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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 면역혈청을 분획하다: Kabat의 실험과 Tiselius의 전기영동 플랫폼

발행: 2026-01-08 · 최종 업데이트: 2026-04-21

1939년 Tiselius와 Kabat의 고전 연구는 전기영동 플랫폼 위에서 Kabat이 면역혈청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항체가 감마 글로불린에 속함을 입증한 전환점이었다.

An Electrophoretic Study of Immune Sera and Purified Antibody Preparations
Arne Tiselius, Elvin A. Kabat ·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 1939
Tiselius의 전기영동 장치와 Lamm scale method를 이용해 면역혈청과 정제 항체를 비교하고, 항체가 종에 따라 gamma globulin 또는 beta-gamma 사이의 별도 성분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보인 면역화학의 고전 논문입니다.
Arne Tiselius
Arne Tiselius
Elvin Kabat
Elvin Kabat
그림 1. Arne Tiselius와 Elvin Kabat

항체의 정체를 둘러싼 20세기 초 면역학의 질문

20세기 초반 면역학은 이미 항체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항원을 주입한 동물의 혈청에서 특정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그 반응을 매개하는 물질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성질을 지니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당시의 면역 반응 연구는 주로 개체 수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동물 전체를 하나의 반응 단위로 보고, 항원을 투여한 뒤 혈청에서 침전이나 응집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면역 반응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에는 유용했지만, 항체 자체를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특히 연구자들을 괴롭혔던 문제는, 같은 항원 자극이 어떤 경우에는 보호 면역을 유도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치명적인 과민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항체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단백질을 분리하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단백질을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분석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됩니다. 그 중심에 있던 기술이 바로 전기영동(electrophoresis)과 초원심분리(ultracentrifugation)였습니다.

티셀리우스 전기영동 장치
그림 2. 아르네 티셀리우스, 전기영동 장치

전기영동은 단백질이 지닌 전하 특성에 따라 전기장 내에서 이동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반면 초원심분리는 강력한 원심력을 가해 분자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침강 속도를 비교하는 기술이었습니다. 이 두 방법은 서로 다른 원리를 기반으로 하지만, 단백질을 정량적·재현성 있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도구였습니다.

Tiselius와 Kabat의 1939년 논문은 단순히 “혈청을 전기영동했다”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U자관 안에서 이동하는 경계를 Schlieren method로 관찰하고, Lamm scale method로 각 피크의 면적을 적분했습니다. 피크의 위치는 이동도(mobility)를, 피크의 면적은 상대 농도를 말해 주었습니다. 따라서 항체를 항원으로 제거하기 전후의 혈청을 비교하면, 어떤 단백질 분획이 실제 항체 활성을 담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gamma globulin(감마 글로불린)

전기영동에서 혈청 단백질은 알부민, 알파, 베타, 감마 분획으로 나뉩니다. Tiselius와 Kabat의 핵심은 많은 항체 활성이 감마 글로불린 분획과 함께 움직이지만, 말 항폐렴구균 혈청처럼 beta와 gamma 사이의 별도 성분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음을 보인 데 있습니다.

이 기술적 혁신의 중심지 중 하나가 스웨덴 Uppsala였으며, 이곳에서 활동하던 인물이 바로 Arne Tiselius였습니다. 그는 전기영동을 단백질 연구의 핵심 도구로 정착시킨 인물로, 이후 이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다만 1939년 면역혈청 논문의 실질적 임팩트는, 이 플랫폼을 실제 면역혈청 문제에 적용해 결과를 만들어낸 Elvin A. Kabat의 실험 수행과 해석에서 완성되었습니다.

Kabat과 면역화학의 출발점

이 연구에서 실질적인 실험 설계와 면역혈청 분석을 주도한 인물은 당시 젊은 연구자였던 Elvin A. Kabat이었습니다. Kabat은 이미 뉴욕에서 Michael Heidelberger와 함께 항체를 화학적으로 정량하려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Heidelberger 연구실에서 항체-항원 반응이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일정한 비율과 질량 관계를 따르는 화학 반응임을 배운 Kabat에게, Uppsala에서의 경험은 결정적인 도약의 기회였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전기영동이라는 새로운 물리적 도구를 항체 연구에 처음으로 본격 적용했고, 과면역 혈청 비교·항체 제거 전후 분석·종간 비교라는 면역화학적 해석 프레임을 구축했습니다.

