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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 에드워드 도널 토마스: 골수이식은 어떻게 암 면역세포치료의 원형이 되었나

발행: 2026-05-10 · 최종 업데이트: 2026-05-10

Edward Donnall Thomas의 골수이식 연구를 통해 백혈병 치료가 조혈계와 면역계를 통째로 바꾸는 치료로 발전한 과정을 정리합니다.

Intravenous infusion of bone marrow in patients receiving radiation and chemotherapy
Thomas, E. D.; Lochte, H. L. Jr.; Lu, W. C.; Ferrebee, J. W. ·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 1957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인간 골수를 정맥으로 주입한 초기 임상 보고로, 골수이식이 조혈계 재구성과 백혈병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연 연구.

암을 치료하기 위해 면역계를 바꾼다는 발상

오늘날 세포치료라고 하면 CAR-T, TCR-T, TIL 치료를 먼저 떠올립니다. 환자에게서 면역세포를 꺼내 조작하거나 확장한 뒤 다시 넣어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치료들입니다. 그러나 더 오래된 형태의 세포치료가 있었습니다. 바로 골수이식입니다.

골수이식은 단순히 부족한 피를 보충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골수 안에는 혈액세포와 면역세포를 계속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있습니다. 따라서 골수를 바꾼다는 것은 환자의 조혈계와 면역계의 뿌리를 바꾸는 일입니다.

이 발상을 평생에 걸쳐 임상 치료로 만든 인물이 Edward Donnall Thomas입니다. 그는 1990년 Joseph Murray와 함께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Nobel 위원회가 밝힌 수상 이유는 “인간 질병 치료에서 장기와 세포 이식에 관한 발견”이었습니다. Murray가 장기이식의 한 축을 대표했다면, Thomas는 골수이식, 즉 세포 이식의 축을 대표했습니다.

방사선이 만든 질문

골수이식의 출발점에는 방사선 생물학이 있었습니다. 전신 방사선을 받은 동물은 골수가 파괴되고, 혈액세포가 사라지며, 감염과 출혈에 취약해져 죽었습니다. 1951년 Lorenz 등의 실험은 이런 동물에게 정상 골수세포를 주입하면 생존을 회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암 치료를 위해 환자의 병든 골수를 강하게 제거한 뒤, 건강한 골수로 다시 채울 수 있다면 어떨까?

백혈병은 골수와 혈액세포의 암입니다. 암세포만 골라 없애기 어려운 시대에는 더 극단적인 생각이 가능했습니다. 환자의 조혈계를 방사선과 항암치료로 거의 지우고, 새로운 조혈세포를 넣어 다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Thomas의 초기 연구는 바로 이 위험한 가능성을 사람에게 옮겨 보는 시도였습니다.

1957년: 인간 골수 주입의 첫 임상적 문

1957년 Thomas, Lochte, Lu, Ferrebee는 _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_에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골수를 정맥으로 주입한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매우 초기적이고 불완전한 시도였습니다. HLA 체계도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고, 면역억제와 감염 관리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논문은 한 가지 문을 열었습니다. 골수세포는 수술로 장기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정맥 주입만으로도 몸 안에 들어가 조혈계를 다시 만들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즉 골수는 해부학적 장기가 아니라 순환을 통해 자리 잡을 수 있는 세포 시스템으로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결과는 험난했습니다. 많은 환자는 감염, 재발, 이식 실패, 이식편대숙주병(graft-versus-host disease, GVHD) 같은 문제를 넘지 못했습니다. Thomas의 위대함은 첫 시도가 깔끔하게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거의 실패처럼 보이는 시기를 지나 이 치료를 끝까지 임상 가능한 형태로 다듬었다는 데 있습니다.

골수이식의 진짜 장벽: 면역

골수이식은 암 치료이면서 동시에 이식면역학의 문제였습니다. 공여자 골수는 수혜자에게 비자기(non-self)입니다. 수혜자의 면역계는 공여자 세포를 거부할 수 있고, 반대로 공여자 골수에서 나온 면역세포는 수혜자의 조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후자가 바로 GVHD입니다.

이 점에서 골수이식은 신장이식이나 피부이식보다 더 복잡했습니다. 일반 장기이식에서는 주로 수혜자의 면역계가 이식 장기를 공격합니다. 골수이식에서는 새로 들어온 공여자 면역계가 환자 몸 전체를 인식합니다. 이식된 것은 조직 조각이 아니라, 반응할 수 있는 면역계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Thomas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하나씩 줄여 나갔습니다. HLA가 맞는 형제 공여자를 찾고, 전처치(conditioning)로 환자의 병든 골수와 면역계를 제거하고, methotrexate 같은 약물로 GVHD를 줄이며, 감염과 출혈을 관리하는 임상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골수이식은 하나의 수술이 아니라, 면역학·혈액학·감염관리·중환자의학이 모두 결합된 치료가 되었습니다.

