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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기아 실험이 남긴 것: ‘적게 먹기’가 몸과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가

발행: 2026-01-28 · 최종 업데이트: 2026-01-28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근 생존자의 회복 전략을 찾기 위해 진행된 미네소타 기아 실험은, 장기 칼로리 제한이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체계적으로 기록한 연구로 남았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 ‘회복 식단’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Minnesota Starvation Experiment)은 “사람이 굶주리면 어떻게 무너지고, 어떻게 회복되는가”를 관찰한 역사적 연구입니다. 이 실험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규모 기근 생존자들을 실제로 치료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목적이 매우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전쟁이 끝나갈수록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 영양실조와 기아가 현실적인 재난으로 다가왔고, “무엇을 얼마나 먹여야 안전하게 회복시키는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생리학자 앤셀 키스(Ancel Keys) 연구팀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 했습니다.

실험 설계: ‘반(半)기아’와 ‘재급식’을 동시에 검증했습니다

실험은 미네소타대학교에서 1944년 11월 19일 ~ 1945년 12월 20일 사이 진행됐고, 참가자는 건강한 성인 남성 36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병역을 대신해 공공복무를 하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자(Civilian Public Service) 집단에서 선발됐습니다. 그들은 매우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이 실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핵심은 “굶기는 것”만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인 “어떻게 먹여서 회복시키는가”까지 포함해 재활(재급식) 전략을 비교했다는 점입니다.

1) 12주: 기준 관찰기(대조기)

처음 12주 동안은 참가자들이 하루 약 3,200kcal를 섭취하며, 신체·심리 지표의 기준선을 만들었습니다.

2) 24주: 반기아기(실험의 핵심)

이후 24주 동안 섭취량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하루 약 1,560~1,570kcal로 유지됐습니다. 동시에 참가자들은 매주 **약 22마일(약 35km)**을 걷도록 요구받는 등, ‘그냥 앉아서 적게 먹는 다이어트’와는 조건이 달랐습니다.

식단 구성도 당시 전쟁 말기 유럽의 현실을 반영해 감자, 빵, 마카로니, 뿌리채소 등 비교적 단조로운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3) 12주+추가: 회복기(재급식 실험)

회복 단계에서는 열량 수준을 달리한 재활 식단을 적용해, “얼마나 먹어야 회복이 실제로 진행되는가”를 비교했습니다. 위키 요약에는 ‘제한 재활’과 ‘자유 섭취 재활’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정리돼 있습니다.

The Biology of Human Starvation
Ancel Keys, Josef Brožek, Austin Henschel, Olaf Mickelsen, Henry L. Taylor ·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 1950
미네소타 기아 실험을 기반으로 반기아가 신체·심리·행동에 미치는 변화와 재급식(회복)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대표적 고전 저작입니다.

결과 1: 체중은 ‘평균 25%’ 감소했습니다

반기아기를 거치며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체중의 약 25%**를 잃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생각보다 덜 빠진 것 아닌가”라고 느낄 수 있지만, 실험 기록과 당시 사진 자료에서 묘사되는 모습은 매우 극단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이 체중 감소가 단순히 ‘체지방만 빠진 결과’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아 상태에서는 체온 유지, 심박, 활동 의지, 기분, 집중력 등 전반이 함께 흔들립니다.

결과 2: 몸은 ‘절약 모드’로 들어갑니다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변화는 한마디로 “몸이 에너지를 아끼는 쪽으로 재설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 대사 기능의 저하: 생리 기능이 전반적으로 느려지고, 활력이 떨어집니다.

  • 추위 민감 증가: 체지방과 체열 생산이 줄어들어 추위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 부종(붓기) 양상: 다리나 발의 붓기(부종)가 관찰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이 자동으로 선택하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결과 3: 마음은 ‘음식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이 지금까지도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정신적 변화가 매우 선명하게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 우울, 불안, 예민함 증가: 장기간 반기아는 우울과 정서적 불안을 강하게 악화시켰습니다.

