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Treg는 ‘억제’만 하는가, 아니면 죽이는가: Nature Immunology에 제시한 사이토카인 결핍 아폽토시스
발행: 2025-12-25 · 최종 업데이트: 2026-01-06
Pandiyan 외(2007, Nature Immunology)는 CD4⁺CD25⁺FOXP3⁺ 조절 T 세포(Treg)가 효과 CD4⁺ T세포(Teff)를 직접 ‘기능 저하’시키는 수준을 넘어, 사이토카인 결핍(cytokine deprivation)을 통해 아폽토시스(apoptosis)로 유도할 수 있음을 in vitro·in vivo에서 제시했습니다. Treg의 억제 메커니즘 논쟁을 ‘IL-2 소비(IL-2 sink)’라는 관점에서 다시 정리한 대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을 읽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배경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 Treg)가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빠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억제하느냐”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습니다.
1998년 무렵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한 시험관 내(in vitro) 억제 실험은 강력한 표준이 되었지만, 해석을 둘러싼 의견은 크게 둘로 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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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억제는 세포-세포 접촉(contact-dependent)이 핵심이며, 단순히 IL-2를 빨아들이는 이야기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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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은 “증식은 원래 IL-2에 의해 구동되므로, IL-2를 빼앗기는 순간 반응 세포가 무너지는 것이 더 본질적”이라고 보았습니다.
Pandiyan과 Lenardo 연구진의 2007년 논문은 이 논쟁의 한복판에서, “Treg는 IL-2를 포함한 공통 감마 사슬(γc) 계열 사이토카인을 소비해 반응 세포를 굶기고, 그 결과 반응 세포가 아폽토시스로 사라진다”는 그림을 매우 집요하게 실험으로 밀어붙입니다.
질문 1: Treg는 반응 T 세포를 ‘멈추게’ 하는가, ‘죽게’ 하는가
이 논문의 첫 번째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합니다.
Treg를 섞으면 반응 T 세포가 단지 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반응 T 세포가 실제로 죽어 나간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뉘앙스가 있습니다. 논문은 “Treg가 반응 T 세포의 초기 활성화나 초기 증식 자체를 즉시 차단한다” 쪽보다는,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생존 신호가 고갈되면서 아폽토시스가 누적된다는 흐름을 강조합니다. 즉, ‘초기 스위치를 끈다’보다 ‘연료를 끊어 엔진이 멈춘다’에 가깝습니다.
질문 2: 그 죽음은 ‘진짜 아폽토시스’인가
연구진은 생존 염색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아폽토시스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이용해 시간 경과에 따른 세포사(cell death)를 정량적으로 추적합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즉시 폭발적으로 죽는”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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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4시간 안에는 변화가 제한적으로 보일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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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과하면서 아폽토시스 신호가 뚜렷해집니다.
이 시간 지연은 “면역 억제는 접촉 순간에 바로 결정된다”라는 직관과 다른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증식하려던 반응 세포가 생존에 필요한 사이토카인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면, 결국 아폽토시스 경로가 열리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질문 3: ‘사이토카인 결핍’이 원인이라면, 사이토카인을 더 주면 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논문의 설득력은 “예측 가능한 되돌림(rescue) 실험”에서 나옵니다.
만약 Treg가 반응 세포를 죽이는 핵심이 사이토카인 결핍(cytokine deprivation)이라면, 외부에서 사이토카인을 충분히 공급했을 때 아폽토시스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연구진은 이 예측을 검증하면서, 특히 공통 감마 사슬(γc) 계열 사이토카인들을 추가하면 반응 세포의 생존이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결과는 “Treg가 독성 분자를 분비해 적극적으로 살해한다”는 그림보다, “생존 신호를 빨아들여 시스템을 굶긴다”는 그림에 힘을 실어 줍니다.
질문 4: 그렇다면 Treg는 ‘어떻게’ 굶기는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IL-2가 중심에 옵니다. 반응 T 세포는 증식 과정에서 IL-2를 만들고, 그 IL-2는 다시 반응 세포 집단 전체의 성장과 생존 신호를 유지합니다.
Treg는 보통 스스로 IL-2를 잘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무반응, anergy와 연결되는 특징입니다). 그런데도 Treg는 IL-2 수용체 알파 사슬(IL-2 receptor alpha chain, IL-2Rα; CD25)을 높은 수준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조합은 매우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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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만든 IL-2를 아주 효율적으로 포획(capture)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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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한 IL-2는 내재화(internalization)와 분해(degradation)를 거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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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 환경 또는 미세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IL-2가 빠르게 고갈됩니다.
결국 반응 T 세포는 “증식은커녕,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신호”를 잃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폽토시스로 기울게 됩니다.
