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 림프구 활성 인자(LAF): 인터루킨-1 개념의 출발점
발행: 1972-01-01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1972년 Gery, Gershon, Waksman 연구팀의 고전 논문을 통해 살펴보는 대식세포 유래 수용성 인자와 IL-1 개념의 형성
1972년, ‘대식세포 신호’가 분명해지다
1972년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은, 훗날 림프구 활성 인자(lymphocyte-activating factor, LAF)라고 불리게 되는 물질을 처음으로 분명한 실험 언어로 붙잡은 연구입니다. 이 인자는 이후 약 10년에 걸친 연구를 거쳐 **인터루킨-1(interleukin-1, IL-1)**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되며, 오늘날 사이토카인 개념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가 됩니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그전까지 막연하게만 이야기되던 “대식세포의 도움”을 수용성 인자라는 형태로 보여 주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세포 간 직접 접촉만이 아니라, 대식세포가 분비한 신호 물질이 T세포 반응의 크기를 바꾼다는 생각이 여기서 처음 설득력 있는 실험 결과를 얻게 됩니다.
비특이적 분열촉진물질과 T세포 반응
논문이 주목한 실험 도구는 비특이적 세포분열촉진물질(nonspecific mitogen)이었습니다. 이미 피터 노웰(Peter Nowell)의 연구를 통해 **PHA(phytohemagglutinin)**가 강력한 림프구 분열 유도 물질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고, 1960년대 후반에는 이것이 사람과 생쥐 모두에서 사실상 T세포 반응을 읽는 대표적 자극제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같은 PHA 자극이라도 대식세포가 있느냐, 혹은 대식세포 배양 상등액이 있느냐에 따라 T세포 반응의 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특히 일부러 아주 낮은(suboptimal) 농도의 PHA를 사용해, 상등액이 반응을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더 민감하게 읽을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수용성 인자의 효과는 어디서 나타나는가
연구진은 생쥐의 흉선세포, 비장세포, 림프절세포를 비교한 결과, 흉선세포(thymocyte)에서 가장 강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흉선세포는 거의 순수한 T세포 집단에 가깝고 대식세포와 B세포가 거의 섞여 있지 않기 때문에, T세포 반응만 비교적 깨끗하게 볼 수 있는 재료였습니다.
또한 불연속 BSA 농도 구배 원심분리로 흉선세포를 나누어 보니, 밀도가 낮은 소수의 세포 집단만이 상등액에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이는 성숙 T세포와 미성숙 T세포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로 읽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T세포 안에도 기능적으로 서로 다른 집단이 있다는 점을 처음 보여 준 관찰이었습니다.
림프구 활성 인자(LAF)의 명명
비장세포 실험에서도 같은 그림이 나타났습니다. 대식세포를 제거하면 분열 반응이 크게 감소했지만, 대식세포를 자극해 얻은 상등액을 더하면 반응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흉선 유래 T세포와 말초 T세포 모두에서 비슷하게 관찰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립니다.
T세포의 분열촉진물질 반응은 대식세포에서 유래한 수용성 인자에 의해 증강된다.
연구진은 이 인자를 **림프구 활성 인자(LAF)**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검정 시스템이 단순하면서도 재현성이 높고, 작은 효과 차이도 잘 읽어내는 민감한 실험계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몇 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이른바 ‘LAF 시스템’을 표준적인 기능 검정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LAF를 만드는 세포는 무엇인가
같은 연구팀은 이어진 두 번째 논문에서 LAF를 만드는 세포가 무엇인지를 더 직접적으로 묻습니다. X선 조사로 림프구를 제거한 생쥐에 특정 세포 집단을 다시 넣어 보는 방식의 실험을 통해, LAF는 대식세포에서 만들어지며 B세포는 이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또한 그람음성균 내독소인 **LPS(lipopolysaccharide)**가 LAF 생산을 가장 강하게 유도한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됩니다. 이 관찰은 나중에 면역보조제(adjuvant) 작용의 중심에 대식세포와 수용성 염증 신호가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IL-1로 이어지는 개념적 다리
저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LAF가 T세포의 항원 반응, 혼합 림프구 배양(MLC), 이식편 거부반응, 인터페론 생성 같은 여러 면역 반응 단계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아직 분자 구조도, 수용체도 모르는 시기였지만, 적어도 대식세포와 T세포 사이를 잇는 중심 신호라는 인식은 이때 분명히 자리를 잡습니다.
