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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 CD28 보조자극의 발견: 9.3 항체와 Ledbetter의 ‘두 번째 신호’ 실험 (1985)

발행: 2026-02-14 · 최종 업데이트: 2026-02-14

1985년 Ledbetter 연구는 9.3 항체를 통해 CD28이 T세포 활성화의 필수 보조자극 신호임을 기능적으로 입증했다. 현대 면역관문 연구의 출발점.

Antibodies to Tp67 and Tp44 augment and sustain proliferative responses of activated T cells
Ledbetter, J. A. et al. · Journal of Immunology · 1985
9.3 항체(Tp44, 후에 CD28) 자극이 활성화된 T세포 증식 반응을 증강·지속시킨다는 기능적 근거를 제시해 CD28 보조자극 개념을 확립한 핵심 연구.

T세포의 가속 페달, CD28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1985 Ledbetter 실험)

인류가 암을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면역관문 억제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5년의 한 실험실에 도착하게 됩니다.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9.3 항체'**와 **'Tp44'**라는 분자가 어떻게 현대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바꿨는지, 그 흥미진진한 발견의 순간을 소개합니다.


1. T세포는 왜 항원을 보고도 ‘침묵’했을까?

1980년대 초, 면역학계의 최대 화두는 **T세포 수용체(TCR)**였습니다. TCR이 항원을 인식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실험실에서 TCR만 자극했을 때 T세포는 기대만큼 강력하게 반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특히 대식세포나 항원제시세포(APC)를 완전히 제거한 '순수 T세포' 시스템에서 항-CD3 항체로 TCR을 흔들어 깨워도, T세포는 충분한 IL-2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금방 동력을 잃었습니다.

이 현상은 면역학자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T세포가 완전히 엔진을 돌리려면, 항원이라는 열쇠 외에 '가속 페달'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신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2. 9.3 항체와 Tp44: 베일에 싸인 분자의 등장

이야기의 주인공은 John Hansen 연구실에서 제작된 **'9.3'**이라는 이름의 단일클론항체입니다. 이 항체는 인간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44 kDa 크기의 당단백질을 인식했는데, 당시에는 이를 Tp44라고 불렀습니다. (이 분자가 바로 훗날 면역학의 전설이 될 CD28입니다.)

처음에는 이 분자가 단순한 세포 구별용 마커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Jeffrey Ledbetter와 동료들은 9.3 항체를 이용해 Tp44를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기묘한 신호 전달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부수 효과인지, 아니면 T세포 활성화의 핵심 기전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결정적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3. 순수 T세포 시스템: '두 번째 신호'를 증명하다

Ledbetter 연구진은 변수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고도로 정제된 인간 T세포만을 추출했습니다. 부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세포(APC)가 없는 상태에서 그들이 관찰한 결과는 극적이었습니다.

  • 신호 1 (항-CD3) 단독: T세포는 살짝 활성화되는 듯했으나, 증식은 미미했습니다.

  • 신호 2 (9.3 항체) 단독: T세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 신호 1 + 신호 2 병용: 두 항체를 동시에 처리하자 T세포는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시작했습니다. IL-2 생산량은 수십 배로 뛰었습니다.

이 실험의 핵심은 외부 세포의 도움 없이 항체 조합만으로 완벽한 활성화를 재현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T세포 표면의 Tp44(CD28)라는 분자가 직접적으로 '두 번째 신호'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기능적으로 입증한 사건이었습니다.


4. CD28, 면역관문 시대의 서막을 열다

이 발견 이후 Tp44는 CD28로 명명되었고, 현대 면역학의 근간인 **'2-신호 모델(Two-signal model)'**이 완성되었습니다.

  1. 신호 1 (인식): TCR이 항원을 식별 (누가 적인가?)

  2. 신호 2 (보조자극): CD28이 리간드와 결합하여 활성화 허가 (정말 공격할 것인가?)

이 발견은 단순히 T세포가 어떻게 켜지는지를 밝힌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속 페달(CD28)이 있다면, 이를 멈추는 브레이크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CTLA-4와 PD-1 같은 면역관문 분자의 발견으로 연결되었습니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앨리슨 박사의 연구 역시 이 CD28 보조자극 개념이라는 토양 위에서 피어난 꽃이었습니다.


요약: 일반인을 위한 한 문장

"T세포는 항원을 보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CD28이라는 두 번째 스위치가 함께 눌려야 비로소 강력한 면역 반응이 시작됩니다."


참고 문헌 (References)

  • Ledbetter, Jeffrey A., et al. "Antibodies to Tp67 and Tp44 augment and sustain proliferative responses of activated T cells." Journal of immunology (Baltimore, Md.: 1950) 135.4 (1985): 2331-2336. https://doi.org/10.4049/jimmunol.135.4.2331

  • Aruffo, Alejandro, and Brian Seed. "Molecular cloning of a CD28 cDNA by a high-efficiency COS cell expression syste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84.23 (1987): 8573-8577.
    https://doi.org/10.1073/pnas.84.23.8573 (Tp44의 정체가 CD28임을 밝힌 연구)

  • June, Carl H., et al. "Role of the CD28 receptor in T-cell activation." Immunology today 11 (1990): 211-216. (보조자극 개념을 집대성한 리뷰)

  • Schwartz, Ronald H. "A cell culture model for T lymphocyte clonal anergy." Science 248.4961 (1990): 1349-1356. (두 번째 신호 부재 시 발생하는 면역 무력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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