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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 1994–1996년 CTLA-4 연구의 전환점: 억제 수용체의 입증과 면역관문 항암치료의 탄생

발행: 2026-02-15 · 최종 업데이트: 2026-02-15

Krummel과 Allison의 연구는 CTLA-4가 T세포의 핵심 억제 수용체임을 입증하고, CTLA-4 차단이 항종양 면역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면역관문 억제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Enhancement of antitumor immunity by CTLA-4 blockade
David R. Leach, Mathew F. Krummel, and James P. Allison · Science · 1996
CTLA-4 차단이 생체 내에서 항종양 면역을 강화함을 최초로 입증하여 면역관문 억제 치료의 시대를 연 결정적 연구.

1995년 이후의 질문: 브레이크를 풀면 어떻게 되는가

1990년대 초반 연구는 CTLA-4가 B7에 결합하며 T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음성 조절 수용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1995년 CTLA-4 결손 마우스가 전신 자가면역과 림프증식으로 조기 사망한다는 결과는, CTLA-4가 생체에서 필수적인 면역 브레이크라는 점을 극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CTLA-4가 면역계의 브레이크라면, 이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면 면역반응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전략을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가.

이 과감한 질문에 도전한 연구가 Mathew F. Krummel과 James P. Allison의 1994–1996년 일련의 실험입니다.

1단계: CTLA-4는 진짜 억제 신호인가 (1994–1995)

먼저 연구팀은 시험관 내(in vitro)에서 CTLA-4 신호의 본질을 분석했습니다.

항-CTLA-4 단일클론항체를 이용해 CTLA-4를 교차결합(crosslinking)하고, T세포의 기능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인터루킨-2(Interleukin-2, IL-2) mRNA 축적

  • T세포 증식

  • 세포주기 진입(S phase)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CTLA-4가 결합되면 IL-2 축적이 감소했습니다.
세포주기 진행이 차단되었습니다.
CD28 신호에 의해 유도되는 활성화가 억제되었습니다.

이는 CTLA-4가 단순한 조절 인자가 아니라, T세포 반응을 직접 억제하는 핵심 억제 수용체(core inhibitory receptor)임을 의미했습니다.

CD28이 가속 페달이라면, CTLA-4는 명확한 브레이크였습니다.

2단계: 브레이크를 차단하면 종양은 사라지는가 (1996)

이제 연구팀은 생체 내(in vivo) 실험으로 넘어갔습니다.

종양 마우스 모델을 사용하여 항-CTLA-4 항체를 투여했습니다.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CTLA-4를 차단하여 T세포의 억제 신호를 제거한다.
그 결과 종양에 대한 면역반응이 강화되는지 관찰한다.

연구팀은 두 가지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첫째, B7-1을 도입해 면역원성을 높인 종양 모델.
둘째, 조작되지 않은 일반(wild-type) 종양 모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항-CTLA-4 항체를 투여한 마우스에서는 종양 성장이 현저히 억제되었습니다.
이미 형성된 종양에서도 치료적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종양이 제거된 후 동일 종양을 다시 주입했을 때 재성장이 억제되었습니다.

이는 기억 T세포(memory T cell)에 기반한 항종양 면역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CTLA-4 차단의 분자적 기전: B7(CD80/86)을 둘러싼 CD28–CTLA-4 경쟁

CTLA-4 항체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브레이크를 막는다”는 표현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항원제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 APC)가 발현하는 B7 분자, 즉 CD80(B7-1)과 CD86(B7-2)을 둘러싼 CD28–CTLA-4의 경쟁 구조가 존재합니다.

T세포가 완전히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신호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TCR)가 항원–MHC 복합체를 인식하는 신호입니다.
둘째는 CD28이 B7(CD80/86)과 결합해 제공하는 보조자극(costimulation) 신호입니다.

문제는 활성화가 시작된 이후입니다. T세포는 IL-2 신호에 의해 CTLA-4를 발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CTLA-4는 CD28과 동일한 B7(CD80/86)에 결합합니다. 그러나 두 수용체는 결합 친화도(affinity)와 결합 안정성(avidity)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CTLA-4는 CD28보다 B7에 더 높은 친화도로 결합하며(CTLA-4는 CD28보다 B7에 약 10–20배 높은 친화도로 결합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세포 표면에서 B7을 효과적으로 “가로채는” 성질을 갖습니다. 그 결과 B7 분자는 CD28이 아니라 CTLA-4와 우선적으로 결합하게 되고, 활성 신호는 감소합니다.