이 흐름은 1980년대에 이르러 LAF가 인터루킨-1(IL-1)으로 재정의되면서 정리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1972년의 이 두 논문은, IL-1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개념적 원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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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y, Egal, Richard Gershon, and Byron Waksman. “Potentiation of the T-Lymphocyte Response to Mitogen. I. The Responding Cell.”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972. https://doi.org/10.1084/jem.13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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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y, Egal, et al. “Potentiation of T-Lymphocyte Response to Mitogen. II. Cellular Source of Lymphocyte-Activating Factor.”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1972. https://doi.org/10.1084/jem.136.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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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arello, Charles A. “Interleukin-1 and the Pathogenesis of the Acute-Phase Respons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84. https://doi.org/10.1056/NEJM198402023100506
부록 : 실험의 현대적 해석
현대적으로 보면 이 실험은 단순히 “대식세포가 T세포를 도와준다”는 수준의 연구가 아닙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불완전한 T세포 자극 위에 선천면역세포 유래 염증성 신호가 더해질 때 증식 반응이 크게 증폭된다는 사실을 기능적으로 관찰한 연구에 가깝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수용체, 전사인자, 사이토카인 네트워크가 정리되지 않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다시 읽어 보면 상당히 현대적인 구조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첫째, PHA는 오늘날 식으로 말하면 T세포 활성화의 1차 자극을 흉내 내는 실험 도구입니다. 물론 PHA는 펩타이드-MHC를 인식하는 생리적 항원 자극도 아니고, TCR만 정밀하게 건드리는 항체도 아닙니다. 하지만 렉틴으로서 T세포 표면의 여러 당단백질을 교차결합시키며, 결과적으로 세포 안에 활성화 신호를 밀어 넣습니다. 그래서 높은 농도의 PHA는 T세포를 거의 강제로 증식 쪽으로 밀어붙일 수 있고, 낮은 농도의 PHA는 세포를 완전한 활성화 직전의 문턱 상태까지만 올려놓습니다. 이 실험에서 일부러 suboptimal PHA를 사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이 논문에서 대식세포 배양 상등액에 들어 있던 LAF는 현대적으로 보면 거의 분명히 IL-1 중심의 선천면역성 염증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의 상등액은 정제된 단일 분자가 아니라 여러 성분이 섞인 복합 혼합물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도 역사적으로 LAF 개념이 나중에 IL-1로 정리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실험은 오늘날 식으로 말해 대식세포 유래 IL-1성 신호가 T세포 증식 반응의 문턱을 낮추거나 증폭시킨다는 현상을 기능적으로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즉, T세포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선천면역세포가 현재의 염증 상황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따라 반응 크기가 달라집니다.
셋째, 이 실험은 현대의 신호 1과 염증성 보조 신호라는 개념으로도 다시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T세포가 충분히 활성화되기 위해 항원수용체 자극 외에도 공자극과 사이토카인 환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논문은 아직 CD28, B7, IL-2, IL-1 수용체 체계가 정리되기 전이었지만, 기능적으로는 이미 비슷한 구조를 보여 줍니다. PHA가 T세포를 점화하고, 대식세포 상등액이 그 반응을 증폭시키는 그림입니다. 현대적으로 번역하면, T세포의 증식 여부는 세포 내부 프로그램만으로 정해지지 않고, 선천면역세포가 제공하는 염증성 문맥 정보에 의해 조절된다는 뜻입니다.
넷째, 흉선세포가 특히 잘 반응했다는 관찰은 지금 봐도 꽤 흥미롭습니다. 당시에는 이를 단순히 “반응성 세포 집단”의 차이로 표현했지만, 지금 보면 이는 단순히 T세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T세포의 아형과 분화 단계 차이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흉선세포는 대부분 미성숙 T세포이지만, 그 안에는 더 성숙한 하위집단도 섞여 있습니다. BSA 구배에서 밀도가 낮은 분획만 잘 반응했다는 결과는, 기능적으로 준비된 특정 T세포 집단이 선택적으로 LAF에 민감하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LPS가 LAF 생산을 강하게 유도했다는 점은 오늘날 기준으로 특히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는 LPS가 대식세포의 패턴인식수용체를 자극해 염증성 유전자 발현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1972년의 이 실험은, 분자 이름을 모르던 시절에 이미 미생물 신호가 선천면역세포를 자극하고, 그 결과 생성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다시 T세포 반응을 조절한다는 축을 기능적으로 포착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 용어로 바꾸면, 이것은 거의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잇는 연결 회로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