혈청 단백질 분획과 감마 글로불린

Tiselius와 Kabat이 연구를 시작할 당시, 혈청 단백질은 전기영동을 통해 이미 몇 개의 주요 분획으로 나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알부민(albumin)을 시작으로, 알파(alpha), 베타(beta), 감마(gamma) 글로불린이 순차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획들은 단순한 이동 패턴일 뿐, 각각이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항체가 이 중 어느 분획에 속하는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원문은 정상 혈청의 albumin, alpha, beta, gamma 성분을 배경으로 삼고, 면역혈청에서 항체가 어느 피크와 함께 움직이는지를 물었습니다. 같은 혈청을 두 벌 준비해 하나는 그대로 전기영동하고, 다른 하나는 항원을 넣어 항체를 specific precipitate로 제거한 뒤 다시 전기영동했습니다. 항체를 제거했을 때 줄어드는 피크가 항체가 있던 자리였습니다.

티셀리우스 전기영동 결과
그림 3. 티셀리우스-카밧 논문의 전기영동 도판. 위는 면역혈청, 아래는 항원을 이용해 항체를 제거한 뒤의 분획으로, 감소한 영역이 감마 글로불린 분획과 일치함을 보여줍니다.

항체 제거 전후 비교가 보여준 결정적 증거

Kabat은 여러 종에서 얻은 면역혈청과 정제 항체를 분석 대상으로 사용했습니다. 원문에서 중요한 혈청은 말 항폐렴구균 혈청, 돼지 항폐렴구균 혈청, 토끼 anti-egg albumin 혈청, 토끼 항폐렴구균 혈청, 원숭이 항폐렴구균 혈청이었습니다. 정제 항체 준비물에는 말, 소, 돼지, 토끼 항체가 포함되었습니다.

토끼와 원숭이 혈청에서는 결과가 특히 깔끔했습니다. 항체를 항원으로 흡수해 제거하면 gamma component가 줄어들었고, 전기영동 곡선의 적분값으로 계산한 항체 비율은 항체 질소 분석으로 얻은 값과 잘 맞았습니다. 예를 들어 rabbit anti-egg albumin serum 431-5에서는 항체 질소 분석상 항체가 전체 단백질의 36.4%였고, 전기영동 diagram 적분으로 추정한 값도 약 37% 수준이었습니다. 이 일치는 항체가 gamma globulin fraction 안에 들어 있음을 강하게 지지했습니다.

말에서 유래한 항폐렴구균 항체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horse antipneumococcus serum 902에서는 beta와 gamma component 사이에 새로운 component가 나타났고, 항체를 제거하면 이 component가 사라졌습니다. 원문은 이 horse antibody component가 전체 단백질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제시합니다. 이는 항체가 항상 같은 전기영동 위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종과 항체 준비물에 따라 물리화학적 성질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관찰이었습니다.

돼지 혈청은 또 다른 주의점을 제공했습니다. pH 7.72에서는 돼지 항체의 이동도가 gamma component와 너무 가까워 네 개의 성분만 보였지만, pH를 5.86으로 바꾸자 다섯 성분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전기영동은 강력한 도구였지만, 항체 성분이 다른 serum protein과 충분히 다른 이동도를 가져야 분리될 수 있었습니다.

항체를 ‘정의 가능한 분자’로 만들다

이 논문의 가장 큰 의의는 항체를 처음으로 정량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리화학적 대상으로 만든 데 있습니다.

전기영동을 통해 항체가 혈청 단백질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항체가 slowest migrating gamma fraction에 있는 경우에는 그 gamma fraction을 장치 안에서 분리해 비교적 순수한 항체 용액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원문은 rabbit anti-egg albumin serum 431-5의 gamma component를 전기영동으로 분리했을 때, 분석상 약 76% antibody를 포함하는 용액을 얻었다고 보고합니다.

더 나아가 이 논문은 purified antibody preparation의 mobility-pH curve와 isoelectric point도 측정했습니다. horse antibody의 isoelectric point는 약 pH 4.4, cow antibody는 약 pH 4.8, pig antibody는 약 pH 5.1로 제시되었고, rabbit antibody는 약 pH 5.8 부근에서 등전점을 보였습니다. 항체는 이제 반응성만이 아니라 이동도와 등전점으로도 비교되는 물질이 되었습니다.

초원심분리 결과와의 연결도 중요했습니다. 저자들은 전기영동적 균일성과 분자량 균일성이 같은 말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어떤 항체는 초원심분리에서 heavy component를 보였지만 전기영동에서는 다른 분획과 겹쳐 별도 피크로 보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전기영동은 prolonged immunization 후 말 혈청에서 더 낮은 이동도를 가진 antibody component가 새로 나타나는 현상도 포착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항체는 단순히 “면역 반응의 결과물”이 아니라, 분리·측정·비교가 가능한 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면역학은 생리학적 관찰의 단계에서 벗어나 화학과 물리학의 언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짧지만 결정적인 고전

1939년에 발표된 이 논문은 분량은 짧지만 영향은 장기적이었습니다.

오늘날 감마 글로불린이라는 용어가 항체와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는 이유, 임상에서 혈청 단백 전기영동이 질병 진단의 기초 도구가 된 배경, 그리고 면역글로불린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 바로 이 연구에 있습니다.

