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 CTLA-4 발견: 면역관문 연구의 출발점
발행: 2026-02-15 · 최종 업데이트: 2026-02-15
피에르 골슈타인 연구팀이 1987년 CTLA-4를 발견한 과정과 과학적 의의를 구조적으로 정리합니다. 면역관문 억제 연구의 시작을 이해합니다.
연구의 출발점: 활성화된 T세포에는 무엇이 다른가
1980년대 중반 면역학의 중심 화두는 T세포 활성화(T cell activation)를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항원이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TCR)에 인식된 이후 어떤 막단백질이 등장하고, 어떤 신호가 증폭되거나 억제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불완전했습니다. 특히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분자를 찾는 일은 중요한 연구 과제였습니다.
피에르 골슈타인(Pierre Golstein) 연구팀은 기능을 직접 추적하기보다, 활성화된 T세포와 휴지기(resting) T세포 사이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비교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즉, “활성화 이후에 새롭게 나타나는 유전자”를 찾아내면 그 안에 조절 분자가 숨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었습니다. 이 접근은 당시로서는 비교적 새로운 발상이었습니다.
새로운 면역글로불린 슈퍼패밀리 유전자의 등장
스크리닝 과정에서 연구팀은 단일 Ig V-like 도메인을 가진 cDNA를 분리했습니다. 구조 분석 결과 이 유전자는 면역글로불린 슈퍼패밀리(immunoglobulin superfamily)에 속하는 막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분자가 이미 알려진 CD28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발현 양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CD28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현되는 반면, 새롭게 발견된 이 유전자는 휴지기 T세포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이 분자를 Cytotoxic T-Lymphocyte Antigen-4, 즉 CTLA-4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명명에는 두 가지 맥락이 담겨 있었습니다. 첫째, 초기 스크리닝이 CTL 특이 유전자를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둘째, 이 분자가 막단백질 형태의 항원(antigen)으로 인식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발현 분석이 던진 결정적 단서
Northern blot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CTLA-4 mRNA가 TCR 자극 이후에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즉, 항원 자극이 없는 휴지기 상태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다가, TCR 신호(신호 1)를 받은 뒤에야 유전자가 유도되었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발현 패턴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만약 어떤 분자가 T세포 활성화의 초기 단계에 필요하다면,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발현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CTLA-4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활성화가 시작된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이 점은 CTLA-4가 “활성화를 촉진하는 분자”라기보다는, 활성화가 진행된 뒤 이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당시 논문에서는 기능을 직접 증명하지 않았지만, 발현 시점만으로도 강력한 가설이 형성되었습니다.
CD28과의 구조적 유사성: 이후 연구의 토대
CTLA-4와 CD28이 같은 면역글로불린 슈퍼패밀리 구조를 공유한다는 사실은 이후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구조적으로 유사한 두 수용체가 서로 다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CD28은 보조자극(costimulation)을 제공하는 활성 신호 분자로, CTLA-4는 억제 신호를 전달하는 조절 분자로 규명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적 대비는 1987년 발견 이후 수년간의 후속 연구를 거쳐서야 명확해졌습니다.
면역관문 연구의 출발점
1987년 논문은 CTLA-4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 개념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연구들은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1994년에는 CTLA-4가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음성 조절자라는 기능적 증거가 제시되었습니다. 1995년에는 CTLA-4 결손 마우스에서 치명적인 림프증식과 다기관 염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996년에는 CTLA-4를 차단하면 항암 면역이 강화된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이 모든 연구의 출발점은 1987년, 활성화된 T세포에서만 유도되는 하나의 새로운 유전자를 규명한 사건이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정리
1987년, 골슈타인 연구팀은 활성화된 T세포에서만 나타나는 새로운 면역 분자를 발견했습니다. 그 이름이 CTLA-4입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 발견은 T세포 억제 기전, 자가면역 조절, 그리고 면역항암 치료로 이어지는 거대한 연구 흐름의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CTLA-4의 발견은 면역계를 단순히 “켜는 시스템”이 아니라, 스스로를 제어하는 정교한 조절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든 전환점이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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