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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 단일클론 항체의 탄생: Köhler와 Milstein의 1975년 Nature 논문

발행: 2026-02-02 · 최종 업데이트: 2026-04-20

하이브리도마(hybridoma) 기술로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드는 방법을 처음 제시한 1975년 Köhler–Milstein의 Nature 고전 논문을 실험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Continuous Cultures of Fused Cells Secreting Antibodies of Predefined Specificity
Georges Köhler, César Milstein · Nature · 1975
면역된 동물의 B 세포와 증식 가능한 골수종 세포를 융합해,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단일클론 항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역사적 논문입니다.
Georges Köhler
Georges Köhler
César Milstein
César Milstein
그림 1. Georges Köhler와 César Milstein

왜 이 논문이 특별한가

1975년 조지 쾰러(Georges Köhler)와 세사르 밀스타인(César Milstein)이 Nature에 발표한 이 논문은, 오늘날 생명과학과 의학 전반에서 쓰이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기술의 출발점입니다.

오늘날 단일클론 항체는 감염병 치료, 암 면역치료, 자가면역질환 치료까지 폭넓게 쓰이지만, 1975년 이전에는 하나의 특이성만 가진 항체를 안정적으로 분리해 오래 증식시키는 방법 자체가 없었습니다. 이 논문의 의미는 바로 그 문제를 실험적으로 풀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문제의식: 왜 ‘다양성’은 연구에 장애가 되었는가

면역계는 하나의 항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결합부위를 가진 수많은 항체를 동시에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다클론 면역반응(polyclonal immune response)입니다. 생체 방어에는 매우 유리하지만, 연구자에게는 오히려 장애였습니다. 여러 항체가 한꺼번에 섞여 있으면, 특정 항체 하나의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단 하나의 항체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는 없을까?

아이디어의 출발점: 골수종과 세포 융합

당시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은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plasma cell)가 암화된 질환인데, 이 세포들은 끝없이 증식하면서 같은 항체를 계속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항체가 연구자가 원하는 특이성을 가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한편 케임브리지에서는 체세포 융합(somatic cell hybridization) 기술이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세포를 융합해 하나의 세포처럼 다루는 방식이었고, 당시에는 주로 골수종 세포끼리의 융합 연구에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쾰러와 밀스타인은 이 두 흐름을 결합해, 특이성을 가진 면역세포와 무한 증식하는 종양세포의 장점을 한 세포 안에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정적 발상: “면역된 B 세포 + 골수종 세포”

핵심 발상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었습니다. 면역된 동물의 B 세포는 원하는 항원에 대한 특이성을 갖고 있지만 오래 살지 못합니다. 반대로 골수종 세포(myeloma cell)는 계속 증식할 수 있지만, 원하는 항체를 만들어 준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세포를 융합해,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면서도 계속 증식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융합 세포가 바로 하이브리도마(hybridoma)입니다.

hybridoma(하이브리도마)

하이브리도마는 항원 특이성을 가진 B세포와 무한 증식할 수 있는 골수종 세포를 융합한 세포주입니다. 그래서 원하는 항체를 안정적으로, 반복해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실험 방법 ①: 세포 융합과 선택 배지

하이브리도마
그림 2. 밀스타인과 퀠러의 단클론 항체 만드는 법

Köhler와 Milstein은 먼저 서로 다른 면역글로불린 아형을 만드는 마우스 골수종 세포주를 준비했습니다. 이 세포들은 특정 선택 배지에서는 단독으로는 살아남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에 Sendai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막 융합을 유도했고, 융합 후 선택 배지에서 살아남는 세포만 골라냈습니다.

이 설계의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융합되지 않은 부모 세포는 선택 과정에서 사라지고, 두 세포의 성질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도마만 선택적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10개 배양 접시 가운데 4개에서 생존하는 융합 세포 집단을 얻었습니다.

실험 방법 ②: 진짜 ‘하이브리도마’인가?

연구진은 살아남은 세포가 정말 융합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염색체 분석(karyotyping)을 수행했습니다. 정상 마우스 세포가 약 40개의 염색체를, 골수종 세포가 대략 60~65개의 염색체를 갖는 데 비해, 얻어진 하이브리도마는 약 100개 안팎의 염색체를 보였습니다. 즉, 두 부모 세포의 유전적 성분이 실제로 한 세포 안에 합쳐졌다는 뜻이었습니다.