Tiselius와 Kabat의 논문은 면역학이 분자 과학으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그 문을 연 고전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술 플랫폼을 만든 Tiselius의 공로와, 그 플랫폼을 면역학적 증거로 전환한 Kabat의 공로를 함께 봐야 이 논문의 역사적 위치가 정확해집니다.

역사적 흐름 속 위치 — 항체공학으로 이어진 계보

1939년 Tiselius와 Kabat의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분석 기법을 제시한 논문이 아니었습니다. 이 논문은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전개될 항체 연구의 방향을 처음으로 분자 수준에서 규정한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가장 중요한 의미는 항체가 혈청 속에서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입니다. 전기영동을 통해 토끼와 원숭이 항체 활성이 감마 글로불린(γ-globulin) 분획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 주었고, 말 항폐렴구균 혈청에서는 beta와 gamma 사이의 새로운 component가 항체임을 확인했습니다. 항체는 더 이상 추상적인 면역 반응의 결과물이 아니라 특정 전기영동 성질을 가진 단백질 성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분획의 확인”이라는 첫 단계였습니다.

이후 항체 연구는 구조적 이해로 빠르게 확장됩니다. 1959년, Gerald EdelmanRodney Porter는 각각 감마글로불린의 화학적 해리와 papain 절단을 통해 항체가 subunit과 기능적 fragment로 나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는 항체 기능의 특이성과 다양성을 구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분자적 틀이었으며, 항체 연구는 “구조의 규명” 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 흐름은 1970년대에 들어 Georges KöhlerCésar Milstein의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 기술 개발로 이어집니다. 항체를 하나의 분자로 정의하는 데서 나아가, 동일한 특이성을 지닌 항체를 공학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1939년의 전기영동 연구에서 시작된 계보는 분획의 확인 → 구조의 규명 → 공학적 생산으로 이어지는, 면역학의 분자화와 산업화가 연속적으로 전개된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적 계승 — 웁살라에서 파마시아로

Tiselius가 이끌었던 웁살라(Uppsala) 학파의 특징은 단순한 발견보다도, 분리와 분석을 통해 생물학적 실체를 규정하려는 철학에 있었습니다. 이 접근법은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산업으로 확장됩니다.

1947년 설립된 Pharmacia AB는 이러한 웁살라 학파의 분석 철학이 산업화된 대표적 사례입니다. Tiselius의 제자 세대에 속하는 Per FlodinJerker Porath는 1959년 덱스트란(dextran) 기반 겔 여과 매체인 Sephadex를 개발합니다. 이 기술은 단백질을 크기 차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분리할 수 있게 하며, 단백질 정제를 일상적인 실험 과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Pharmacia는 Sepharose, Protein A 크로마토그래피, 그리고 FPLC(고속 단백질 정제 시스템)로 기술을 확장해 나갑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오늘날 항체 의약품 생산과 바이오공정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연이은 회사의 합병과 분사로 최종적으로 Cytiva로 이어지는 계보는, 전기영동이라는 분석 원리가 산업용 크로마토그래피 플랫폼으로 진화한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즉, 1939년의 전기영동 실험은 학문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단백질 정제와 항체 생산이라는 산업적 기반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된 출발점이었습니다.

노벨상과 그 유산 — 정확한 수상자와 의미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 노벨 화학상은 Arne Wilhelm Kaurin Tiselius에게 수여됩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업적으로 “전기영동과 흡착 분석에 관한 연구, 특히 혈청 단백질의 복합적 본성에 관한 발견”을 명시했습니다.

이 수상은 특정 기술의 개발을 넘어, 생물학적 현상을 물리화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증명한 데 대한 평가였습니다. 혈청 단백질이 단일한 물질이 아니라 여러 성분의 조합이며, 그중 항체가 독립된 분획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후 면역학, 생화학, 의학 전반에 걸쳐 분석적 사고방식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항체 치료제, 진단용 항체, 백신 평가 기술까지 이어지는 광범위한 응용의 뿌리에는, 1939년 웁살라 실험실에서 수행된 이 전기영동 연구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면역화학의 계보에서 보면 이 논문은 Kabat이 이후 항체 구조·정량 연구로 확장해 나갈 출발점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문헌

  • Tiselius, Arne, and Elvin A. Kabat. “An Electrophoretic Study of Immune Sera and Purified Antibody Prepara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vol. 69, no. 1, 1939, pp. 119-131. https://doi.org/10.1084/jem.69.1.119

  • Tiselius, Arne. “Electrophoresis of Serum Globulin.”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937.

  • Kabat, Elvin A. “The Molecular Weight of Antibodies.”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939.

  • Kabat, Elvin A. Structural Concepts in Immunology and Immunochemistry. Holt, Rinehart and Winston, 1968. https://archiv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