  • 음식에 대한 집착: 음식 이야기, 레시피, 요리책, 식사 계획 등이 사고의 중심이 되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 사회적 위축: 사람을 만나고 활동하는 에너지가 줄어들며 고립되는 양상도 보고됩니다.

  • 성욕 저하: 생존 에너지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생리적 욕구도 약화되는 경향이 관찰됐습니다.

즉,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단순 공식 뒤에는, 인지·정서·관계·욕구까지 함께 바뀌는 비용이 존재합니다.

회복 파트가 더 중요합니다: ‘조금 더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이 실험이 남긴 현실적인 메시지는 여기서 나옵니다. 반기아 상태에서 빠져나올 때, 단순히 칼로리를 약간 늘리는 정도로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회복에는 충분한 에너지 공급과 시간이 필요했고, 특히 정신적 회복은 신체 지표보다 더디게 따라오는 양상이 강조됩니다.

이 지점은 섭식장애(거식/폭식) 치료나, 장기간 저열량 다이어트 후 “왜 이렇게 식욕이 폭발하지?”라는 경험을 설명할 때도 자주 참고됩니다.

흔한 오해 1: “1,600kcal면 요즘 다이어트랑 비슷하잖아요?”

겉으로 보면 1,560~1,570kcal는 요즘 다이어트에서 종종 언급되는 숫자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실험은 조건이 다릅니다.

  • 참가자들은 기준 관찰기에는 3,200kcal를 섭취하다가, 반기아기에 즉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 매주 약 35km 걷기가 의무였고, 연구가 요구하는 규칙적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따라서 “1,600kcal 자체가 절대적으로 위험”이라기보다, 개인의 기존 섭취량·활동량·기간·영양 구성·심리 상태가 함께 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흔한 오해 2: “이 실험이 말하는 결론은 ‘절대 칼로리 제한을 하지 말라’입니다”

이 실험이 주는 교훈은 “살을 빼려면 무조건 굶으면 안 된다”처럼 단정적인 문장으로 환원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더 정확한 요지는 다음에 가깝습니다.

  • 체중을 줄이려면 어느 정도의 에너지 적자는 필요합니다.

  • 다만 극단적·장기적 제한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망가뜨릴 수 있고, 이후 회복 과정(식욕, 기분, 기능 회복)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운동과 에너지 소비에 대한 현대 연구에서는 ‘운동을 늘리면 소비 칼로리가 무한정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다른 지출을 줄이며 적응한다’는 제약된 총에너지 소비(constrained total energy expenditure) 모델도 제시됩니다. 이 관점은 “운동만으로 해결” 혹은 “식사만이 전부” 같은 극단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의 교훈: 다이어트보다 ‘회복 설계’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체중 감량 그 자체보다 장기 제한이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몸은 에너지 절약을 선택합니다.

  • 마음은 음식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 회복은 “조금 더 먹으면 끝”이 아니라, 충분한 공급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굶지 마세요”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더 현실적인 결론은 다음입니다.
지속 가능하고, 생리적으로 안전하며, 심리적으로도 무너지지 않는 방식으로 칼로리 제한을 설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한을 오래 했다면, 체중뿐 아니라 회복 전략(식사량, 영양밀도, 활동량, 수면, 스트레스)을 함께 세워야 합니다.

관련 글

관련문헌(MLA)

  1. Keys, Ancel, et al. The Biology of Human Starva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50.

  2. “The Psychology of Hunger.”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Monitor on Psychology, Oct. 2013.

  3. Anderson, Phil. “Starvation Experiment of Dr. Ancel Keys, 1944–1945.” MNopedia, Minnesota Historical Society.

  4. Pontzer, Herman. “Constrained Total Energy Expenditure and Metabolic Adaptation to Physical Activity in Adult Humans.” Current Biology, 2016.

참고문헌

  1. Minnesota Starvation Experiment. Wikipedia.

  2. “The Psychology of Hunger.”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3. The Biology of Human Starva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실험과 관련된 의문 사항

미네소타 기아 실험의 칼로리는 정말 많았을까?

