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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면역의 대가: 질병을 겪고 얻는 면역은 정말 더 안전할까

발행: 2025-12-17 · 최종 업데이트: 2025-12-17

자연면역과 백신면역의 차이를 역사와 공중보건 관점에서 살펴보고, 자연면역이 요구하는 대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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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사회자연면역은 안전한가?

자연면역의 대가: 질병을 겪고 얻는 면역은 정말 더 안전할까

백신을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장 중 하나는 “자연면역이 더 강하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감염을 통해 형성된 면역이 더 오래 지속되거나 강력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언뜻 과학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자연면역은 질병을 ‘겪은 뒤에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그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연면역이란 무엇인가

자연면역은 병원체에 실제로 감염된 뒤, 인체가 이에 대응하면서 형성되는 면역을 의미합니다. 몸은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이후 재감염 시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만 놓고 보면, 자연면역은 매우 효율적인 방어 전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면역은 감염이라는 위험한 과정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입니다. 감염이 항상 가볍게 지나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질병은 면역만 남기지 않는다

감염병은 면역만을 남기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백신이 개발될 만큼 위험했던 질병들은, 감염 과정에서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소아마비의 경우, 일부 감염자는 영구적인 마비를 겪었고, 회복되지 않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홍역은 뇌염, 폐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수두 역시 면역저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었습니다.

자연면역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러한 최악의 결과를 감수하겠다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면역은 결과이지, 과정이 아닙니다.

백신이 선택된 이유

백신은 자연 감염을 흉내 내되, 그 위험한 부분을 제거한 방식입니다. 병원체 전체가 아니라,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요소만을 사용해 면역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은 자연면역보다 “약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점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입니다. 백신은 면역을 얻기 위해 장애나 사망이라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만든 대안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백신이 보급된 이후, 해당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후유증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이는 자연면역이 아니라, 백신이 공중보건의 표준이 된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누가 자연면역의 비용을 치르는가

자연면역을 선호하는 주장은 대개 건강한 성인의 관점에서 제시됩니다. 그러나 감염병의 피해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영유아, 고령자, 면역 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같은 질병이라도 훨씬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자연면역을 사회 전체의 전략으로 삼을 경우, 그 비용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됩니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위험의 분배 문제입니다.

과거가 이미 보여준 결론

백신 이전 시대에는 자연면역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는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반복되는 대유행, 수많은 사망자, 평생 지속되는 장애를 가진 생존자들입니다.

백신은 자연면역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자연면역의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에 등장한 해결책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그 선택을 해보았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면역의 강도가 아니라, 대가를 보아야 한다

자연면역과 백신면역을 비교할 때 중요한 질문은 “어느 쪽이 더 강한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느 쪽이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가”입니다.

백신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백신은 질병을 겪지 않고도 면역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자연면역을 이상화하는 것은, 과거의 고통을 망각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백신을 통해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한 면역이 아니라, 불필요한 희생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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