질문 5: ‘다른 살해 기전’은 배제되는가
면역세포가 다른 면역세포를 죽인다고 하면, 퍼포린(perforin)·그랜자임(granzyme) 같은 고전적 세포독성(cytotoxic) 경로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또는 TNF(tumor necrosis factor) 계열의 사멸 신호도 후보가 됩니다.
이 논문은 이런 고전적 “능동 살해(active killing)” 경로가 핵심이라는 증거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고, 대신 관찰되는 세포사가 전형적인 “사이토카인 박탈(cytokine withdrawal)” 패턴과 더 잘 맞는다고 정리합니다.
또한 반응 T 세포의 세포사 과정이, 생존 신호 결핍에서 흔히 관여하는 친사멸(proapoptotic) 축(예: Bim)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Treg는 칼로 찌르듯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식량을 끊어 프로그램된 방식으로 소실되게 만든다는 관점입니다.
in vivo에서도 같은 그림이 성립하는가: IBD 모델로의 연결
시험관 내(in vitro) 실험이 아무리 정교해도, 결국 남는 질문은 “생체 내(in vivo)에서도 같은 논리가 통하느냐”입니다.
논문은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모델을 이용해, 반응 T 세포만 주입했을 때 유도되는 장 점막 염증이 Treg 투여로 크게 완화되는 결과를 제시합니다. 병리학적 염증 침윤이 감소하고 체중 변화 같은 임상적 지표도 개선됩니다.
이 결과는 “Treg가 실제 질환을 조절한다”는 사실 자체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그 바탕 메커니즘으로 “사이토카인 결핍 유도 아폽토시스”가 충분히 그럴듯하다는 연결 고리를 제공합니다.
Transwell 논쟁: ‘접촉 의존’은 정말 접촉 때문인가
Treg 억제 연구에서 유명한 실험 중 하나가 Transwell입니다. 반응 T 세포와 Treg를 서로 다른 칸에 넣고, 투과성 막(permeable membrane)으로 분리하면 세포는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작은 분자(사이토카인 등)는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억제가 사라진다면 “접촉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쉽게 나옵니다.
Pandiyan 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갑니다. Transwell에서 두 세포층 사이 거리는 “사이토카인이 완전히 균질하게 섞인다”고 가정하기에 충분히 짧지 않을 수 있고, 국소적인 농도 구배(local concentration gradient)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합니다. 즉, 억제가 사라진 이유를 곧바로 “접촉 부재”로만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논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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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vach 쪽 해석: 접촉이 없으면 억제가 없다 → 접촉 의존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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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iyan 쪽 해석: 접촉이 없으면 ‘국소적 IL-2 고갈’이 성립하기 어렵다 → IL-2 소비가 핵심일 수 있다
이 논문이 남긴 공은, 어느 한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기보다 “접촉 의존”이라는 말을 훨씬 더 정교하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정리하며
Pandiyan 외(2007)는 조절 T 세포(Treg)의 억제 메커니즘을 다음처럼 재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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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g는 반응 T 세포의 기능을 ‘살짝 낮추는’ 수준에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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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를 포함한 생존 사이토카인을 강력하게 소비함으로써 반응 T 세포를 굶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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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반응 T 세포가 아폽토시스로 제거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이후 Treg 연구의 무게중심을 “무엇을 분비하느냐”에서 “면역 반응의 연료(IL-2 등)가 어떤 미세 환경에서 어떻게 흐르고 소비되는가”로 이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관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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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iyan, Pushpa, et al. “CD4+CD25+Foxp3+ Regulatory T Cells Induce Cytokine Deprivation–Mediated Apoptosis of Effector CD4+ T Cells.” Nature Immunology, vol. 8, no. 12, 2007, pp. 1353–1362. https://doi.org/10.1038/ni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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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nton, Angela M., and Ethan M. Shevach. “CD4+CD25+ Immunoregulatory T Cells Suppress Polyclonal T Cell Activation In Vitro by Inhibiting Interleukin 2 Production.” The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vol. 188, no. 2, 1998, pp. 287–296. https://doi.org/10.1084/jem.188.2.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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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nardo, Michael J. “Interleukin-2 Programs Mouse Alpha Beta T Lymphocytes for Apoptosis.” Nature, 1991. https://pubmed.ncbi.nlm.nih.gov/194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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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chill, Matthew A., et al. “IL-2 Receptor Beta–Dependent STAT5 Activation Is Required for the Development of Foxp3+ Regulatory T Cells.” The Journal of Immunology, vol. 178, no. 1, 2007, pp. 280–290. https://doi.org/10.4049/jimmunol.178.1.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