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 인터루킨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면역세포간의 대화를 해독이 시작된 발견
발행: 2026-01-02 · 최종 업데이트: 2026-01-02
LAF와 TCGF 연구를 통해 인터루킨(IL-1, IL-2) 개념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면역학의 흐름 속에서 쉽게 정리합니다.
면역 반응은 ‘혼자’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는 면역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협력하고, 증폭시키고, 때로는 멈출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1980년 이전에는 이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면역학자들의 질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었습니다.
면역세포들은 서로 어떻게 대화하는가?
두 가지 의문점 LAF와 TCGF
1970년대 면역학에는 이미 두 가지 중요한 현상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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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구 활성화 인자(lymphocyte activating factor, LAF) → 주로 대식세포(macrophage)가 만드는 것으로 추정 → 림프구를 ‘깨우는’ 효과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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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세포 성장인자(T-cell growth factor, TCGF) → T 세포가 계속 증식하는 데 필수 → 훗날 인터루킨-2(interleukin-2)로 불리게 됨
문제는 이 둘의 관계였습니다. 둘은 같은 물질일까, 아니면 완전히 다른 단계의 신호일까?
“혹시 순서가 있는 건 아닐까?”
이 논문의 핵심 질문은 매우 직관적이었습니다.
LAF가 먼저 작용해서, T 세포로 하여금 TCGF를 만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면역 반응은 단일 자극이 아니라 연속적인 신호 증폭 과정이라는 뜻이 됩니다.
실험의 열쇠는 ‘지속적으로 자라는 T 세포’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특별한 세포를 사용했습니다. 바로 지속적으로 배양 가능한 T 세포 림프종 세포주인 WEHI-7 이었습니다.
이 세포들은 평소에는 TCGF를 만들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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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자극을 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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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를 함께 넣어주면
눈에 띄게 많은 TCGF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양은 LAF 농도에 비례해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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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계의 호르몬이라는 관점
Kendall Smith가 LAF와 TCGF를 바라본 방식에는 당시 면역학 안에서도 독특한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물질들을 단순히 배양액 속에 섞여 있는 정체불명의 활성물질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포가 분비하고, 다른 세포가 받아들이며, 농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호르몬과 비슷한 신호 물질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이런 관점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Smith가 있던 Dartmouth Medical School의 가까운 연구 환경에는 Allan Munck가 있었습니다. Munck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연구의 핵심 인물로, 호르몬이 세포 안의 수용체를 통해 생물학적 반응을 조절한다는 내분비학적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연구자였습니다. Smith는 훗날 회고록에서 Munck의 실험적 조언과 내분비학적 사고가 IL-2 연구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학교의 윗층에서 호르몬과 수용체를 연구하던 Munck의 존재는, Smith가 면역세포의 분비성 신호도 호르몬처럼 정량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중요한 지적 배경이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Munck가 강조한 것은 "호르몬이라면 수용체와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Smith가 TCGF를 진짜 호르몬-수용체 시스템으로 볼 수 있는지 묻자, Munck는 단순한 결합만으로는 부족하고 음성 피드백 조절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지적은 IL-2를 단순한 성장 촉진 물질이 아니라, 수용체와 피드백으로 조절되는 면역계의 호르몬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논문에서 사용된 분석 방식도 그런 감각을 잘 보여줍니다. LAF와 TCGF는 이름 없는 "활성"이 아니라, 농도를 희석하고, 반응곡선을 그리고, 표준물질과 비교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신호로 취급됩니다. 이 점에서 인터루킨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명명법이 아니었습니다. 면역학이 세포 접촉과 현미경 관찰의 학문에서, 분비성 신호, 수용체, 농도-반응 관계, 증폭과 피드백을 다루는 신호 생물학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름이었습니다.
면역 반응은 ‘이중 증폭 시스템’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면역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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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세포가 먼저 LAF를 분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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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는 T 세포를 자극해 TCGF 생산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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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GF는 다시 T 세포 증식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즉, 면역 반응은 한 번의 신호 → 두 단계 증폭 → 대규모 반응이라는 구조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훗날 사이토카인 네트워크라는 말로 정리됩니다.
이 발견이 약물 연구로 이어진 이유
이 이중 증폭 구조는 한 가지 중요한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고리 중 하나만 막아도 면역 반응 전체를 강하게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연구진은 이미 글루코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TCGF와 LAF 생산을 모두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는 스테로이드가 왜 그렇게 강력한 면역억제제인지에 대한 분자적 설명이 되었습니다.
스위스의 밤, 그리고 새로운 이름
1979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2차 국제 림포카인 학회에서 이 데이터가 공개되자, 연구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 제안이 나옵니다.
이 신호 물질들에 체계적인 이름을 붙이자.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인터루킨(interleuk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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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 = 사이(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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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ukin = 백혈구(leukocyte)
즉, 백혈구 사이에서 오가는 신호라는 뜻입니다.
IL-1과 IL-2의 탄생
이 합의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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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 → 인터루킨-1(interleuk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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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GF → 인터루킨-2(interleukin-2)
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결정은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면역학의 언어 자체를 바꾼 사건이었습니다.
이름이 생기자, 분야가 폭발했다
‘인터루킨’이라는 공통 언어가 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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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비교하기 쉬워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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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이토카인이 연이어 발견되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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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반응을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관점이 자리 잡았습니다
TCGF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IL-2는 이후 암 면역치료, 백신 연구, T 세포 생물학의 핵심 분자가 됩니다.
정리하며
이 논문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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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반응은 단일 신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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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는 서로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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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화에는 이름과 질서가 있다
그리고 그 질서의 시작점에 인터루킨-1과 인터루킨-2가 있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면역학은 ‘세포의 학문’에서 ‘신호의 학문’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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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th, Kendall A., Gilbride, Kevin J., and Favata, Margaret F. “Lymphocyte Activating Factor Promotes T-Cell Growth Factor Production by Cloned Murine Lymphoma Cells.” Nature, vol. 287, no. 5785, 1980, pp. 853-855. https://doi.org/10.1038/287853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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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th, Kendall A. “Interleukin-2: Inception, Impact, and Implications.” Science, vol. 240, no. 4856, 1988, pp. 1169-1176.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313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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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th, Kendall Arthur. The Interleukin Revolution.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