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LA-4와 조절 T 세포: Kaya Wing의 Science 2008 논문 읽기
발행: 2008-10-01 · 최종 업데이트: 2026-01-06
FOXP3⁺ 조절 T 세포에서 CTLA-4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규명한 2008년 Science 논문의 배경과 핵심 실험을 정리합니다.
방대한 실험으로 구성된 인상적인 논문
이 논문의 제1저자는 Kaya Wing으로, 당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 출신의 젊은 포스트닥 연구자였습니다. 그녀는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조절 T 세포 연구의 핵심 인물인 Shimon Sakaguchi교수와 함께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논문입니다.
이 논문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실험의 실험의 양과 밀도에 있습니다. 본문에는 4개의 메인 Figure가 제시되어 있는데, 각 Figure마다 약 10개 내외의 서브 패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Figure 하나가 하나의 독립적인 실험 묶음이며, 여기에 더해, 온라인 부록(supplementary material)에는 추가 Figure가 13개나 실려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 논문 전체가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와 CTLA-4의 기능을 다각도로 해부한 거대한 실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원문을 차분히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조절 T 세포 이야기의 출발점
이 논문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꽤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출발점은 1960년대 초반, 쟈크 밀러가 수행한 고전적인 흉선 절제(thymectomy) 실험입니다. (아래 관련글 참조)
그는 생후 초기 마우스에서 흉선을 제거한 뒤 성장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첫 4주 정도는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면역계는 이미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마우스들은 GVH(graft-versus-host)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활성화된 T 세포가 전신 장기에 침윤하며 결국 조기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이 현상은 훗날 우리가 조절 T 세포라고 부르게 되는 세포 집단의 존재를 암시하는 최초의 단서였습니다.
IL-2와 음성 피드백이라는 관점
1980년대 초반부터 면역학자들은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 내분비학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시스템을 진짜 호르몬 시스템이라고 부르려면, 호르몬 스스로를 조절하는 음성 피드백 고리가 존재해야 하지 않겠는가?”
당시에는 실험적으로 이를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절 T 세포가 바로 IL-2 시스템의 음성 피드백 회로중 하나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조절 T 세포는 단순한 억제 세포가 아니라 면역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입니다.
CTLA-4의 발견과 종양 면역으로의 확장
1980년대 후반, 공동자극(co-stimulation)과 공동억제(co-inhibition)를 연구하던 과정에서 CTLA-4(Cytotoxic T Lymphocyte Antigen-4)가 발견됩니다. 1995년에는 CTLA-4 전신 녹아웃(knockout) 마우스가 만들어졌는데, 이 마우스들은 흉선 절제 마우스와 놀랍도록 유사한 경과를 보였습니다. 초기에는 멀쩡해 보이다가, 곧 전신 염증과 T 세포 과활성으로 생후 3주 내 대부분 사망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CTLA-4를 항체로 차단하면 종양 거부 반응이 강화된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오늘날의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개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동시에, 조절 T 세포가 항원제시세포(APC)가 존재할 때만 억제 기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조절 T 세포의 억제 기능을 실제로 매개하는 분자가 바로 CTLA-4가 아닌가?”
Kaya Wing 논문의 핵심 전략
Kaya Wing의 논문이 택한 전략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조절 T 세포에서만 CTLA-4를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를 위해 연구진은 FOXP3 프로모터에 의해 Cre가 발현되도록 설계된 조건부 노크아웃 마우스를 제작했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FOXP3⁺ 조절 T 세포에서만 CTLA-4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제거되고, 다른 T 세포들은 정상적으로 CTLA-4를 유지합니다.
이 접근법 덕분에, CTLA-4가 어느 세포에서, 어떤 방식으로억제에 관여하는지를 분리해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Treg에서 CTLA-4를 제거했을 때 벌어지는 일
결과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조절 T 세포에서만 CTLA-4를 제거한 마우스들은, 전통적인 CTLA-4 전신 노크아웃보다는 조금 더 오래 살았지만, 결국 대부분 치명적인 전신 자가염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비장과 림프절은 활성화된 T 세포로 가득 차 비대해졌고, 심장과 폐, 위장관 등 여러 장기에 염증 세포 침윤이 관찰되었습니다. 혈청에서는 IgE가 극적으로 증가했고,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도 동반되었습니다.
즉,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조절 T 세포처럼 보이지만, CTLA-4가 없는 순간 조절 기능은 사실상 무너진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종양 면역이라는 또 다른 얼굴
흥미롭게도, 같은 마우스들은 종양 면역 실험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백혈병 세포를 이식했을 때, 정상 마우스들은 종양을 제거하지 못한 반면, Treg 특이적 CTLA-4 결손 마우스들은 종양을 훨씬 효과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이는 CTLA-4와 조절 T 세포가 지닌 면역 조절의 양면성, 즉 자가면역을 억제하는 동시에 종양 면역을 억누른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논문이 남긴 결론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FOXP3⁺ 조절 T 세포에 발현된 CTLA-4는 in vivo와 in vitro에서의 억제 기능에 필수적이며, 이 억제는 항원제시세포의 CD80·CD86(B7 분자)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관점에서 CTLA-4는 자가면역, 알레르기, 종양 면역을 아우르는 핵심 조절 스위치이며, 잘만 조절한다면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표적입니다.
그 이후의 이야기
이 논문 이후에도 연구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Kaya Wing은 일본에서의 포스트닥을 마친 뒤 스웨덴으로 돌아가 독립 연구실을 꾸렸고, 2016년에는 성체에서 유도적으로 CTLA-4를 제거하는 모델을 통해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제 우리는 거의 현대 면역학의 최전선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으로 다루게 될 후속 연구들 역시, 이 2008년 논문을 이해하고 나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관련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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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 Kaya, et al. “CTLA-4 Control over FOXP3⁺ Regulatory T-Cell Function.” Science, vol. 322, no. 5899, 2008, pp. 271–275. https://www.scien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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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kaguchi, Shimon, et al. “Regulatory T Cells and Immune Tolerance.” Cell, vol. 133, no. 5, 2008, pp. 775–787. https://www.ce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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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er, Jacques F. A. P. “Immunological Function of the Thymus.” The Lancet, vol. 278, no. 7205, 1961, pp. 748–749. https://www.thelanc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