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클론 항체의 탄생: Köhler와 Milstein의 1975년 Nature 논문
발행: 1975-08-07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하이브리도마(hybridoma) 기술로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를 만드는 방법을 처음 제시한 1975년 Köhler–Milstein의 Nature 고전 논문을 실험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왜 이 논문이 특별한가
1975년 조지 퀠라(Georges Köhler)와 세사르 밀스타인(César Milstein)이 Nature에 발표한 이 논문은, 오늘날 생명과학과 의학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기술의 출발점입니다.
현재는 감염병 치료, 암 면역치료, 자가면역질환 치료 등에서 단일클론 항체가 핵심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1975년 이전까지는 항체를 ‘하나의 특이성’으로 순수하게 얻는 방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식: 왜 ‘다양성’은 연구에 장애가 되었는가
면역계는 하나의 항원에 대해 수많은 서로 다른 항체를 만들어 냅니다. 이를 다클론 면역반응(polyclonal immune response)이라고 합니다. 생체 방어에는 매우 유리하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
하나의 항원에 대해
-
서로 다른 결합부위를 가진
-
수많은 항체가 동시에 섞여 존재
이 상태에서는 “특정 항체 하나의 구조와 기능”을 정밀하게 분석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왔습니다.
“특정 항원에만 반응하는, 단 하나의 항체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는 없을까?”
아이디어의 출발점: 골수종과 세포 융합
당시 이미 알려져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은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plasma cell)가 암화된 질환으로, 이 세포들은 무한 증식하면서 동일한 항체를 대량 생산합니다.
문제는 이 항체가 어떤 항원에 대한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한편 케임브리지에서는 체세포 융합(somatic cell hybridization)이라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두 세포를 융합해 하나의 세포로 만드는 방법으로, 당시에는 주로 서로 다른 골수종 세포를 융합하는 데 쓰였습니다.
결정적 발상: “면역된 B 세포 + 골수종 세포”
이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었습니다.
-
면역된 동물의 B 세포→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 특이성을 가짐
-
골수종 세포(myeloma cell) → 무한 증식 가능
이 둘을 융합하면,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무한히 증식하며 생산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만들어진 융합 세포를 하이브리도마(hybridoma)라고 부릅니다.
실험 방법 ①: 세포 융합과 선택 배지
Köhler와 Milstein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
서로 다른 항체를 만드는 두 종류의 마우스 골수종 세포주를 준비
- 각각 다른 면역글로불린 아형(isotype, 예: IgG1, IgG2a)을 생산
-
이 세포들은 특정 선택 배지에서는 단독으로는 생존할 수 없도록설계됨
-
Sendai 바이러스를 이용해 세포막을 융합
-
융합 후 선택 배지에서 배양하면
-
융합되지 않은 부모 세포는 사멸
-
융합된 하이브리도마만 생존
-
이 방식으로 실제로 10개 배양 접시 중 4개에서 하이브리도마가 생존했습니다.
실험 방법 ②: 진짜 ‘하이브리도마’인가?
연구진은 생존한 세포들이 진짜 융합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염색체 분석(karyotyping)을 수행했습니다.
-
정상 마우스 세포: 약 40개 염색체
-
골수종 세포: 약 60–65개
-
하이브리도마: 약 100개 전후
즉, 두 세포의 염색체가 합쳐진 상태임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실험 방법 ③: 항체 분자의 성질 분석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세포들이 정말 새로운 항체를 만드는가?”
이를 위해 연구진은 방사성 아미노산을 배지에 넣어, 생성된 항체를 표지하고 다음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
SDS-PAGE
-
등전점 전기영동(isoelectric focusing)
-
이황화 결합을 끊은 후 중쇄(heavy chain)·경쇄(light chain) 분석
그 결과, 하이브리도마에서는 부모 세포에는 없던 새로운 항체 조합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항체 다양성이 세포질 수준이 아니라 유전적 수준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결정적 순간: 양 적혈구 용혈 실험
마지막 검증은 기능적 실험이었습니다.
하이브리도마를 연한 아가(soft agar)에 배양하고, 그 위에 양 적혈구(sheep red blood cells)와 보체(complement)를 올렸습니다.
만약 특정 항체가 만들어진다면, 항체–보체 반응으로 적혈구 용혈 반점(plaque)이 나타납니다.
이 실험은 실제로 성공했고, 연구진은 단일 세포에서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가 생성됨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단일클론 항체의 개념은 실험적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논문의 결론과 이후 영향
논문에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이 방법은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다.
-
항체 생산이 불가능한 골수종 세포를 사용하면, 면역 B 세포의 항체만 선택적으로 얻을 수 있다.
-
산업적 규모의 항체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기술은 특허로 보호되지 않았습니다.두 저자는 순수 기초과학자로서, 상업적 권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영향은 막대했습니다. 이 논문 발표 9년 뒤인 1984년, Köhler와 Milstein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합니다.
정리하며
1975년 이 논문은 단순한 기술 보고가 아니라,
-
항체 다양성 문제
-
B 세포의 단일성(clonality)
-
유전적 조절 개념
을 하나의 실험으로 꿰어낸 면역학의 분수령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단일클론 항체는, 이처럼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와 기초 실험에서 출발했습니다.
관련문헌 (MLA)
-
Köhler, G., & Milstein, C. (1975). Continuous cultures of fused cells secreting antibody of predefined specificity. nature, 256(5517), 495-497. 논문 링크
-
Burnet, S. F. M. (1959). The clonal selection theory of acquired immunity (Vol. 3). Nashville: Vanderbilt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