실험 방법 ③: 항체 분자의 성질 분석

그다음 중요한 질문은 이 세포가 단순히 살아남는 융합체인지, 아니면 정말 새로운 항체를 만들어 내는 세포인지였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방사성 아미노산으로 생성된 항체를 표지한 뒤, SDS-PAGE, 등전점 전기영동(isoelectric focusing), 그리고 이황화 결합을 끊은 상태에서의 중쇄(heavy chain)·경쇄(light chain)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하이브리도마에서는 부모 세포 각각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항체 조합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융합 세포가 단순히 부모 세포의 특징을 섞어 갖는 것이 아니라, 항체 분자의 조합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동시에 항체 특이성과 생산 능력이 세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습니다.

결정적 순간: 양 적혈구 용혈 실험

마지막 검증은 기능적 실험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하이브리도마를 연한 아가(soft agar)에 배양한 뒤, 그 위에 양 적혈구(sheep red blood cells)와 보체(complement)를 올렸습니다. 만약 특정 항체가 분비된다면 항체-보체 반응이 일어나고, 그 주변에 적혈구 용혈 반점(plaque)이 생기게 됩니다.

실제로 이 반점이 관찰되면서, 연구진은 단일 세포 유래의 항체 생산을 기능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를 한 개체로 분리하고 지속 배양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입증된 셈입니다.

논문의 결론과 이후 영향

논문에서 저자들이 보여 준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세포주를 만들 수 있고, 항체를 만들지 못하는 골수종 세포를 잘 고르면 면역된 B 세포의 특이성만을 선택적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 접근이 장차 대규모 항체 생산에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문 마지막 부분은 이 기술의 가능성을 매우 정확하게 짚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항체 class를 만드는 세포주를 분리할 수 있을 것이며, 대량 배양을 통해 특정 항체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의학적·산업적 용도에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이 예측은 이후 진단용 항체, 세포 표면 marker 분석, cytokine 연구, 치료용 항체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술이 특허로 강하게 묶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학적 영향은 훨씬 컸습니다. 이 논문이 발표된 지 9년 뒤인 1984년, Köhler와 Milstein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Hybridoma가 남긴 한계

그렇다고 hybridoma가 항체공학의 마지막 답은 아니었습니다.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면역반응이 먼저 좋은 B세포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면역이 잘 되지 않는 항원, 독성이 있거나 자기 항원에 가까운 표적, 사람 항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제약이 생깁니다.

또한 고전적 hybridoma는 주로 마우스 B세포와 마우스 골수종 세포의 융합에 의존했습니다. 이렇게 얻은 마우스 항체는 연구와 진단에는 강력했지만, 사람에게 반복 투여할 치료제로 쓰려면 면역원성 문제가 생길 수 있었습니다. 이후 chimeric antibody, humanized antibody, human antibody mouse 같은 기술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hybridoma는 세포를 고르는 기술입니다. 원하는 항체 유전자를 직접 library로 만들고, 선택 조건을 시험관 안에서 조절하며, 결합력이 더 좋은 clone을 반복 선택하는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이 빈틈을 1990년 McCafferty와 Winter의 phage display 항체 기술이 채우게 됩니다. Hybridoma가 "원하는 항체를 만드는 세포주"를 준 기술이라면, phage display는 "원하는 항체 유전자"를 직접 선택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정리하며

1975년 이 논문은 단순한 기술 보고가 아니었습니다. 항체 다양성이라는 오래된 문제, B 세포의 단일성(clonality), 그리고 항체 생산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세포주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을 한 번에 묶어 낸 면역학의 분수령에 가까운 작업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일클론 항체는, 결국 특이성을 가진 B 세포와 무한 증식하는 종양세포를 한데 묶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간단하지만 결정적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참고문헌

  • Köhler G, Milstein C. Continuous Cultures of Fused Cells Secreting Antibody of Predefined Specificity. Nature. 1975;256(5517):495-497. https://doi.org/10.1038/256495a0

  • Burnet, S. F. M. (1959). The clonal selection theory of acquired immunity (Vol. 3). Nashville: Vanderbilt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