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 Phage display 항체: 항체를 세포 밖에서 선택하다
발행: 2026-04-21 · 최종 업데이트: 2026-04-21
McCafferty, Griffiths, Winter, Chiswell의 1990년 Nature 논문을 중심으로, phage display가 항체공학을 hybridoma 이후의 시대로 옮긴 과정을 정리합니다.
Hybridoma 다음에 남은 문제
1975년 Köhler와 Milstein의 hybridoma 기술은 단일클론 항체를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기술은 항체 연구와 진단, 치료제 개발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hybridoma에는 분명한 제약도 있었습니다. 동물을 면역해야 하고, B세포와 골수종 세포를 융합해야 하며, 원하는 항체를 만드는 clone을 세포 수준에서 찾아야 했습니다.
분자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질문은 바뀌었습니다. 항체는 B세포 안에서만 골라야 할까요. 항체의 variable gene을 박테리아와 phage 안에 넣고, 항원에 붙는 항체 조각을 시험관에서 직접 고를 수는 없을까요.
단백질이나 펩타이드를 박테리오파지 표면 단백질과 융합해 표시하고, 그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는 같은 phage 입자 안에 담아 두는 기술입니다. 표면의 결합 성질과 내부의 유전 정보가 물리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합하는 clone을 골라낸 뒤 곧바로 그 유전자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George Smith의 기술을 항체에 적용하다
Phage display 자체의 출발점은 George P. Smith의 1985년 Science 논문입니다. Smith는 filamentous phage의 coat protein에 외래 peptide를 융합해 phage 표면에 표시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phage 입자가 자신이 표시하는 peptide의 유전자를 내부에 함께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선택과 증폭을 한 덩어리로 묶는 기술적 발상이었습니다.
McCafferty, Griffiths, Winter, Chiswell의 1990년 논문은 이 원리를 항체에 적용했습니다. 그들은 항체의 variable domain을 filamentous fd phage 표면에 표시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항체의 결합 부위는 heavy chain variable domain과 light chain variable domain의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단순한 짧은 peptide가 아니라 접힌 antibody variable domain을 phage 표면에서 기능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문제였습니다.
원문에서 사용한 항체는 hen egg-white lysozyme에 결합하는 D1.3 항체였습니다. 연구진은 D1.3의 VH와 VL을 유연한 peptide linker로 이어 **single-chain Fv(scFv)**를 만들고, 이를 fd phage의 gene III protein N-말단 쪽에 융합했습니다. gene III protein은 fd phage 끝부분에 존재하며 세균 F pilus에 붙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입니다.
항체의 heavy-chain variable domain(VH)과 light-chain variable domain(VL)을 짧은 유연한 linker로 한 폴리펩타이드 안에 연결한 항체 조각입니다. Fc는 없지만 항원 결합 부위의 핵심 구조를 유지할 수 있어, recombinant antibody와 phage display에서 널리 쓰였습니다.
항체 조각을 phage 표면에 올리다
연구진은 먼저 D1.3 scFv가 박테리아 periplasm에서 발현되고 lysozyme-coated well에 결합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 이를 fdCAT1 vector에 넣었습니다. 재조합 phage에서는 항체-gene III fusion 단백질이 western blot으로 검출되었습니다. 즉 phage 입자 표면에 항체 조각이 실제로 올라갔다는 물리적 증거가 있었습니다.
다음 질문은 표면에 올라간 scFv가 아직 항원을 알아보는가였습니다. ELISA에서 D1.3 phage antibody는 hen egg-white lysozyme에는 결합했지만, turkey egg-white lysozyme, human lysozyme, bovine serum albumin에는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turkey lysozyme은 hen lysozyme과 아미노산 차이가 7개뿐인데도 결합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phage 표면의 항체 조각은 단순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항체의 결합 특이성을 유지했습니다.
논문은 또한 드문 phage clone을 풍부한 background 속에서 골라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D1.3 phage antibody를 parental fdCAT1 phage와 섞고, lysozyme-Sepharose affinity column에 통과시킨 뒤 결합한 phage를 회수했습니다. 한 번의 column selection만으로도 대략 천 배 enrichment가 가능했고, phage를 증폭해 다시 선택하면 최대 백만 배 수준의 enrichment가 관찰되었습니다. 원문은 rare phage가 백만 개 중 하나 수준이어도 항원 결합으로 회수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항체공학의 논리가 바뀌다
이 논문이 연 길은 단순한 실험법 개선이 아니었습니다. 항체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동물의 면역반응과 세포 융합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항체 variable gene library를 만들고, 그 library를 phage 표면에 표시한 뒤, 항원에 결합하는 clone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생체 안의 clonal selection을 시험관 안에서 흉내 내는 셈입니다.
