를 가진다”는 규명,
그리고 “항체는 유전적으로 무한한 다양성을 가진다”는 이해에 이르기까지,
면역학은 생화학에서 분자유전학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완성하게 됩니다.

정리하며

1959년, 실험대 위에서 항체는 처음으로 자신의 형태를 드러냈습니다. Y자 모양의 그 분자는 생명체가 적을 인식하고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을 상징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에덜먼과 포터의 연구 이후, 면역은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생리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분자 설계와 기능 분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면역학이 “면역의 기관”이라는 개념에 도달하게 된 결정적 전환점, Good과 Miller의 흉선(thymus) 실험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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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헌

Edelman, Gerald M. “Dissociation of gamma-globulin.”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1959. https://pubs.acs.org/doi/10.1021/ja01521a071 Porter, R. R. (1959). The hydrolysis of rabbit γ-globulin and antibodies with crystalline papain. Biochemical Journal, 73(1), 119. https://doi.org/10.1042/bj0730119
Edelman, G. M. (1973). Antibody structure and molecular immunology. Science, 180(4088), 830-840. https://www.science.org/doi/epdf/10.1126/science.180.4088.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