즉, 면역반응이 충분히 진행되면, 같은 리간드(B7)를 두고 CD28과 CTLA-4가 경쟁하며 점차 CTLA-4 쪽으로 균형이 이동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면역계의 자연스러운 브레이크 메커니즘입니다.

항-CTLA-4 항체는 이 경쟁 구조를 인위적으로 재조정합니다. 항체가 CTLA-4에 결합하면 CTLA-4가 B7과 상호작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 결과 B7(CD80/86)은 다시 CD28과 결합할 수 있게 되고, 보조자극 신호가 지속적으로 유지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상 상태:
    CD28 ↔ B7 결합 → 활성 신호
    CTLA-4 ↑ → B7을 경쟁적으로 점유 → 활성 신호 감소

  • 항-CTLA-4 치료 시:
    CTLA-4 차단 → B7이 CD28과 계속 결합 → 활성 신호 유지·증폭

결과적으로 T세포는 더 오랜 시간, 더 강한 IL-2 신호를 유지하며 종양 세포를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전은 단순한 “억제 수용체 차단”이 아니라, 동일한 리간드를 둘러싼 수용체 경쟁 구도의 균형을 CD28 쪽으로 이동시키는 전략입니다. 이것이 면역관문 억제(immune checkpoint blockade)의 분자적 핵심입니다.

기존 항암제 vs 면역관문 억제제 (패러다임의 전환)

구분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면역관문 억제제 (예: 이필리무맙 [ipilimumab, 여보이/Yervoy])
공격 대상암세포 직접 공격T세포(면역세포)의 억제 신호 차단
작동 원리암세포의 분열 저해/사멸 유도면역계의 브레이크(CTLA-4) 해제
특징정상 세포 손상 및 부작용 큼면역 기억을 통한 장기 효과 기대

항체 치료의 묘미: 왜 자가면역 폭풍이 일어나지 않았나

흥미로운 점은 CTLA-4 결손 마우스와 달리, 항-CTLA-4 항체를 투여한 마우스에서는 치명적 자가면역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유전자 완전 결손과 약리학적 차단 사이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항체 치료는 완전한 기능 소실이 아니라, 시간과 강도가 조절된 차단이었기 때문에 면역 활성은 증가했지만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지는 않았습니다.

이 차이는 향후 임상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과학적 의의: 면역관문 개념의 탄생

이 연구는 세 가지 역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첫째, CTLA-4가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실험적으로 확립했습니다.
둘째,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전략이 항암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셋째,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독성 기반 치료였습니다.

그러나 CTLA-4 차단 전략은 환자의 T세포가 암을 제거하도록 돕는 접근이었습니다. 이는 현대 면역관문 억제 치료의 핵심 원리가 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훗날 항-CTLA-4 항체 치료제인 이필리무맙(ipilimumab, 제품명 여보이[Yervoy])의 개발로 이어졌고, 면역항암제 시대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정리

1994년, 연구자들은 CTLA-4가 T세포의 강력한 브레이크라는 사실을 분자적으로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그 브레이크를 항체로 차단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종양이 줄어들었고, 면역 기억까지 형성되었습니다.

이 실험은 “면역의 브레이크를 푸는 것”이 암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준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이러한 선구적인 업적을 바탕으로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현대 의학이 '암 정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관련 글

참고문헌

Krummel, Mathew F., and James P. Allison. “CD28 and CTLA-4 Have Opposing Effects on the Response of T Cells to Stimul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vol. 182, no. 2, 1995, pp. 459–465. https://doi.org/10.1084/jem.182.2.459

Krummel, Mathew F., and James P. Allison. “CTLA-4 Engagement Inhibits IL-2 Accumulation and Cell Cycle Progression of T Cells.”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vol. 183, no. 6, 1996, pp. 2533–2540. https://doi.org/10.1084/jem.183.6.2533

Leach, David R., Mathew F. Krummel, and James P. Allison. “Enhancement of Antitumor Immunity by CTLA-4 Blockade.” Science, vol. 271, no. 5256, 1996, pp. 1734–1736. https://www.science.org/doi/abs/10.1126/science.271.5256.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