1991년 Winter 연구진은 이 발상을 더 밀어붙였습니다. 면역된 생쥐의 V gene library에서 항체 fragment를 만들 수 있었고, 이어 사람 말초혈 림프구의 V gene repertoire에서 human antibody fragment를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흐름은 immunization을 우회하는 인간 항체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원문 자체도 이미 그 가능성을 분명히 예상했습니다. 저자들은 hybridoma rescue, 큰 combinatorial library screening, 항원 선택 세포에서 원래 VH-VL 조합을 되찾는 방법, 완전 합성 항체 library, in vitro mutagenesis와 반복 선택을 언급했습니다. 즉 1990년 논문은 단순히 “D1.3을 phage에 붙였다”에서 끝나지 않고, 항체를 library와 selection의 대상으로 재정의했습니다.
Phage display에서 항원 결합이라는 표현형은 phage 표면의 항체 조각이 담당하고, 그 항체 조각의 유전자는 같은 phage 입자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연결 덕분에 결합체를 선택하면 그 유전자를 함께 얻을 수 있습니다.
Hybridoma와 무엇이 달랐나
Hybridoma는 생체가 만든 B세포 clone을 불멸화하는 기술입니다. 따라서 실제 면역반응이 만든 항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강했습니다. 반면 phage display는 유전자를 먼저 library로 만들고, 그 library에서 원하는 결합체를 시험관 안에서 선택합니다. 세포를 융합하지 않아도 되고, 사람 항체 유전자를 직접 다룰 수 있으며, 선택 조건을 실험자가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치료용 항체 개발에서 특히 중요했습니다. 마우스 hybridoma 항체는 사람에게 투여할 때 면역원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Phage display는 human antibody fragment를 직접 선택하거나, 항체를 humanization하고 affinity maturation하는 데 강력한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Greg Winter가 2018년 노벨화학상을 George Smith, Frances Arnold와 함께 받은 배경에도 이 항체공학의 전환이 있습니다.
다만 이 1990년 논문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직접 보여 준 것은 주로 이미 알려진 D1.3 scFv를 phage에 올리고, lysozyme 결합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원리 증명입니다. 대규모 naive human library, synthetic library, 고친화도 therapeutic antibody 개발은 이 원리 위에서 이어진 후속 연구들의 성과입니다.
항체 역사 속 위치
Tonegawa가 항체 다양성이 DNA 조각의 재배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면, McCafferty와 Winter의 phage display는 그 유전자 조각들을 실험자가 다시 library로 다루고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항체는 더 이상 생체가 만들어 주기를 기다리는 분자만이 아니라, 시험관 안에서 진화시키고 고를 수 있는 분자가 되었습니다.
이 흐름은 단일클론 항체, recombinant antibody, human antibody library, affinity maturation, therapeutic antibody engineering으로 이어집니다. 항체 역사에서 phage display는 “발견된 항체”에서 “설계하고 선택하는 항체”로 넘어가는 전환점입니다.
논문 말미의 note added in proof도 이 방향을 잘 보여 줍니다. 연구진은 2-phenyloxazolone hapten에 대한 scFv를 fdCAT1에 넣었을 때 예측한 특이성을 가진 phage antibody가 만들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D1.3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항체 특이성을 phage 표면으로 옮겨 선택할 수 있는 일반적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한 줄 정리
McCafferty와 Winter 연구진의 1990년 phage antibody 논문은 항체 variable domain을 phage 표면에 표시하고 항원 결합으로 선택할 수 있음을 보여 주며, 항체공학을 hybridoma 이후의 라이브러리 선택 시대로 옮겼습니다.
참고문헌
- McCafferty J, Griffiths AD, Winter G, Chiswell DJ. Phage Antibodies: Filamentous Phage Displaying Antibody Variable Domains. Nature. 1990;348(6301):552-554. https://doi.org/10.1038/348552a0
- Smith GP. Filamentous Fusion Phage: Novel Expression Vectors That Display Cloned Antigens on the Virion Surface. Science. 1985;228(4705):1315-1317. https://doi.org/10.1126/science.4001944
- Marks JD, Hoogenboom HR, Bonnert TP, McCafferty J, Griffiths AD, Winter G. By-passing Immunization: Human Antibodies from V-gene Libraries Displayed on Phage. Journal of Molecular Biology. 1991;222(3):581-597. https://doi.org/10.1016/0022-2836(91)90498-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