미네소타 기아 실험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는 의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하루 1,560kcal를 먹었다고 하는데, 왜 결과 사진을 보면 저 정도로 말라 있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1,500kcal는 오늘날 다이어트에서 흔히 언급되는 섭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 실험의 결과를 이해하려면, ‘그 당시의 칼로리’가 무엇을 의미했는지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험에 기록된 칼로리는 실제로 몸이 사용한 에너지보다 상당히 높게 계산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1940년대의 칼로리 계산은 ‘섭취량’이지 ‘흡수량’이 아니었습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에서 사용된 열량 계산은 당시 표준이었던 아트워터 계수(Atwater system)에 기반한 것입니다. 이 방식은 음식에 포함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이론적 연소열을 기준으로 칼로리를 산출합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입으로 먹은 양”을 기준으로 한 값이지, “소화·흡수되어 실제로 몸에서 사용된 에너지”를 반영한 값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화 흡수 효율, 장내 통과 속도, 음식의 가공 정도, 식이섬유 함량, 장내 미생물 상태와 같은 요소는 실제 이용 가능한 에너지를 크게 좌우하지만, 당시 계산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즉, 실험 기록에 남아 있는 1,560kcal는 이론적으로 최대 흡수 가능한 값에 가까운 숫자였다고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실험 식단 자체가 흡수 효율이 낮은 구조였습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의 식단은 의도적으로 전쟁 말기 유럽의 식량 사정을 반영해 구성되었습니다. 주된 식품은 감자, 빵, 마카로니, 순무와 양배추 같은 채소류였고,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 식단에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식이섬유 함량이 매우 높았습니다. 감자와 뿌리채소 위주의 식단은 포만감에 비해 실제 흡수되는 열량이 낮습니다. 특히 가공이 덜 된 상태라면 탄수화물의 일부는 소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배출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지방 섭취량이 극히 적었습니다. 지방은 g당 9kcal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인데, 실험 식단은 저지방 구조였습니다. 같은 1,500kcal라도 고지방 식단과 저지방·고섬유 식단은 체중 변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즉, 숫자로는 1,560kcal였지만, 체중 유지에 유리한 열량 구성은 아니었습니다.

활동량을 고려하면 에너지 적자는 훨씬 컸습니다

이 실험은 단순히 “적게 먹는 실험”이 아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매주 약 35km를 걷도록 요구받았고, 일상적인 실험실 업무도 수행했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의 체격과 활동량을 고려하면, 총에너지소비량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 약 3,000kcal 전후로 추정됩니다.

이를 단순히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장부상 섭취 열량: 약 1,560kcal

  • 실제 흡수 가능 열량: 이보다 더 낮았을 가능성

  • 에너지 소비: 약 3,000kcal 내외

즉, 하루에 1,500kcal 이상 에너지 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상태가 24주간 지속되었다면, 극단적인 체중 감소와 신체 변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기아가 진행될수록 흡수 능력은 더 떨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굶으면 몸이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기아 상태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납니다.

지속적인 에너지 결핍은 장 점막을 얇게 만들고, 소화 효소 분비를 줄이며, 장운동과 흡수 기능을 전반적으로 저하시킵니다.

그 결과, 같은 음식을 먹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실제로 받아들이는 에너지는 점점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실험 후반부의 “1,560kcal”는 숫자로만 존재하는 값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 사진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미네소타 기아 실험 사진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을 “이상할 정도로 심한 결과”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 칼로리는 흡수량 기준이 아니었고

  • 식단은 열량 밀도가 낮았으며

  • 활동량은 매우 많았고

  • 기아가 길어질수록 흡수 효율은 더 떨어졌습니다

이 모든 조건을 종합하면, 실험 참가자들은 현대 기준으로 보면 초저열량 다이어트보다 더 가혹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미네소타 기아 실험에서 제시된 칼로리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1,600kcal 식단”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핵심은 “칼로리 숫자만으로는 인체의 에너지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얼마를 먹었는지가 아니라, 얼마가 흡수되고, 얼마나 소모되었는가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미네소타 기아 실험의 결과는 과장이 아니라 생리적으로 매우 일관된 결과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