백혈병에서 드러난 두 얼굴: GVHD와 GVL

골수이식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공여자 면역계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공여자 T세포가 환자 조직을 공격하면 GVHD가 생깁니다. 그러나 같은 공여자 면역세포가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를 공격하면 치료 효과가 생깁니다. 이것이 graft-versus-leukemia(GVL) 효과입니다.

여기서 골수이식은 단순한 조혈 구조 복구를 넘어섭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이 병든 골수를 제거하고, 공여자 조혈모세포가 새 혈액계를 만들며, 공여자 면역세포가 남은 백혈병을 감시하고 제거합니다.

즉 골수이식은 “암을 많이 때린 뒤 골수만 구조하는 치료”가 아니라, 새 면역계가 암을 다시 감시하게 만드는 치료이기도 했습니다.

이 점 때문에 Thomas의 연구는 암면역치료의 역사에 들어갈 자격이 있습니다. 그는 T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지 않았고, 면역관문을 차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환자 몸 안의 면역계를 공여자 면역계로 바꾸어 암을 통제하는 임상 전략을 확립했습니다.

세포치료의 깊은 뿌리

Rosenberg의 TIL 치료와 CAR-T 치료를 보면, 면역세포를 치료제로 사용한다는 개념이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골수이식은 이미 세포를 약처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차이는 표적성과 조작 수준에 있습니다. 골수이식은 조혈모세포와 공여자 면역세포를 통째로 옮깁니다. TIL 치료는 종양 안에서 선택된 T세포를 확장해 넣습니다. CAR-T는 T세포에 인공 수용체를 부여해 특정 항원을 겨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근본 질문은 이어집니다.

  1. 어떤 세포를 넣을 것인가?
  2. 그 세포는 몸 안에서 살아남고 증식할 수 있는가?
  3. 그 세포는 암을 공격할 수 있는가?
  4. 그 세포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지 않도록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Thomas의 골수이식은 이 질문들을 가장 먼저 인간 임상에서 거칠고도 직접적으로 드러낸 치료였습니다.

Thomas가 로젠버그보다 앞에 놓이는 이유

암면역치료의 역사를 Coley에서 Rosenberg로 곧장 연결하면 중요한 다리가 하나 빠집니다. Coley는 감염과 염증으로 암을 흔들 수 있다는 직감을 남겼고, Rosenberg는 IL-2와 T세포를 이용해 면역계를 임상적으로 밀어붙였습니다.

그 사이에 Thomas가 있습니다. 그는 면역계를 자극한 것이 아니라, 면역계의 근원을 갈아 끼웠습니다. 백혈병 치료에서 환자의 병든 조혈계를 없애고 공여자 조혈·면역계로 대체하는 전략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면역세포가 질병 치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임상적으로 확립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Thomas의 골수이식은 암면역치료의 외곽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날 세포치료의 깊은 뿌리입니다.

정리

Edward Donnall Thomas의 업적은 골수이식이라는 기술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조혈계와 면역계를 이식 가능한 치료 단위로 만들었습니다.

이 치료는 위험했습니다. GVHD, 감염, 재발, 장기 독성은 오랫동안 치명적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위험 속에서 현대 면역치료의 핵심 원리가 드러났습니다. 면역계는 암을 억제할 수 있지만, 같은 힘으로 환자를 해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면역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면역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일입니다.

Thomas의 골수이식은 이 원리를 가장 먼저 사람 몸에서 실험한 임상적 고전이었습니다.

관련 고전 논문들

Thomas의 연구는 방사선-골수 재구성 실험, 이식면역학, 면역관용, 그리고 이후 항원 특이 세포치료와 이어집니다. 아래 글들을 함께 읽으면 골수이식이 왜 현대 세포치료의 뿌리인지 더 선명해집니다.

참고문헌

  1. Thomas ED, Lochte HL Jr, Lu WC, Ferrebee JW. Intravenous infusion of bone marrow in patients receiving radiation and chemotherap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57;257:491-496. https://doi.org/10.1056/NEJM195709122571102

  2. Thomas ED, Lochte HL Jr, Cannon JH, Sahler OD, Ferrebee JW. Supralethal whole body irradiation and isologous marrow transplantation in man.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1959;38:1709-1716. https://doi.org/10.1172/JCI103949

  3. Ferrebee JW, Thomas ED. Transplantation of marrow in man.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1960;106:523-531. https://doi.org/10.1001/archinte.1960.03820040061007

  4. Thomas ED. Bone Marrow Transplantation: Past, Present and Future. Nobel Lecture. 1990.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1990/thomas/lecture/

  5. NobelPrize.org. E. Donnall Thomas - Facts.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1990/thomas/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